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하느라고 제가 모이는 그룹이 있는데요,
제가 자주 참석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그룹의 인적구성원중에
보고 배울 것이 많은 분들이 있어서 제가 아주 드물게 참가하고 있어요.
구성원중에는 여성도 있고 남성도 있어요.
꼭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의무사항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분들 열심히 사는 것 보면 저도 동기부여도 되고 그래서 잊을만한 정도되면 가요.
10번에 1번 정도 참석하는 것이니까 정말 어쩌다가 참가하는 것이죠.
지난 주 토요일 저녁에 모임이 있었는데,
이번의 모임은 회장단에서 가족모임으로 준비했더군요.
그런데 마침 그때 우리 남편은 직장에서 1박2일로 연수이고 해서 불참할 수밖에 없는데,
제가 우리 아이들한테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다른 집도 아이들 많이 온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애들이 한마디로 안 가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 혼자 참석하기로 했었어요.
막상 지난주 토요일에 갔더니,
다들 다 큰 자녀들도 참석해서 와있더군요.
사실 대학생, 고등학교 고학년 자녀들이 그런 자리에 오는 게 뭐 좋다고 오겠어요.
부모가 가자고 하니깐 오는거겠지요.
그런데 여기에 참석한 학생들이 옆에 않은 다른 성인하고도 이런저런 이야기 하고 그러는 모습을 보니
우리 애들은 자기네 편한 것만 하고 나를 지지해주는 역할을 전혀 해주고 싶어하지 않는구나 싶으면서
많이 울적했어요.
그 학생들이 그저 몸만 꿰다놓은 보리자루처럼 와있는게 아니고
겸손하지만 예의바른 행동으로 옆사람하고 대화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모습에서
저집의 아이들은 부모를 저만큼 씩이나 생각해준다 싶으면서
나는 과연 우리 애들에게 어떤 엄마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사실 저는 토요일 저녁에 아이들만 있게 되어서 좀 미안했었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토요일 점심에 애들이 좋아하는 베트남 쌀국수집에 가서
좋아하는 음식 시켜먹으면서 애들 기분도 맞춰주었어요.
토요일 밤에 집에 오는길에 전화했더니 둘째가 받더군요.
저녁은 첫째가 스파게티를 해서 둘이서 먹었대요.
제가 다른 집 애들 온 거 보니 우리 애들은 엄마가 가자고 해도 안 오고 해서 좀 서운했다고 말했어요.
집에 오니 우리 둘째말이
엄마는 토요일 저녁에도 엄마 가고싶은 모임에 가고 우리 둘만 집에 남겨둬서
오히려 자기가 서운했다는거예요.
제가 미안하다고, 너희들도 안가고 둘만 집에 있을거였으면 엄마도 거기 가지 말걸 그랬다고.
너희들한테 미안해서 엄마는 점심도 쌀국수집에 일부러 가고 그랬는데
어쨌든지 너 서운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어요.
첫째가 만든 스파게티가 조금 남아있더라구요.
제가 첫째한테 맛있게 만들었다고 칭찬하고 동생한테 이렇게 해서 고맙다고 했어요.
엄마도 이제 안가겠다고.. 다른 집은 애들도 왔는데 엄마도 혼자가서 기분 안 좋았다고요..
오늘 출근하니 모임의 회장단에서 단체사진을 보내줬더군요.
그런데, 그 사진을 보니깐 제가 막 눈물이 나는거예요.
다른 집 애들도 젊은 애들이 부모의 모임에 오고 싶겠어요?
그래도 애들이 와서 부모에게 마음으로부터 지지해주는데
우리 애들은 재미없다 싶으면 딱 잘라서 안가겠다.. 하고 오히려 그 시간에 제가 집에 없어서 서운하다고 하고..
저는 어떻게든 우리 아이들 뜻 받아주려고 하고
힘들어도 애들에게 하나라도 도움이 되려고 하는데
정장 나는 우리 애들한테 아무런 지지나 공감대를 못 받고 있다는 생각이 뚜렷하게 들더군요.
다른 집 애들이 부모따라 온 건 오로지 사랑이라고 봐요.
우리 엄마 또는 아빠의 모임에 자녀가 참석하는거 내키지 않겠지만
부모 마음을 생각해서 참석해주고, 나름 어울리려고 노력하고 애써주는거죠.
그에 비해서 나는 부모로서 의무만 있지
애들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과 지지는 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눈물만 자꾸 나와서 세수하고 왔어요.
저는 왜 우리 애들보고 강하게 너희가 부담스럽더라도 참석해달라고 요구를 못할까요?
왜 엄마가 우리둘 두고 엄마모임가서 서운하다는 말에도 미안하다고만 할까요?
제가 우리 애들을 이렇게 아끼고 사랑하고 하면
애들도 당연히 제 마음을 알아줄거라는 건 일방적인 제 바램이었나봐요.
예전에 엄마들이 애들한테 생선 먹이고 엄마는 생선 머리가 맛있다고 하면
애들이 엄마는 생선 머리만 좋아하는 줄 알아서 제사상에도 생선머리만 놓는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엄마라는 자리가 애들에게 내주기만 하고 뭘 해달라는 말은 못하고 살았었는데
그게 꼭 좋은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가 제 발등 찍고 우리 애들에게도 그동안 좋은 가르침을 못 주었다는 회한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