오늘 자개를 보니 시댁 이야기가 많으네요.
저도 이번에 기막힌 일을 당해서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집니다.
이번에 결혼한지 3년만에 어제 처음으로 시댁에 지금껏 헌신해서 헌신짝 되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면 눈물이 마르질 않아 글로도 다 표현 못하겠지만,
며느리한테 온갖 소리 다하시고, 결국 자기 아들한테 빌어먹을 놈이라고 한바탕 하시는 시어머님뵈니,
할말이 없어집니다.
제가 살아온 3년은 이러합니다.
처음 결혼하면서 시댁에 손벌려 받은 것도 없고, 서로 각자 집에서 천만원씩 해와서,
집은 월세로 시작해서 살아왔는데, 작년에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게 되어 월세가 좀 부담스러워
전세로 옮기면서 시어머님께 4천만원이라는 큰 돈을 빌리게 되었습니다.
아직 원금은 갚지 못하고 이자는 30만원씩 달라고 하셔서 드리고 있습니다.
남편이 다시 회사를 다닌지 이제 첫달이라서 올해 후반부터는 한달에 100-200정도는 갚아나가겠다 생각했는데
갑작스레 둘째 아주버님의 결혼이 잡혀버렸습니다.
아주버님 결혼이 내년 1월로 잡혀 있는데 두분이서 집을 먼저 구해서 살고 싶다고 하셔서
집을 구해주셔야 한다며 저희한테 빌려간 돈을 좀 갚으라고 하셨답니다.
너희 때문에 돈이 융통이 안되서 애 결혼하는데 돈을 못 준다셔서요-
그래서 친정 엄마께 부랴부랴 말씀드려서 다는 아니고 2천만원 마련해서 먼저 드렸습니다.
둘째 아주버님 결혼이 내년이시니까, 그 안에 제가 적금타는 것도 있고 해서 천만원은 더 해드리겠노라고
말씀드렸더니 당장 다 해놓으시라면서 그것도 못갚고 뭐하는 거냐며 결국 어제 집에 들이닥치셔서
밤 10-12시까지 난리를 피우고 가십니다.
거기다가 이번에 시집오시는 둘째 형님은 벌써부터 이것저것 많이도 사다 나르시면서
어머님께 점수를 많이 따셨는지 첫째 형님이나 저는 안중에도 없으시네요.
저 많이 속상하네요. 큰 아주버님께는 집사주시면서 1억해주시고-
둘째 아주버님네도 뭐 해주실지 모르겠지만 저희에게 4천 당장 내어 놓으하고 하실 정도고-
저희는 각자집에서 천만원씩 받아서 시작하는데
1년 정도 빌려쓴 것도 길다며 빨리 갚으라 하시는 시어머님 뵈면서...
제가 지금껏 귀만 있고 입은 없이 살아서 우리 시어머님 저를 아주 우습게 보셨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가시는 길에 아이 생겼다고 백만원 용돈 주시면서 먹고싶은 거 사먹으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잘 뒀다가 아이 낳으면 유모차나 아기 용품 산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런거 다 얻어다 쓰면 된다고 뭐할려고 돈 그런데 쓰냐며 그럴 돈 있으면 돈이나 모으라며 저를 나무라시네요.
저 흔히 말하는 명문대 나오진 못했지만 그래도 대학내내 장학금 받아가며
똑똑하단 소리 들어가며 첫째딸 노릇하다가 시집왔습니다.
남편 석사까지 마쳤지만 저는 대학교 마친게 다이고 이집안 모든 아들과 딸들이 석박사입니다.
저도 꽤나 연차수가 오래된 전문직이라 나름 제 분야에선 인정받고 지내고 있습니다만...
그런데 이런 제가 어머님은 못 마땅하신지...
어제 어머님 가시고 정말 멍하게 있다가,
꺽~꺽 소리내며 울었습니다.
결혼하고 작은일로 서운한 적은 없지만 이렇게까지 저희에게 하신 적은 없는데 왜 이러시는지...
저희가 4천만원 빌리고 1년만에 못 갚은 게 그렇게 화나셨던 건지...
그래도 이자라도 드리고 싶어서 노력했고 남편이 거의 1년 정도 쉬었던터라 혼자서 300백 정도 벌어서
어머님께 빌린돈에 대한 이자와는 별도로 용돈은 매달 20-30만원은 드리며
매달 50만원씩 적금을 넣고,
남편과 제 보험료 20만원에 어머님께 이자며 용돈 합쳐 50-60만원 각종 세금 및 교통비 포함 생활비 100만원에
남편이 쉬는동안 자기개발하겠다며 이런저런 학원다니는 비용이 40만원에 남편 용돈 30만원까지...
시시때때로 돌아오는 경조사와 여러가지 비용들...빼고나면 마이너스 아닌게 용했을 정도로 살아왔습니다.
입덧시기라 그런지 새콤한 포도가 너무 먹고싶은데 그것도 너무 비싸서 아직 못 먹어 볼 정도로 살아왔습니다.
그래도 이번달 부터는 남편이 벌어오는 월급이 또 제 월급만큼 되니까 숨통이 트이겠지요?
그런 제게...저희 시어머님 요즘 종종 이야기 하십니다.
새로 오실 형님은 집안을 일으켜 세울만큼 능력있고 좋은 아이라며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집 며느리로 살아온 저나 저희 큰 형님은 뭐가 되어버리는 걸까요?
그렇게 생각해보니 저는 이제 이 집안에 해나 끼치지 않으면 되는 미천한 존재가 되어버린건가 싶었습니다.
큰형님께서 시집오신지 벌써 10년이 되어가시는데 결혼초에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간이고 쓸개고 다 내어주지 말라고 말이지요. 그래서 그러신지 큰형님
그래도 제딴엔 열심히 한다고 했다고 자부하며 살았습니다.
가족모임이나 지인모임이나 결혼식에 가면 저한테 아무도 며느리라 묻는 분 없었습니다.
다들 딸이냐고 물어보실 정도로 어머님께 살갑게 대하려고 노력했는데...
어제 오셔서 그러고 가시니 저 이제 헌신짝 되어 버려지는구나 싶습니다.
차라리 좀 힘들었어도 시댁에는 돈 빌리는 거 아니었다라고 느낍니다.
빚쟁이라면 돈 갚고 안봐도 되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시어머님은 그럴 수 없으니 더욱 가슴이 미어지네요.
당장 또 어디서 천만원을 구할까 싶어집니다. 적금은 해약해버리더라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