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이들 키우는게 참 힘겨워요.
오늘도 초등학생 아이랑 연산문제도 풀고
중학생 아이랑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로 속상해 하는 아이를 위로하기도 하고
함께 수학문제 풀면서 논쟁도 하고
저녁 먹으며 방탄 지민이의 안티 팬에 대해 이야기도 하며 보냈지요.
그러나 매일 매일 아이들과의 일상에서 제게 주어지는 소소한 의무들이 버겁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애써야하는 부모의 의무를 다 하는게 참 무겁네요.
내 인생도 변변히 어쩌지 못하는데
아이를 위해 충고하고 아이의 인생을 계획하고
아이가 세상에서 타인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또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도 살 줄 아는 사람으로 키워내야하는
의무감이 힘들어요.
왜 이런 걸 난 결혼 전에 출산 전에 몰랐을까요.
결혼 전에 알았다면 지금 남편이랑은 결혼도 하지 않았을것 같아요.
아이 없는 삶은 절대 용납이 안되는 남편이니까요.
저 같이 평범한 사람이
내 아이라도 이웃과 함께 할 줄 아는사람으로 키우는 육아를 통해서
이 세상에 좋은 일 하나 하고 가는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제게 힘을 주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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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의미있는 일이 내 가슴까지 따뜻하게 전달이 되는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네요.
가끔 82에
세상에서 아이 낳은 일이 자기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라고 하시며
아이들과 있는 시간들이 제일 행복하다고 하시는 분들 보면 너무 부럽네요.
아이들에게 제가 그런 엄마가 아닌 게 너무 미안하구요.
아주 돈 많은 엄마
똑똑한 엄마가 아닌 것보다
제가 아이로 인해 온전히 기뻐하고
무한히 사랑하는 엄마가 아닌 게 아이들에게 미안해요.
저의 이런 냉랭함은 어디로부터 시작됐을까요.
남들은 내가 아이를 너무 사랑하고 모든 걸 다 해준다고 생각하겠지만
전 알아요. 제 마음 속 깊이 아이들이 한없이 버겁고
전 제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는걸요.
어린 시절 아버지랑 너무도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엄마가
자신의 불행에 매달려서 아빠 닮은 딸이라고
별 정도 주지 않고 냉대했던 탓이었을까요?
첫아이를 낳고
내 아이를 위해 어떤 엄마가 되어야하는지
막막했어요.
엄마란 단어를 떠올리면
그냥 허전하고 휑한
빈가슴....
어떤 따뜻함도 없는 허한 마음에
한밤중 한참을 맥없이 걸었던 기억이 있네요.
둘다 딸아이들이라 아직은 저보다 체구도 작고
엄마 무서워할 줄도 알고
잘 땐 여전히 인형을 한 켠에 두고 자는 아이들인데...
제 감사가 참 부족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