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네요. 약간 센치해져서 며칠 전에 내가 느낀 거 몇 자 적어요.
결혼도 했고 애도 다 키웠고 친구나 사회생활을 통해서 사람 사귀기 등을 다 하면서 살아온
사람인데 최근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가더군요.
뭐냐면 전 이제껏 살면서 누군가에게 나쁘게 한 적도 모질게 한 적도 없고 기질도 순하고
하여튼 먼저 공격하거나 남을 왕따 하거나 뒷말 하고 무리짓고 이런 건 생각도 못하는 그냥 상식있고
약간 더 보태자면 좋은 대학 나와 해외서 박사도 했으니 그런대로 교양도 있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살아온 시간이 있다보니 그만큼 인간관계에서 나는 잘한다고 했는데 내가 한 것만큼
나도 이해받거나 존중받지 못한 기억도 있어요.
그 이유가 요즘 생각하니 제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군요.
뭐냐면 전 항상 누군가의 평가, 어릴 때는 엄마한테 좋은 소리 듣고
잘 해서 아무 일 없이 넘어가는 거가 중요한 환경에서 컸어요.
그게 사람을 대할 때의 저의 태도나 성격을 형성한 거 같고 그래서 항상 혼자가 아닌 누군가를
알게 되고 인간관계가 생기면 타고난 기질대로 순하고 또 상식선에서 상대에게 잘 하지만 관계가 지속되면
항상 주도권이 상대에게 있고 그 상대가 마음 다치지 않게 그 상대가 좋아야 나도 좋은,
그래야 평화롭고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 그런 식으로살아왔다는 걸 알게 됐어요.
결혼하고 몇 십년 살고보니 비슷한 상황일 때 저의 남편이 결정을 내리거나 이유를 말할 때를
들으면서 속으로 깜짝 놀랄 때가 많았는데 판단의 기준이 본인 위주더라구요.
전 이러이러하면 상대가 어떨까 등으로 생각하는데 남편은 내가 ...한데 그러면 어떻게 해, 어쩔 수 없지
이런 식인거에요. 남편 부모님은 자식들을 그 나이대 분들 생각하면 굉장히 민주적으로
키우셨고 또 자식들도 다 국내최고 대학을 갔으니 공부도 잘해서 그랬겠지만 형제들 모두 다어릴 때
부모님한테 맞은 일도한 차례도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부모님들 두 분도 지금도 서로 존대하시기도 해요.
그래서 그런지 남편이 몰상식하다거나 몰인정 아니면 비상식적인 일은 없지만
어떤 일을 못하거나 결정하게 될 때 남의 평가, 눈치, 남의 사정 위주로 나를 거기다 맞추는게 아니라
내가 안되면 할 수 없지 인거에요.
전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고 그게 사실은 그렇게 해서 상대와 관계가 끊어지지 않고 유지가 되기도 하지만
남녀 관계일 경우는 꼭 첨엔 제가 튕기다가 뒤에 가선 제가 남자에게 맞추고 나중에는
크게 대접 못 받고 그런 식이었거든요.
그러다보니 가끔은 나는 잘한다고 한건데 존중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일이 생긴 적도 있으니까
내면에 상처도 있고 그럴 때는 그 사람들이 문제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지내왔는데
남편을 보니 저는 예를 들면우리가 형편이 어려울 때 형편이 어려우면
저는 그래도 남한테는 남이 기대하는 나의 모습과수준에서 뭔가를 하는데
남편은 내가 어려운데 어떻게 할 수 있냐며 안 하든지 아예 안 만나든지 자기 있는 그대로 하든지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항상 당당하고 속이는 것도 없고 하여튼 마음이 남에 의해서 결정되고
애를 쓰고 속을 끓이거나 그런 일이 거의 없어요. 그러니 저한테도 짜증도 안내고
좀 오래 살다보니 아, 내가 나는 애쓴다고 썻는데 마음 상하고 하는 게 내가 뭐가 문제인지
또 나는 항상 누군가를 인간관계에서 좋아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항상 종속적 입장과 모드가 되는데 그게 나인데 그러니까 항상 끌려다니고 상처도 받고 문제가 되는구나
하고 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됐어요.
최근에도 어떤 분하고 관계에서 상황상 끊어내긴 했지만 아마 관계가 지속되었더라면
첨엔 그 분이 호감을 갖고 시작해서 나중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소리,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내 노력이 결국 내가 종속적 입장이 되어서 결국에는 나만 이용당했다는 생각으로 끝났을거란 생각을
하니 상황상 끊어내긴 했지만 나의 태도, 심정적 대인방식에 문제가 있었구나 싶더라구요.
저같은 비슷한 타입도 있을 것 같아 비와서 한 번 써봤는데 남에게 맞추는 일은
자꾸만 나만 작아지는 일인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