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동을 처음 간 것은, 유명한 간송미술관 무료전시회 때문이었습니다.
지방에 살았는데 서울 출장 겸 간송미술관 전시회에 들렀었죠.
제가 느낀 성북동 첫인상은, 분명 서울인데 옛스런 동네의 정취가 남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골목길과 아기자기한 집들(으리으리한 부유층 주택가들 말고요)의 분위기가 마치
어린 시절 가까운 친척집 동네처럼 정겹게 느껴졌어요.
화창한 봄날(그 때가 10년 전이었으므로 지금처럼 미세먼지가 기승부리기 전이었어요)
간송미술관에 도착하면 마당에 핀 싱그러운 꽃들과 초록빛, 그리고 기품있는 그림들이
너무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복닥거리기 전이라 사람들이 있긴 했어도 혼잡할 정도는 아니었고
젊고 예쁜 처녀들도 관람을 많이 와서 더욱 분위기가 좋았던 걸로 기억돼요.
그리고 도보관광 코스로 간 최순우옛집도 제가 딱 좋아하는 아기자기하고 고아한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한옥이더군요. 특히 아담한 뒷마당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르막길을 올라 으리으리한 부유층 주택가들의 호사스런 집들을 바깥에서 눈요기로 구경
하면서 길상사로 갑니다. 요정을 개조한 것이라 절치고는 이색적인데, 그래도 절이라
절 특유의 은은한 분위기가 있더군요.
마지막으로 만해 한용운 님이 만년에 살았던 작은 집으로 갑니다.
책에서만 보던 그 집을 직접 보고 그 분의 꼿꼿했던 마음을 되새겨보고 그렇게 하루를 보낸
성북동은 봄날의 아련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