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음식을 잘 못먹는 질환이 생겼어요. 자세하게 설명하기 그래서요.
평소 본인의 섭취량의 30% 정도를 먹고요.
하루 종일 2시간 정도 간격으로 조금씩 먹어야 해요. 자극적인 음식 못먹고, 밀가루 인스턴트는 독이죠.
하루하루가 힘들다고 매일 평균 두 번 꼴로 죽고 싶다고 유언합니다.
근 5개월 가량을 집에서 요양하고 있는데,
저랑 24시간 붙어 있는 꼴이고.
남편은 그닥 독립적인 성격이 아니어요.
일은 잘 하고 능력도 있지만, 강아지형의 성격이랄까요.
뭔가 본인이 일을 벌려도 꼭 제 손을 빌리고 싶어해요. -저로서는 짜증나는 일입니다. -
같이 하는거 너무 좋아해요. 본인 주도하에.
저는 제 개인만의 시간이 있어야 하고, 혼자 잘 놀고,
일 생기면 혼자 해치우고,
일을 매우 하고 싶어했으나, 남편이 극구 못하게 해서 전업으로 있는데요.
대신 게으르...........
그런데 남편이 식탐대마왕인데 못먹으니까 막 한맺혀해요.
그래서 그 앞에서는 제가 마음 편하게 뭘 못먹어요.
5개월 가량을 같이 있으니,
기존에 우리 식구 식생활 패턴은 매끼 단백질류의 메인 음식이 꼭 있었고,
일주일에서 열흘에 한 번은 치킨도 먹고 중간중간 삼겹살도 먹어줘야 하고, 그래왔는데
지금은 그 좋아하던 고기는 일체 못먹구요. --남편이--
그래서 식구들도 고기 굽는 냄새도 못피우고,
애들은 대학생이니, 밖에서 돈가스나 고기나 뭐 그런거 사먹는다지만,
제가 남편의 눈치보이고, 짠하고 안스러워서 떳떳하게 못먹겠더라구요.
심지어 밤에 몰래 야식으로 몰래 !!! 컵라면 먹는 것도 꼴을 못본달까요.
막 속상해해요. 그리고 맛있니? 맛있디? 이렇게 물어요. (빈정거림이죠?)
심정은 이해하지만, 저는 너무한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합니다.
본인이 식욕 조절 못해서,
평생을 밤마다 야식 먹고 과식하고, 그렇게 살아오다가 어쩌다가 사고가 난 이후에 생긴 병인데
고통을 식구들이 분담해주고 화이팅 해주고 좋죠.
하지만 우리는 무슨 죄죠.
심지어 냄새 싫다고 제가 평소에 즐기는 커피도 못마시게 합니다.
물론 몰래 먹기는 하지만요. 마음 편하게 뭐를 못하니까
먹는 것도 없는데 진짜 스트레스 살이 찌네요. 몸도 붓고요.
남편이나 저나 다 이기적인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