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힌 분석이 성지순례로 갔다오는 군요
함 보세요
[펌]
디자이너는 아닌데 비슷한 일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때 인상은 '저게 뭐야' 였습니다.
디자인이 참신하고 당명을 숨기고 그런 걸 떠나서 디자인의 기본적인 것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포스터였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던 주먹이 잘린 이미지가 그렇습니다.
전국에 걸리는 포스터인데 벨트 라인에 맞추겠다고 주먹이 잘리고 이름이 흐릿한 건
아마추어들도 안 하는 실수죠.
진짜 디자인의 1도 모르는 아마추어가 만든줄 알았습니다.
근데 박지원이 이제석이 만들었다고 하네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제석이 표절 의혹이 있고 공익 광고쪽이라 선거 포스터에 익숙치 않았다고 해도
기본적인 디자인 감각은 있는 사람입니다.
저 정도 전문가는 왠만한 디자인 업무를 맡기면 기본은 합니다.
손혜원 보세요. 뭘 만들어도 기깔 나게 뽑잖아요.
몇몇 분들은 이제석이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아니에요.
의도가 있다고 해도 기본적인 구도나 배치를 엉망으로 하진 않잖아요.
정말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다면 따로 뒀을때는 별로여도 같이 뒀을때 X 환을 탁 칠만하게 참신해야 합니다.
평소 이제석이 만든 광고를 보면요.
근데 같이 두면 더 구리잖아요. 제가 보기에 저건 이제석 작품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해가 안됐던 부분이 국당 선거 지원이 아무리 체계가 안잡혀있다고 해도
국당 대선캠프 요직에 앉아있는 문병호, 주승용, 김경진은 최소 선거 2번씩은 해본 선거 전문가들인데
저딴 포스터를 OK 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죠.
그래서 머리를 한번 굴려봤는데 딱 한가지 결론이 나오더군요.
저건 탈락 용 시안이다. 근데 디자이너 의도와 다르게 최종 결정자가 저걸 몹시 마음에 들어했다.
디자인 작업을 할 때 보통 시안을 만들면 최소 A,B,C안 3개를 만듭니다.
그러면 디자이너가 디자인할 때 A,B 안은 스타일을 다르게 해서 2가지를 뽑고
1가지는 누가 봐도 구린 탈락 용 시안을 일부러 허접하게 만듭니다.
클라이언트의 선택지를 의도적으로 줄여 버리는 거죠.
물론 그 구린 시안에도 그럴듯한 명분을 붙이긴 합니다. 이런 의도로 이런 파격적인 안이 나왔다.
제작하는데 시간 문제도 있고 계속 수정 보완하면 서로 지치거든요.
심한 경우에는 A만 그럴듯하게 만들고 B,C를 엉망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클라이언트가 허접하면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나오기도 해요.
업체에서 말빨로 클라이언트를 설득할 자신이 있다면요.
자 그러면 이런 가능성을 생각해보죠.
디자인 업체가 국당에 시안을 몇 개 줬을 겁니다. 대선 포스터니까 최소 3~5개는 되겠죠
그중에 물론 스탠다드한 시안이 있었을 거에요.
5개라고 치면 3개는 색감이나 구도 배치 같은걸 다르게 해서 3개 뽑고
나머지 2개는 정말 획기적인 시안이었을 겁니다. 그중에 하나가 저 주먹이었을 거고요.
그런데 철수형이 저 주먹에 꽃힌 겁니다. V3를 상징한다라는 건 디자이너가 붙인 말일 꺼 에요.
디자이너 의도와 다르게 거기에 꽃힌 거죠.
V3를 무료로 배포하는 선한 철수님의 이미지 같은 거 말이에요.
김경진, 주승용 같은 애들이 극렬 반발했을 거에요.
근데 철수형이 저기에 너무 꽃혀 있으니까 밀어붙인거죠.
평소 국당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가설이에요.
실제 디자인 컨펌 받을때도 저런 경우가 꽤 있습니다.
탈락용 시안이라고 만들었는데 의도와 다르게 클라이언트가 너무 마음에 들어하는 경우.
그러면 저 허접한 포스터에 의외로 디테일이 많이 들어가 있는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것보다 더 구렸을 거에요.
근데 클라이언트가 이걸 마음에 들어하니까 이걸로 만들어야되니까 포기하고 최대한 분칠을 한거죠.
이제석은 분명 자기가 안 만들었다고 할 꺼에요.
디자이너들이 자존심이 얼마나 쎈데 자기가 포스터를 안 만들면 안 만들었지 자기 이름 걸고
이제석이 안 만들었다고 하면 제 가설이 맞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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