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와 기차가 박치기를 하면 뭐가 이깁니까?
1970년대 초 군에서 막 제대하고 한전에 다니고 있던 신입사원시절이다.
당시 직장 예비군중대 중대장이 40대 중반의 포병(?)인 탱크부대 출신 예비역 대위였다.
예비군 교육시간에는 어김없이 탱크 위용의 자랑을 늘어놓곤 하였다.
탱크가 지나가는 앞에 건물(당시는 농촌은 초가집, 도시라고 해 봐야 일본식 목조의 2~3층 건물이 대부분일 때임)이건, 거목이거, 차량이건 탱크가 한번 포신을 좌-우로 휘두르면 남아 있는 것이 없다고 열변을 토했다.
쉽게 정리하면 탱크는 천하무적이라는 얘기다.
그 당시는 툭하면 예비군 훈련과 교육이 있었고, 직장에서 숙직을 하는 사람과는 별개로 젊은 예비군 직원들은 별도로 예비군복을 입고 총알도 없는 카빈총 어깨에 메고 밤새도록 사옥의 정문에서 보초를 서야 했다.
그러니 젊은 예비군들은 너무나 잦은 예비군훈련과 교육에 불만이 가득했고, 특히 현역의 군인도 아니면서 서울 한 복판에 있는 사옥건물정면에서 1주일에 한 번꼴로 밤새도록 보초를 선다는 것이 여간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의 책임은 아니지만 그 모든 불만이 예비군중대장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하루는 강당에 직장예비군을 모아 놓고 또 탱크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런 때 엿을 먹이기 좋아하는 게 내 못된 성깔머리다.
중대장이 한참 탱크의 위용을 자랑하는데 손을 번쩍 들었다.
필자는 비록 졸병(병장)출신이지만 경북영천에 있는 정보학교교육을 8주 받으며 저급한 군사지식 교육을 받아 웬만한 장교도 모르는 군사상식을 좀 알고 있었다.
3가지질문을 했다.
첫 질문이 탱크와 기차가 정면으로 충돌을 하면 뭐가 이깁니까? 하고 물었다.
순간 장내가 웃음바다가 되었다.
나도 중대장의 답변을 듣기 위해 한 질문이 아니고, 탱크의 자랑을 늘어놓는 것을 엿 먹이기 위한 질문이었다.
그 질문은 무승부로 끝났다.
다음 두 번째 질문
6.25때 남한의 개인화기는 M-1소총이었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M-1소총에 상대되는 북의 소총은 뭣 이었습니까? 하고 물었다.
누구나가 다 아는 아카보소총(일명 따발총)이라는 대답을 했다.
그 것뿐입니까?하고 재차 다그쳐 물었다.
중대장이 우물쭈물 했다.
그래서 내가 우리의 M-1소총에 대응되는 북의 소총은 소련제 <짹째로프>소총, 역시 소련제 <시모노프>소총, 그리고 체코슬로바키아 제 <모신나칸트>소총입니다.(하도 오래 되어서?)
했더니 중대장이 좀 머쓱한 표정이었다.(그래도 장교출신이니 어렴풋이 들어 본 기억은 있을 것이다.)
내친김에 3번째 질문을 던졌다.
우리 군사비밀이 1.2.3급 비밀로 나뉘어진 것은 누구나가 다 압니다.
그렇다면 그 정의(뜻)는 뭡니까? 하고 물었다.
알 턱이 있나?
뭐 국가나 군에서 꼭 지켜야 할 아주 중요한 비밀이라고 우물쭈물 했다.
내가 말씀 드리지요!
3급 비밀은 누설되었을 때 국가방위에 손해를 끼치는 비밀
2급 비밀은 3급 비밀의 중간에 “중대한”세자가 더 들어가는 비밀, 즉 누설되었을 때 국가방위에 중대한 손해를 끼치는 비밀
1급 비밀은 누설되었을 때 “전쟁 유발”, “외교단절”, “국가방위에 핵심이 되는 군사과학 기술(핵 개발 등을 뜻하는 것일 것임)”입니다. 하고 속사포로 쏘아 붙였다.
이상 군사지식은 비록 졸병출신이지만 정보학교에서 배운 군사상식이고 하도 오래되어서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대충의 뜻은 위와 같은 것이고, 지금은 1.2.3급 비밀의 정의가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다음 예비군교육부터는 중대장의 탱크자랑이 확- 줄어든 것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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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북한관계가 탱크와 기차가 마주보고 달려가는 형국입니다.
남한은 그 사이에 낀 초가집과 목조건물입니다.
그 기차에는 핵폭탄이 가득 실려 있고 탱크는 동해바다에 떠 있는데 거기에도 역시 북한을 단 한 방에 초토화 시킬 수 있는 핵폭탄이 가득 실려 있습니다.
1992~1994 1차 핵 위기 때는 북한은 아들 김정은이 보다는 그래도 생각이 깊고 연륜이 있는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였고, 미국에는 클린턴이라는 사려 깊은 대통령이 있을 때였고, 대통령재직 시에는 미국인들에게 인기가 별로 없어 재선에도 실패했지만 물러나고 나서 가슴 따뜻하고 지혜로운 그의 참 모습을 본 미국인들이 그를 재평가를 하여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카터 전 대통령이 있어, 한민족은 알지도 못 하는 사이에 한반도가 잿더미가 될 것을 아슬아슬하게 그 위기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트럼프 : 북한은 김정일 = 서로 폭탄과 화약을 가득 실은 탱크와 기차가 마주 보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자갈밭에 튀는 럭비공이고, 정은이는 철부지가 바싹 마른 잔디밭에서 성냥을 그어대며 불장난을 하고 있는 꼴입니다.
미국에서 카터와 같이 발 벗고 나서서 이를 말릴 사람도 없습니다.
당시 카터의 방북을 조언한 사람이 김영삼에게 3번째 대선에서 지고 떨어져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과 미국을 오가던 김대중이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지금 한국에는 이를 심각하게 깨닫는 사람조차 없습니다.
그저 사드 하나면 만사형통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마주보고 달려가는 탱크와 기차가 과연 어찌하려는지?
한반도의 운명은 과연 어찌되려는지?
가장 숨 가쁜 순간이 북한의 6차 핵실험을 하는 순간 같습니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넘겨야 하는데!
하늘이시여!
땅에는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사람이 없으니, 하늘이 나서시옵소서!
이 민족이 무슨 큰 죄를 그리 많이 지었기에 이런 시련을 베푸시나이까?
불쌍한 이 민족을 어였비 여기시옵소서!
나무 관세음보살!
할렐루야 아 멘!
인 샬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