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광화문광장에서 있었던 몇 토막 얘기
세월호 3주기 추모제를 어찌 모른 체 할 수가 있나?
저녁 8시에 선약이 있어 일찍 돌아오기 위해 조금 일찍 나갔다.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광화문광장에는 그렇게 시민들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마이크 소리가 웽웽거리는 대한문 앞으로 향했다.
대한문 앞과 시청광장을 꽉 채운 태극기 물결이 박근혜에게 청와대를 돌려주라고 악을 쓰고 있었다.
그러더니 을지로 입구를 향하여 시가행진이 시작되었다.
다시 광화문광장으로 오기 위해 청계광장 소라탑 앞을 지나는데 을지로 시가행진에 참석하지 않는 여성 몇이서 자기들끼리 태극기를 흔들어대며 “박근혜대통령”을 고래고래 외치고 있었다.
그런 때 못 본체 할 수도 있지만 내 못된 버릇이 그걸 참지 못 한다.
그중에서 가장 젊어 보이는 50대 여성을 붙들고 “그렇게 죽은 자식 불알(차마 여성의 그걸 로는 말 할 수 없어서 속담대로 ‘불알’로 했음) 쓰다듬으면 거기서 뭐가 나옵니까?”하고 엿 먹이는 소리를 했더니,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더니 금세 엿 먹이는 소리임을 깨닫고 눈을 부릅뜨고 깃대로 내려치려고 달려들지만 할망구들한테 맞을 내인가.
동아일보사 앞마당으로 오자 늙은 영감 둘이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같이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그 영감들한테도 엿을 먹이기로 했다.
앞으로 다가가서 “영감님!”하고 친절하게 불렀더니 자기들을 응원이나 해 주는 줄 알고 웃으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기왕이면 구색을 맞추셔야지 하나가 빠졌네요.” 했더니 뭐가 빠졌느냐고 되물어 왔다.
그래서 “박정희가 얼마나 서운하겠습니까?, 기왕이면 박정희의 조국 일장기도 같이 들으셔야지요!”하고 내 뱉었더니 영감 둘이서 도끼눈깔을 부라리며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동아일보사 앞은 중립의 비무장지대도 아닌 광화문광장의 촛불에 가까운 쪽이다.
젊은이 둘이서 달려들어 영감들의 앞을 막으니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시늉을 하며 “에이- 나쁜 놈!”을 연말하며 멀어져 갔다.
그 젊은이들은 내가 앞서 여성들에게 엿을 먹이는 것을 보고 통쾌하다며 나와 악수를 청하여 나눈 뒤 내 뒤를 따라오고 있던 젊은이들이고, 든든한 울타리가 있는 것을 믿고 나는 숫자로는 열세인 영감들에게 엿을 보기 좋게 먹였던 것이다.
광화문광장으로 오니 비각 앞을 돌아 시위대가 미대사관 앞을 향하여 다가가고 있었다.
그들은 미 대사관에 사드배치를 항의하는 시위대였다.
경찰이 미 대사관 앞을 철통같이 경비해서 시위대는 흩어져 광화문광장에 삼삼오오 나뉘어 앉아 있었다.
그중에서 깃발에 “성주 ???”라고 쓴 깃발이 보여 거기로 가서 “성주에서 오신 분들입니까?”하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주변에서 큼지막한 흰 종이하나를 주어 “<사드>는 <사드>고, <선거>는 <선거>다. 4.12 재보선에서 대구경북에서 100% 자유한국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을 보라! 아직 멀었다. 대구 경북에 사드를 촘촘히 심어 피눈물을 흘려봐야 그때서야 후회하고 깨달을 것이다.” 하고 써서 성주팀의 앞에 들고 있었더니 40대쯤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앞으로 오더니 내가 들고 있는 피켓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자신도 선거결과를 보고 염치가 없고 우리 경북사람들 아직 멀었다고 솔직하게 시인을 했다. 그러면서 그 글을 갖고 가서 성주의 마을회관에 붙여놓기 위해 달라는 것이었다.
상당히 생각이 깊은 사람 같았다.
흔쾌히 그 종잇조각을 그에게 건네고 나는 아쉬운 발걸음을 집으로 옮겼다.
성주나 김천에서도 사드기지가 들어서는 동네의 선거가 아닌 군이나 시 전체로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면 모르면 몰라도 자유한국당후보를 당선시킬 것이다.
나중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사드반대 시위대 2명이 선거법위반인가 뭔가로 경찰에 연행이 되었다는데 그 뒷소식은 모르겠다.
5월 9일 선거결과가 어찌되려는지?
대한민국의 앞날은 어찌되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