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에는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말이 주는 왠지모를 기회주의적인 느낌에 화끈하게 반대를 반대라고 못하나 하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었지요.
그러나 거대 강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작은 나라에 사는 숙명으로 최대한 자율성은 확보하면서도 국익에 최대한 이익이 되는 쪽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으로 생각했고, 그런 의미에서 결국 전통우방인 미국의 뜻에 따라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사드에 찬성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고는 생각했죠. 다만 그 과정에서 최대한 미국에 대해서라도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이익을 얻어야 중국을 버리는 데 드는 비용을 어느정도는 만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적어도 지금은 어느 한 입장을 분명히 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했습니다.
사드가 싫은 중국과 북핵이 싫은 미국의 이익으로 물밑에서 빅딜이 일어나고 있는 듯 하고, 무조건 사드배치가 답이라는 입장이었던 분들은 우리나라 영토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군사적 변수에 대해 미국에 제대로 설명한번 못하고 중국에게는 돈벌때만 자신들을 찾고 중요할때는 바로 버리고 미국에 착 달라붙는 믿지못할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줬겠죠.
외교나 비즈니스를 할때 내 패를 먼저 까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요?
모든 비난을 감추고 전략적 모호성을 주장하고 쉽게 한쪽의 편을 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한 민주당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선명성을 강조하며 사드 반대 입장을 견지했던 국민당도 그 시국에 주관은 있다, 그리고 사드 배치쪽으로 맹목적으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선명한 반대의 목소리도 중국에 대한 체면과 미국에 협상을 위한 조건으로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은 했던 사람의 입장으로 좋게봤었는데, 명분없이 당론과도 달리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사드 찬성으로 성급히 바꾼 안철수의 행보는 매우 실망스러울 뿐더러 멍청한 것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중국이 북한을 본격적으로 압박하고, 미국이 중국에 환율조작국지정 면제, 무역장벽 완화 등 경제적 이익을 당은으로 주며 급작스런 사드배치입장을 철회하거나 늦추고 차기정부에게 맡기는 쪽으로 방향이 완전히 틀어진다면(지금도 그 얘기는 솔솔풍겨 나오고 있죠). 안철수는 다시 사드 배치 반대로 바꿀건가요?
사드배치만이 살길이다고 외치는 극우보수도 멘붕이겠지만, 안철수와 국민당의 스텝은 완전히 꼬였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