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길어요.)
아이가 초등 2학년입니다.
2학년 이틀째가 되던 날(3월 3일) 선생님 좋으냐고 물으니
'아니, 선생님 무서워.'라고 답했어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 1학년, 주일학교, 학원 모두
선생님이 좋다거나 재미있다고 긍정적인 대답을 했던 아이예요.
이제 겨우 이틀을 겪은거니까 좀 더 지켜보자 하는 마음으로
2주일이 지난 후에 다시 물었어요. 여전히 '선생님은 무서워.'라고 했어요.
무엇때문에 무섭냐니까 야단을 자주 치시고, 웃는 얼굴을 안 보여주신대요.
야단이야 2학년 아이들 한창 시끄러울때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웃는 얼굴을 안 보여주신다는 부분이 좀 걸렸어요.
학교설명회에 가서 선생님을 뵈니 본인은 엄하게 하는 편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왜 엄하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으셨어요.
저희 아이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모두 선생님이 무섭다, 싫다 라고 했다고
그날 왔던 엄마들이 이야기했었는데 그냥 본인은 엄하게 한다. 이렇게만 답하셨어요.
저희 아이는 남아라서 그런지 하교 후 학교 이야기를 거의 해주지 않아요.
여자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엄마들을 통해 건너건너 듣는 정도였는데
지난 주말에 한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들이 왜 선생님을 무섭다고 하고 싫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고요.
아이마다 무섭다는 상황이 다르니 자기 아이의 상황만 전해주기는 좀 그렇고
저희 아이에게 '선생님의 카메라'에 대해서 물어보라고 했어요.
방에서 노는 아이를 불러서 혹시 '선생님의 카메라'를 본 적이 있냐고 했더니
갑자기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면서 저에게 잘못했다고 비는거예요.
잘못했다고 안 그러겠다고요. 여기에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알게되었어요.
엄마가 너 혼내려는게 아니다, 다만 다음주에 선생님과 상담을 해야해서
네가 힘들거나 어려운 것이 있으면 엄마가 미리 알고 선생님께 도움을 구하려는 것이다,
너와 하는 이야기는 선생님에게 하지 않을 것이다 등등
여러번 거듭해서 진정을 시키니 아이가 계속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말을 꺼냈어요.
"선생님한테 카메라가 있어.
내가 잘못하거나, 친구가 잘못하면 선생님이 카메라를 가지고 와.
그리고 그걸로 사진을 찍어.
그 카메라는 잘못한 걸 찍어주는 카메라라서 내가 잘못한 걸 찍으면
그 사진이 엄마한테 보내진대. 그래서 집에 가면 엄마한테 혼날거래.
내가 복도에서 친구랑 뛰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카메라로 나를 찍었어.
그리고 엄마한테 보낼거라고 야단쳤어."
눈물콧물 펑펑 흘리며 이야기를 하는데 기가 막히다 못 해
분노가 올라오더라고요.
이제 9살인 아이들이에요.
서로 밀치고 때리는 폭력도 아니고, 이상한 말을 하는 하는 언어폭행도 아니고,
그냥 복도에서 뛰어도(이 부분은 위험하다고 하지말라고 아이에게 다시 알려주기는 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옆 친구와 조금 큰 소리로 대화만 해도,
알림장을 빨리 받아쓰지 않아도 카메라로 찍힌대요.
(아이마다 다르니 느리게 쓰는 아이도 있겠지요.)
지금까지 저에게 실제로 그런 사진을 보내주신 적은 없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그런 말은 큰 협박일 거예요.
무엇보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서 엄마에게 간식을 조르며
놀이터로 나가 놀 아이들이 그간 그 카메라에 공포를 느끼며
집에 가면 얼마나 혼날까 노심초사하며 엄마를 대했다니
불쌍하고 마음이 아려서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저에게 '선생님의 카메라' 정보를 알려준 엄마에게
다시 연락을 했더니 자기도 다른 엄마에게 들은건데
딸에게 물어보니 딸도 깜짝 놀라며 무조건 잘못을 빌기부터 하더랍니다.
제가 이번주에 학부모 상담이 있어요.
남편도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무척 고심하며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알아야겠다고 같이 가겠다고 한 상태입니다.
선생님께 '그런 방법으로 아이를 대하는게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선생님의 교육관이나 지도방침을 반대한다는 걸 말씀드리면 선생님께서 오해하실 것도 같고요.
상담시간이 길다면 좀더 심도있게 이야기를 하겠지만
겨우 15분 정도의 상담시간에 아이의 학교 생활과 그 문제까지
별다른 양측의 오해없이 대화를 나누기에는 무척 빠듯할 것 같아요.
하지 마세요! 할 수도 없고, 저희 아이가 무서워해요. 하기도 어렵고.....
저도 나름 교육학으로 석사까지 하고 교재도 냈는데 학습자는 성인대상이거든요.
말도 안되긴 하지만 혹시 아동교육학은 저런 방법도 있는건가요?
내일 상담 때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주말내내 잠도 못 자고, 입맛도 없고,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만 불쌍해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