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서울교대 교수가 지난해 서울시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진보성향의 1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 선거대책본부(이하 선대본)' 측에 '사퇴'를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선대본 측은 이를 놓고 수차례 논의를 벌인 결과, '절대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본에 참여했던 한 진보진영 인사는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2월 예비후보등록 이후 교육감 후보 단일화가 본격화됐고, 특히 정식 후보 등록(5월 13일~14일) 전에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됐다"면서 "당시 박명기 교수 쪽에서 금전적 보상 요구가 있었지만 안 된다는 걸로 정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해 1월 출범한 '2010 서울시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범시민 추대위원회(추대위)'는 4월 14일 곽 교육감을 단일 후보로 추대한 뒤, 5월 3일 선대본 체제로 전환했다.
이 관계자는 "그 때 제가 (돈을 주는 건)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집어넣는 꼴'이라고 강력하게 반대했고 여기에 모두가 동의를 했다"면서 "그러면서 단일화가 결렬됐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지난해 2월 2일 진보진영 교육감 후보 가운데 제일 먼저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에 뛰어 들었다. 박 교수 이외에도 곽 교육감, 이부영·최홍이 서울시 교육위원, 이삼열 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등이 진보진영 교육감 후보로 나섰다.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4월 14일 추대위는 진보진영 단일후보 경선을 통해 곽 교육감을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내세웠다. 당시 박 교수와 이삼열 후보는 경선에 불참했다. 이후 이삼열 후보는 정식후보 등록 이전에 곽 교육감과 단일화 했고, 정식후보 등록과 함께 기탁금 5000만원 까지 냈던 박 교수는 교육감 선거를 불과 2주 앞 둔 5월 19일 단일화에 합의했다.
"당선 이후에도 곽 교육감 찾아와 수차례 협박"
마찬가지로 선대본에서 활동했다는 한 관계자는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추대위 통해서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진 후, (곽 교육감) 선대본 꾸려지고 나서도 끝까지 버텼던 게 박명기 교수"라면서 "당시 박 교수가 직접은 아니고, 측근을 통해서 '사퇴할 테니 선거자금을 보전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선대본에서 수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대부분 '절대 안 된다', '선대본이 정당처럼 비밀이 지켜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1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있는 곳이다, 나중에 반드시 탈이 나게 된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곽노현 교육감으로 후보 단일화를 했는데 왜 사퇴 명분으로 (박 교수에게) 돈을 주나'라는 의견이 나왔다"면서 "곽 교육감 본인도 당시 회의에서 '어떠한 이면 협의도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선대본에 있었던 또 다른 관계자는 "당시 박명기 교수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참담했고, 시민사회 원로들의 중재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사퇴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곽 교육감 당선 이후에도 박 교수 측으로부터 '금전적 보상' 요구는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터뷰에 응한 진보진영 인사는 "박 교수 측이 지난해 10월 곽 교육감을 찾아와 '후보 단일화(대가)로 보상을 받기로 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이 정리한 단일화 일지를 가지고 와서 수차례 협박했다"면서 "그 때 자살 이야기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그때 곽 교육감이 마음이 약해져서 돈을 준 것 같다"면서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 2011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