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시답잖은 주저리예요.
5개월넘은 아기 키우고 있어요.
계획임신이 아니었고
임신기간에도 뭔지 낯간지러워서 태담 한번 제대로 못하고
막달까지 일하면서 그냥저냥 지나왔는데.
요즘 정말 행복해요.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이 제 인생의 황금기라는 것을...
꼬물거리는 아이는 생각보다 더 귀엽고
낳기 전에는 산후우울증이나 육아우울증 걱정 했는데
아직까지는 아기랑 보내는 시간이 좋아서 오히려 임신 전보다 우울한 기분은 없어요.
그냥...신생아때 두시간 간격으로 깨서 젖물리고 잠 못자도 행복하더라구요.
물론 중간중간 울고싶은때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데 책보며 아이키우기가 쉬운건 아니지만
그래도 참 행복해요.
요즘은 몇개월 살았다고 엄마보며 방긋방긋 웃어도 주고.
유모차 밀고 놀이터에 산책도 가고 시장도 한번씩 내려갔다 오고 하는
그런 일상도 참 신나구요.
(겨울에 태어나서 5개월은 정말 아기랑 둘이 집 안에만 있었거든요.)
대학다닐때부터 꼬박 15년을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했는데
지금이 내 인생의 휴식같은...
똑같이 밤을 새도 아이 키우면서 밤 새는건 뿌듯함이 있는 것 같아요.
일 할때 성취감도도 물론 있지만
워낙 쌍욕 수준인 클라이언트들 상대하며 슈퍼을 위치였던지라..하하
아이 하나 낳아놓고 남편하고 둘이 서로 안으려고 하고
서로 뽀뽀하려하고 그렇게 신기하게 쳐다보며 말 그대로 알콩달콩 지내는
지금 이 순간도 너무 빨리 지나가겠죠?
첫 아이 낳아서 신기해서 들여다보던 시기가 인생의 제일 행복한 시기인데
너무 빨리 지나가더라는 친정엄마의 말씀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아기같은 모습이 정말 좋은데...
천천히 크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이 너무 아까워요.
아직은 겨우 뒤집고 제자리에서 도는 정도인데
주변에서 얘기 들어보면 기기 시작하고 걷기 시작하면 완전 헬이고
좀 더 지나서 18개월 반항기가 오면 정말 힘들다 하더라구요ㅠ
18개월이 문제겠어요-
아이가 점점 자랄수록 고민은 몇갑절로 커지겠죠.
사춘기도 올 테고-
지금은 그냥 젖 주고 안아주고 이뻐만 해주면 되는데
앞으론 복잡다양한 힘든 일들이 엄청나게 기다리고 있겠죠?
미래를 생각하면 머리가 참 복잡해져요-
아이가 좀 크면 다시 일도 해야 할테고...
지혜롭게 아이를 키울만한 그릇이 안되는데 싶어 걱정도 되고...
양가부모님도 아직 건강하셔서
아이랑 같이 부모님 만나고 하면 참 좋은데
부모님은 또 해가 갈수록 약해지시겠죠...
그런것도 참 생각하면 두렵고...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걱정 많은 스타일은 이래저래 힘드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