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의 변호사 한승헌은 서대문구치소(서울구치소) 옆방에 들어온 문재인이라는 대학생에게 마음이 쓰였다. 1975년 여름, 인혁당 사건 희생자들이 사형을 당한 해이기도 하다.
한 변호사는 1972년에 쓴 '어떤 조사(弔辭)'라는 글이 뒤늦게 문제가 되면서 반공법 위반혐의로 75년에 구속된 상태였다. 문재인은 반독재 시위로 구속됐다.
한 변호사는 교도관을 통해 팬티와 러닝셔츠, 즉 '메리야스' 한 벌을 일면식도 없던 문재인에게 보냈다. 한 변호사는 최근 이에 대해 "가족 접견도, 물품 영치도 안 되는 가운데 험악한 조사를 받고 구치소로 넘어온 사람에겐, 더구나 여름철이라 깨끗한 내의가 시급할 터였다"며 "감방 후배인 문재인군에게 할 수 있는 배려는 그뿐이었다"고 말했다.
문재인이 그 속옷을 입었을까. 그는 '운명'에서 "(한 변호사가 보내준 속옷이) 큰 도움이 됐다"며 "나중에 대우조선 사건으로 공동변호인이 됐을 때 말씀드리니 기억을 하셨다"고 밝혔다.
대우조선(거제 옥포조선소) 사건이란 1987년 이곳 근로자 이석규씨가 경찰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다. '한변'과 '문변'은 공동으로 변호를 맡았는데 이때 12년 전 메리야스의 추억을 재확인했다. 한 변호사는 "왕년의 러닝셔츠 이야기를 듣고 수채화 같기도 하고 유화 같기도 한 감회를 나눴다"고 회고했다.
그는 문 후보 주변 인사들이 쓴 '그 남자 문재인'에서 "그와 내가 함께 살아온 시대의 자취를 더듬어보면서 그의 말에서 믿음을 주는 진정성, 역동성, 사심 없는 순결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에게 메리야스처럼 깨끗하고 신축성 있는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다"며 "사이즈나 그릇에 구애됨 없는 큰 인물이 되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감사원장,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을 맡았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변론도 참여했다. 올해 만 79세로 문 후보 선대위 고문을 맡았고, 법조계 350명의 문 후보 지지선언에도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