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침에 혼자 프랑스요리 코스로 해먹었네요~

신참회원 조회수 : 1,479
작성일 : 2017-05-07 10:13:37

어제 프랑스 여행기 책 읽다가 작가가 포도주 농원가서 인부들이랑 같이 점심 먹는 장면이 나오더라구요.

 

처음에는 겨자소스를 친 야채샐러드를 먹고, 다음에는 소금만 친 돼지고기 구이를 먹고, 다음에는 빵과 여러종류의 치즈를 먹고 디저트로 직접 구운 사과파이를 먹었다. 와인을 곁들여서 먹었는데,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풍성하고 배가 불렀다 라고 적혀있더군요.

 

이 문장에 필이 팍! 꼿힌 저는 다음날 아침에 브런치로 한 번 해먹어 봐야 겠다고 결심했죠.

 

냉장고에 오이, 양파, 당근, 토마토 있고, 돼지고기는 없지만 닭가슴살은 있고, 식빵에 체다치즈 있고, 천만다행으로 부산 비앤씨제과에서 사온 나비파이에 연휴기분 내려고 사다놓은 하겐*즈 클래식밀크아이스크림도 있고~(와인도 있지만 마시지를 못함 ㅎㅎ)

 

아침에 식구들 보다 먼저 일어나서(휴일에는 2시까지 안일어나는 타입들::::) 오이, 토마토 대충 썰고, 양파는 얇게 썰어서 물에 담갔다 건지고, 당근만 채칼로 썬 후에 소금, 레몬즙(슈퍼에 파는레이지레몬즙), 올리브유 살짝 뿌려서 밑간하고, 소스는 사놓고 잊어먹고 있었던 오뚜* 홀그레인허니머스터드 소스에 올리브유, 레몬즙, 바질 조금 더 넣은 후 야채에 뿌리면 샐러드  완성! 식빵은 1개 다 먹기에는 양이 많을 것 같아 반만 토스터에 구운 후 체다치즈 반 잘라서 올리면 완성!

 

먼저 샐러드랑 치즈빵 먼저 먹었는데, 신선한 샐러드랑 짭짤한 치즈빵이랑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요. 두 접시 나란히 놓으니 진짜 프랑스 노천카페에서 아침먹는 것  같이 폼이나고, 오랜만에 신선한 야채를 우적우적 먹어주니까 몸도 깨어나는 것 같고 너무 좋더라구요. 샐러드가 갑자기 막 먹고 싶을 때는 내 몸에 비타민이 부족해서 신호를 보내는 거라더니 딱 맞는 말 같았습니당 ㅎ

 

중간정도 먹는 도중에 버터치킨소테 굽기 시작~ 고기는 미리 재 두었는데요, 닭가슴살은 반 갈라 넓직하게 펴서 칼질 조금 해주고, 우유에 담가서 비린내를  빼줬습니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먹는 내내 닭고기에 조금 냄새가 나더라구요. 우유 키친타올로 닦은 후에 소금, 후추, 바질, 백포도주(없으면 청주도 무방) 뿌려서 재어놓고, 마지막에 앞뒤로 전분을 묻혔습니다.

뜨겁게 달군 팬에 버터, 식용유 두르고 처음에는 약불로 굽다가 표면이 하얗게 익으면 중간불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주면 완성! 완성된 고기에 버터 얇게 잘라서 올려주고, 레몬즙 살짝 더 뿌려주면 맛도 풍미도 더 좋아지겠죠? 감자도 얇게 썰어서 고기 구울 때 같이 굽다가 소금 뿌려서 곁들이면 접시가 더 풍성해 집니다.

 

샐러드랑 빵 먹자마자 가져와서 칼질해서 먹는데, 닭냄새도 전혀 나지않고, 전혀 퍽퍽하지도 않고, 촉촉하고 짭잘하고, 버터와 레몬의 풍미도 진하고, 구운감자하고도 넘 잘 어울리고 여느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상하게 앞서 샐러드랑 치즈빵을 풍성하게 먹어서 조금 배가부른 상태였는데도, 그게 입맛을 돋궈주었는지 처음부터 먹을 때보다 더 맛있고, 입에 착착감기면서 속도 편안하더라구요. 오 놀라워라 프렌치 코스의 마법~~막 이러면서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 연휴 때 부산여행에서 사온 비앤씨제과 나비파이(부산 분들은 다 아실 듯)  접시에 담고  아이스크림 한 스쿱 옆에 올린후에 블랙커피랑 같이 먹는데...저 진짜 눈물 나올 뻔 했습니닷. 어쩌면 이렇게 맛있고 조화로울 수가~~

 

중요한 것은 샐러드잔뜩->치즈빵->버터치킨소테 감자->파이 아이스크림 커피 이렇게 꽤 많은 양을 순서대로 먹었는데도, 크게 배가 부르지 않고 이상하게 속이 편안하다는 것! 앞에도 썼지만 정말 코스요리의 마법인지, 프랑스인들의 지혜인지  많이 먹었는데도, 많이 먹은 것 같지 않고, 배가 부른데도 막 배부르지 않은 기분좋은 이 느낌~(더구나 고기에 버터도 엄청 넣었는데) 이래서 프랑스요리, 프렌치 쉬크? 타령을 하는 건가 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ㅎㅎ

 

비록 쉬는 날 몸은 집구석에 있지만 막 파리 노천카페에서 브런치 먹은 것도 같고, 프로방스 시골농가 방문한  것도 같은 기분을 느낀 일요일 오전이있습니다. 

프랑스 요리가 뭐 별건가요? 집에 적당한 재료가 있으면 대충 구색 맞춰서 한 번 시도해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와인 좋아하시는 분들은 같이 곁들어서 드시면 더 기분이 좋겠죠? 저도 워낙 술을 못마시는 사람이지만 저렴한 와인부터 한 번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IP : 118.33.xxx.17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멋져부러~~
    '17.5.7 11:59 AM (221.141.xxx.150)

    상상하며 저도 음미했네요~~
    어떤 기분인지 알것 같아요~
    대단하셔요~~!!^^

  • 2. ^^
    '17.5.7 12:01 PM (110.70.xxx.200)

    글만 읽어도 기분좋은 느낌이 꽉 차게 느껴집니다. ^^ 다음에는 저도 그렇게 먹어보고 싶네요. 저도 아침에 마늘이나 양념 많은 한식이 부담 스러워서 빵이나 커피로 먹은지 오래됐어요. 제일 좋아하는 조합은 크로아상에 치즈랑 쨈에 커피 마시거나 방울양배추 버터에 볶아서 달걀후라이 더해서 먹으면 사실 저녁까지도 든든해요.

    닭가슴살..디저트..와인.. 메모해뒀습니다.
    특별한 날 꼭 한번 먹어볼께요. ^*
    아침부터 기분 좋은 글이라 답글 남겨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98018 도와주세요- 강아지 기내 핸드케리 4 빵빵부 2017/06/14 904
698017 에어프라이기로 치킨만들때 눌러붙는거 4 에어프라이기.. 2017/06/14 1,621
698016 이혜훈 "반대를 위한 반대, 대한민국에 도움 안돼&qu.. 5 샬랄라 2017/06/14 1,451
698015 독재인이가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네요. 79 ... 2017/06/14 15,311
698014 조건 없는 사랑과 지지에 대하여 2 해외 잉여 2017/06/14 938
698013 잠들면 몸살처럼 온몸이 아파서 깨는 이유가 뭘까요? 6 40대후반 2017/06/14 3,083
698012 양념치킨 해먹었어요 6 양념치킨 2017/06/14 1,958
698011 이미 딱지 생긴 상처에 마데카솔 5 찡찡이들 2017/06/14 1,483
698010 인생이 참 신기해요 6 .. 2017/06/14 4,930
698009 밥먹고 바로 눕고싶어 죽겠어요. .;;;;;;; 5 행복할거같아.. 2017/06/14 2,679
698008 "김상조 위원장 하고싶은 거 다 해" 10 와우 2017/06/14 2,674
698007 이 밤에 밥 드신 분 계세요 ? 6 늦은저녁 2017/06/14 1,430
698006 82에서 얻은정보 공유해봅시다. 21 ........ 2017/06/14 3,871
698005 유치원가는 아이 매일 간식 어떤거 보내나요? 6 모모 2017/06/14 1,764
698004 오늘 오후에 82엄청 느리지않았어요? 5 2017/06/14 534
698003 갈치 소금 친 지 10분 쯤 됐는데 3 아침 2017/06/14 1,103
698002 야당들도 실제로는 문대통령 성격 알기는 알겠죠.?? 4 ... 2017/06/14 2,308
698001 초성퀴즈 ㅇㄱㅅㅇㅌㅈ 뭘까요? 114 ... 2017/06/14 36,375
698000 불타는 청춘보니까 넘부러워요 3 부럽당 2017/06/14 4,118
697999 운동화 인생템 찾았어요(발 볼 넓으신 분들께 추천) 71 간만에 2017/06/14 24,660
697998 신경치료도 끝난 이가 4개월째 계속 아파서 마무리를 못하고 있.. 16 ㅇㅇ 2017/06/14 7,141
697997 (기독교인만!!) 이 질문에 대답 할 수 있으세요? 13 사랑 2017/06/14 1,468
697996 막내의 설움과 피곤함 16 2017/06/14 2,807
697995 잠들 동안 옆에 좀 있어달라는 남편... 28 .. 2017/06/14 6,579
697994 미군철수에 관한 여러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21 미국철수 2017/06/13 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