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기자들하고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게 내 ‘업무’의 상당 부분이다. 특히 기자들과는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경우도 있지만 온더레코드, 백블, 딥백, 오프더레코드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인터뷰에 응해 분석, 예측, 전망을 내놓는다. 내가 방송에 출연해 이야기하는 건 그대로 나가지만, 지면에 나가는 건 이야기하는 것의 한 5% 될라나.
요샌 좀 힘들다. 선거 때라서 누구한테 유리하게, 누구한테 불리하게 보일까봐 자기검열을 하는 것도 한 이유다.
근데 진짜 힘든 건 다른 거다. “누구랑 오래 같이 일했는데 인간성이 어땠나? 모월 모일에 얼굴 표정이 어땠나? 누구의 부인이 갑질한 사례를 일러달라. 그 의원실에서 일한 누구(근데 난 그 사람 모른다. 겹쳐서 일한 적이 없다)는 줄줄이 제보를 하는데 그 사람 말 사실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서다.
기자 응대하는데 잘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따로 대우할 필요도 없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주로 물어온다.
유력 정치인하고 같이 일했던 것은, 내게 큰 자산으로 남은 좋은 경험이기도 하고 좀 불편한 일이기도 하다. 한때는 ‘사이가 틀어져서 헤어진 원조 멤버’로 분류되서 한참 기사가 나고 SNS에서도 그 유력 정치인의 협량함의 방증으로 활용되더니 한참 전 부턴 또 완전 거꾸로 소비되고 있다. 이런 데 대해선 직간접적 경험이 많은지라,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근데 요샌 좀 다르네. 그래서 아예 여기다 글을 써볼까 싶다.
보도를 보니 23명이 들락날락했다는데. 그래 나도 그 23명 중의 한 명이고, 2012년 대선, 2013년 노원 재보선도 같이 치렀으니 23명 중에서도 관계의 정도로 치면 윗길에 속하는 사람일게다.
어땠냐고? 나머지 22명이 어땠든지 대변할 입장은 아니지만, 내 개인적으론 좋을 때도 있었고 나쁠 때도 있었다. 나쁜 것은, 주로 내 정치적 판단/견해가 다를 때 였다. 대표적으로 합당. 내가 내 길을 걷게 된 제일 큰 이유기도 한데(결과적으로 내 길을 개척하게 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론 다행이라 본다^^)
인격적인 면? 겉으로도 드러나지만, 그는 엄청나게 살갑거나 주위 사람의 사소한 부분까지 잘 챙기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반말을 한다던가, 인격적 모독을 한다던가, 자기는 비싼 거 먹고 보좌진은 싼 거 먹인다던가 더치페이 하자고 하거나--;; 무슨 정치자금이나 의원실 돈을 전용한다던가 보좌진 등쳐먹는 사람은 아니었다. 내가 볼땐 한국 사회의 상하관계망 속에서 따져보자면 상당히 모범적인 사람이다. (물론 나와 다른 경험을 한 사람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의 부인과도 대선 때부터 교분이 있었다. 일단 차분한 사람이다. 부부가 성격 및 스타일도 비슷하다. 그래서 저 부부는 뭔 재미로 사나 참 궁금했었다. 그의 상계동 집에서 몇 번 같이 회의를 한 적이 있다. 한 번은 도시락 시켜먹으면서 일했는데, 일하는 중에 부인이 집에 왔다. 조용히 다른 방에 있다가 우리가 일 마치고 나갈 때 인사를 하더라. 그런데 도시락 그릇 재활용 쓰레기는 들고 나가라고 자기 남편에게 말하더라. 물론 나도 같이 나눠들고 나왔다.
참고로, 나는 문 후보 양산 집에도 가본 적 있다^^(당연히 후보 되기 전이다) 문 후보 부인께서 비까번쩍하진 않지만 푸짐한 성찬을 차려줬다.(당연히 술도! 일하거 간거 아니었음. 놀러 간 거 였음) 뭐랄까 안 후보 부인은 서울 내기 형수 같은 느낌, 문 후보 부인은 싹싹한 부산 외숙모 같은 느낌.
그러고 보니 2013년 여름인가 의원실에서 영월로 워크샵을 간적이 있다. 의원, 인턴까지 포함해 의원실 식구들, 지역 사무소 식구, 의원 부인까지 다 같이 갔다. 말이 워크샵이지 엠티인데도 사실 정말 가기 싫었다. 술도 안 먹는 워크샵이라니??? 게다가 레크레이션 강사를 초빙했다는 것 아닌가?
대학교 신입생 수련회 때도 그런 거 안 불렀는데, 왠 레크레이션? 장난치나 싶었다. 근데...막상 레크레이션 강사의 지도하에 노니까 재밌더라--;; 열댓 명 되는 사람들이 신문지 찢어서 게임하고, 의원 부인이랑 편먹고 같은 조 되서 장기자랑도 하고 ㅋㅋ
오리집에 저녁 먹으러 가선 그래도 한 잔은 해야 한다고 술을 돌렸는데 그 때 의원이 공식적으론 술 안 먹는 걸로 되어있었는데, 한잔은 들었던가 아니던가....그 담날엔 다 뒤섞여서 나눠서 보트 타고 래프팅도 하고. 그날 행사가 유쾌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건 의원/부인을 모시고 다닌 게 아니라 ‘같이’ 놀았기 때문인 듯 싶다. 솔직히 말하면, 방은 따로 썼다. 의원-부인 따로 한 방, 여자 보좌진들 한 방, 남자 보좌진들 한 방 이렇게 세 방. 의원 부인이 그런데 왜 따라가냘 수도 있겠다만, 부인은 2012년 부터 계속 지원 활동을 했던 사람이다.
측근을 제외하곤 보좌진들하고 겸상도 안 했다, 이야기도 안 나눴다 이런 보도도 있던데. 어쨌든 내가 겪은 일들은 이렇다.
관련 취재에 대한 답은 이것으로 갈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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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나와 있는 윤태곤 이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