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니 어제는 이사오고 미루고 미루던 지역 도서관의 회원증을 만들었어요. 작지만 좋았던 곳. 도시락 까먹기 좋은 휴게실까지.
동네 슈퍼에서 장을 봤고 평온한 하루의 끝.
산수유인지 노란 꽃을 홀린 듯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남겨놨네요.
남편이, 저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작은 언쟁끝에 뱉습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시간이 멈춘 듯 했습니다.
언쟁의 시간은 채 이삼분도 안 되었을 거예요.
헤어지자.
남편의 말에 그러자고 했습니다.
충동적인 말이 아니란 걸 알아요.
그 사람이 결혼 십 몇년 동안 그런 분위기와 무게로 말한 것은 처음이거든요. 우린, 많은 고비들을 넘기며 잘 지내왔고, 시간을 쌓고 신뢰해 왔기에 그 말이 홧김의 단발성 말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아요.
언젠가 82쿡 글에, 부부가 아무 문제 없으나 멀어진다는 글이 있었어요.
저는 그 글에 정성껏 진심을 다해 답글을 달았었어요.
저는 남편이 연애와 결혼 기간 내내 진심을 다해왔고 노력하고 희생했다는 걸 알기에, 그가 유책배우자가 아닌 한은 그가 더 이상 나와의 혼인 유지를 원치 않을 때는 놓겠다 얘기했었어요. 그도, 나도 한번뿐인 생을 살기에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요.
눈물은 나지만, 담담하네요.
남편과 저, 둘 사이 많은 시간이 쌓여 있어요.
그 사람, 제게 잘 했고 좋은 남편이었어요.
유난히 좋았던 봄날, 저 이 사람 더 늦기 전에 꽃길가라고 놓을 겁니다. 전 제 길 가야죠.
우리가 헤어지는 이유.
작지만 힘들었던 차이나는 생활 패턴. 그냥 이게 다예요.
평범했고 어떤 때는 주변에 휘말려 힘들기도 했었고.
그치만 주변보다 우리 안에서 어떤 무엇이 작용했다는 것이겠죠.
유난히 좋았던 날
봄날 조회수 : 1,015
작성일 : 2017-03-31 01:54:00
IP : 175.194.xxx.89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robles
'17.3.31 1:56 AM (190.16.xxx.181)작가 이경자가 남편과 이혼을 그렇게 했다고 했어요.
몇 십년을 같이 살던 부부가 그렇게 쉽게 헤어질 수 있나 싶지만.2. 마음이
'17.3.31 1:57 AM (223.62.xxx.89)많이 아프네요
유.난.히. 좋았던.날...3. 눈사람
'17.3.31 2:42 AM (181.167.xxx.65) - 삭제된댓글십여년 행복했으니
그 감사함으로 원하는대로 해주고싶어요.
순간순간 좋았던 기억들만 떠올라서
얘들을 어쩌나 고민해봅니다.
이 또한 나의 보물이라 여기고
새로운 날들을 기쁘게 맞이하려구요.4. midnight99
'17.3.31 2:46 AM (90.198.xxx.46)슬픈 글인데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글이기도 하네요.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담담함도 느껴지고요.
힘내세요 원글님. 어떠한 일이 앞날에 놓여있든, 단단한 심지를 지니고 계심이 보입니다.5. 패랭이
'17.3.31 7:10 AM (49.169.xxx.52)살아보니 함께하는게 최선이 아닌날들이 있더라구요. 두분이 함께
십년 행복했으니 혼자서도 충분히 둘이었을때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행복 느끼며 살아가실거라 믿어요.
아이들도 그맘 헤아려 엄마이해하고 잘성장해나갈거예요.
유난히 좋았던 날! 그런 날들이 하루하루 쌓여나가길 바랍니다.
어떤 마음이실지 공감가는 글이라서 저까지 담담해지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694167 |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돈주고 사주공부한 것 9 | 역학공부 | 2017/06/03 | 8,184 |
694166 | 일산은 어디가 학군이 좋나요? 4 | 나무 | 2017/06/03 | 1,857 |
694165 | 누가 성폭력 피해자를 꽃뱀으로 내모나 4 | oo | 2017/06/03 | 904 |
694164 | 산모 병문안 11 | 산모 | 2017/06/03 | 1,645 |
694163 | 저 맞춰주는 거에 과한 자부심 느끼는 남친 | 아아아 | 2017/06/03 | 854 |
694162 | 성수역 근처 아파트 어떤가요 6 | 집 | 2017/06/03 | 2,982 |
694161 | 언론개혁은 반드시 넘어야할 산. 이제는 '참 언론인들'과 함께 .. 14 | 방송의 독립.. | 2017/06/03 | 941 |
694160 | 무한도전 예능연구소는 안하나요? | ,,, | 2017/06/03 | 440 |
694159 | 이 정도면 한소리 들을만한 소비인가요? 35 | .. | 2017/06/03 | 6,810 |
694158 | 유진씨 웃을때 광대 나온게 저랑 유사한데 ..이건 앞광대인가요?.. 7 | aa | 2017/06/03 | 4,417 |
694157 | 푸틴, "나토는 오직 미국 신냉전의 도구일뿐".. 3 | 미국꼬봉나토.. | 2017/06/03 | 561 |
694156 | 무한도전 보고 계신 분 36 | 흠 | 2017/06/03 | 6,320 |
694155 | 햄 어디꺼 드세요? 5 | .. | 2017/06/03 | 1,404 |
694154 | 엄마 간병..조언 부탁드립니다. 17 | ㅇㅇ | 2017/06/03 | 4,188 |
694153 | 코렐그릇 | 질문 | 2017/06/03 | 753 |
694152 | 영어 한 문장 해석 좀 부탁드려 봅니다~ 7 | 오후 | 2017/06/03 | 593 |
694151 | 아파트도 라이프스타일에 맞아야 살지 10 | ㅇㅇ | 2017/06/03 | 2,324 |
694150 | 생리시 질문드려요 3 | .. | 2017/06/03 | 1,168 |
694149 | 도와주세요.. 절실합니다.. 건강해지는 법.. 9 | 건강해지는 .. | 2017/06/03 | 2,046 |
694148 | 50대중후반 자식들에게 봉양받을 나이인가요 22 | 부모 | 2017/06/03 | 6,106 |
694147 | 뭐만먹으면 두통이와요 4 | 상담 | 2017/06/03 | 1,183 |
694146 | 일산 사시는 분께 여쭤볼께요~ 13 | 백병원 | 2017/06/03 | 2,063 |
694145 | 대통령지지율에 관한 궁금증? 2 | 윤준 | 2017/06/03 | 560 |
694144 | 일본에 살아보신분들..일본인들의 국민성은 어떻던가요. 10 | 질문있어요 | 2017/06/03 | 2,420 |
694143 | 김상조 후보 멘탈이 대단하다! 16 | 오늘 보강 | 2017/06/03 | 4,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