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가 세월호 때 뉴스룸이 그래도 가장 성의를 가지고 보도한다 해서 몇번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본 적이 없었구요.
하필이면 작년 출장갔을 때 최순실 태블릿 사건이 터졌습니다. 한국에 돌아오니 난리가 났더라구요.
그래서 유튜브니 뭐니 하며 동영상 뒤져 열심히 밀린 뉴스 봤구요.
그러다 보니 단 하루라도, 그것도 실시간으로 보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구요.
그래서 앱도 깔고, 네이버 실시간 또는 오밤중이라도 그날그날 뉴스를 챙겨 봤죠.
심지어 저녁 약속도 안 잡고 평일 저녁이면 뉴스 시간 맞춰 후다닥 달려왔더랬죠.
홍석현이 속 빤히 보이는 사퇴를 하고, 손석희가 비장한 표정으로 언론인의 해야 할 바를 뉴스 브리핑에서 말할 때
영화에서 보듯이 저 멀리 시커먼 먹구름이 그의 등 뒤에서 턱 하니 다가오는 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너무 전환이 빠르네요. 민주당 경선 끝난 시간, 퇴근하는 길에 일부러 차를 길가에 대고 손사장이 문재인 인터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두 가지 물어보더군요. 아들 취업과 안보관. 그것도 아주 날카롭게.
손사장은 문재인에게 특별히 친절할 이유가 없고, 탄핵 전 인터뷰에서도 그런 태도여서 놀랄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탄핵 전 인터뷰는 후보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그의 의견을 물어보는 정도였죠.
그런데 막 경선 끝난 사람에게는 그냥 덕담으로 마무리하고, 저런 질문은 예고편 정도로 하는 것이 좋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날 손석희 태도는 아예 지금 끝장내자는 투였습니다. 갸우뚱했습니다. 문재인을 특별히 편들 이유도 없고, 손사장의 나름 일관성 있는 태도이긴 하나 왜, 저 때, 저런 식으로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자기 나름의 아픈 면역 주사를 미리 때리는 걸까라고 일단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같은 자리에 안철수가 나왔습니다. 차떼기 질문에 대해 도돌이표를 법적으로 엄중하게 대처하겠습니다를 반복하더군요. 질문의 강도가 문재인에게 향한 것과는 달랐습니다. 문재인 아들 얘기와 밸런스를 맞추려면 아내 임용을 물어봤어야죠. 나중에 팩트 체크에서 기계적 중립 맞추려 시도는 했지만 그것은 나중이고, 손석희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손석희 본인이 경선 끝나자 마자 정신없는 후보에게 찌르듯이 물어보는 것 치고 형평성이 다르잖습니까?
뿐인가요? 문재인의 답에는 몰아치듯 반격을 가하던 손석희가 영혼없는 반복대답만 하는 안철수에게는 그 예봉을 휘두르지 않았습니다. 자기를 엿먹이려고 나왔던 홍준표에게조차 적당한 응대를 했던 손석희가 과연 안철수가 어이없어서 질문을 그렇게만 하고 말았을까요? 누구를 편들고, 누구를 지지하고가 아니라 두 후보보다 오히려 손석희 관점에서 뉴스를 따라가려 했던 저로서는 저게 무슨 수작이야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대학 교육씩이나 받고 직장 생활 오래 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이 웬만큼 보이는 필부필녀의 눈에도 보이는 태세 전환을 뉴스룸은 혹은 손석희는 뭐라고 변명하려는지요?
이번 주에 들어서 급격한 흔들림을 보고 아, 몇달에 걸친 열정이 짜게 식는구나라고 체감합니다.
손석희 본인도 마음 무척 괴롭고, 이제 때가 되었나 싶기도 할 것 같습니다.
뉴스룸에 붙잡혀서 보낸 한시간 반을 이제는 독서로 다시 바꾸니 훨씬 마음의 평화가 다가옵니다.
한 두건 갖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할지 모르나 경험상 결정적인 헛발질 한두번이 사실은 본질적인 것이더라구요,
남은 한달은 열심히 책 읽고, 민언련 활동이 지적하는 내용을 보며 뉴스를 역으로 추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얻은 어려운 기회인데, 87년 실컷 죽으라고 항쟁하고 결국 노태우에게 갖다 바친 더러운 기억이 지금도 생생한데 뒷짐지고 우리들의 땀과 노력과 눈물을 낼름 삼키려는 세력에게는 절대 이 대한민국을 빼앗길 수 없습니다.
뉴스룸, 제발 주말 동안 기자들끼리 치고박고 싸우며 심각한 내부 성찰 좀 해 보십시오. 너네가 잘나서, 너네가 예쁘다고 우쭈쭈 해 주니 이것들이 새로운 괴물이 될 가능성 미리 차단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