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봄은 겨드랑이 사이로 오는 듯싶었습니다.

꺾은붓 조회수 : 2,067
작성일 : 2017-03-18 05:51:47

          봄은 겨드랑이 사이로 오는 듯싶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불리었던 "산 너머 남촌?"인가 하는 노래!

  그 노래가 아니더라도 봄은 산 너머 남촌에서부터 따뜻한 남녘바람에 실려 산등성이를 산들산들 타고 넘어 오는 줄로 알았습니다.

  그게 아니면 곱게 댕기머리 땋아 늘인 어린소녀가 가녀린 손으로 논두렁 밭이랑에서 냉이 캘 때 대소쿠리에 함께 담겨 오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한 겨울 내내 시큼한 묵은 김칫국에 물리다 모처럼 된장찌개에 넣어 끓인 상큼한 냉이냄새!

  그게 봄 냄새인줄 알고 그 냄새를 맡고서야 봄이 온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서울  

  아니, 서울은 물론이려니와 전국의 도시라는 도시와 사람이 몰려 사는 모든 마을!

  산 너머 남녘바지에는 산이 비좁다고 아파트무리들이 줄 지어 들어섰고, 또 그 앞 산 너머 남촌이 아닌 남녘비탈바지에는 야트막한 뒷산과 키 재기라도 하듯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치솟은 빽빽한 아파트 떼들! 


  분명 숲이 있어야 할 자리에 치솟은 콘크리트괴물 아파트 장벽을 보는 순간 실바람을 타고 왔던 <봄>이 기겁을 하고, 요샛말로 "U턴“을 하여 떠났던 곳 제비의 고향 강남으로 다시 줄행랑을 놓았을 것입니다.

  현대판괴물 아파트는 봄이 기겁을 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가게 하고, 봄이 못 왔으니 여름이 있을 리가 없고, 여름이 없으니 풍년가를 부르며 타작을 하여 노적가리를 만들 가을이 없고, 가을이 없으니 화롯가에 오순도순 쪼그리고 앉아 밤을 구워먹을 겨울이 없습니다.

 농촌에는 초가집 일색, 도시라고 해 봐야 도심 한 복판을 빼 놓고는 판잣집 일색일 때까지의 삶과 봄이 오는 모습이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1년 4계절 마트인지 뭔지에 가면 봄채소, 여름 푸성귀, 가을 열매, 겨울곡식이 "나를 사 가시라!"고 온갖 유혹을 하며 손짓을 하고 있는데 4계절이 따로 있을 리도 없고 사계절 변환을 느낄 여유나 낭만도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거기에 곁들여 지난겨울 내내 촛불 켜 들고 정신박약 두 여자의 지랄염병과 그가 풀어놓은 악머구리들과 부딪히며 광화문광장을 헤매느라 겨울이 가는지?, 봄이 오는지? 느낄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루다 마누라성화에 더는 못 미루고 오늘 따뜻하고 화창한 날을 맞이하여 지난겨울 내내 묵혀 두었던 한 평 남짓한 화단에 봄채소를 가꾸기 위해 큰 화분 크기의 밭을 꽃삽으로 밭갈이를 하다 이마 가죽을 비집고 나온 땀을 팔뚝으로 씻어내는데 치켜든 팔 가랑이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스며들어 겨드랑이 사이에 난 땀을 식혀 겨드랑이 사이가 시원하다가 조금 지나자 서늘하여 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순간 알았습니다.

  아파트가 하늘 찌를 듯이 담장을 둘러쳐서 봄을 막고 서 있어도, 

  아파트와 불도저에 밀려 숲이라는 숲이 모조리 사라졌어도, 

  초가지붕 추녀가 없어져 집 지을 터가없어 흥부네 박-씨를 물고 오는 제비가 이 땅을 다시는 찾지 않아도, 

  봄은 기어이 오구야 마는 구나!


  아- 그 가련한 봄이 이 못난 중생의 겨드랑이 사이틀 타고 올 줄이야! 

  봄이여!

  해마다 이 못난 놈, 남녘을 향하여 곧추서서 겨드랑이 사이를 벌리고 있을 것이오니 이 삭막한 나라와 서울을 거르지 말고 찾아 주시옵소서!


  켜켜이 썩어 문드러진 이 더러운 나라에 모든 사람의 가슴에서 근심걱정 말끔히 씻어내고 훈훈하게 적셔줄 진정한 봄은 언제쯤 오려나?


  그때쯤이면 한참 덜 떨어진 두 여자와 그 졸개들은 옥에 갇혀 콩 밥을 똥 만들고 있으리라!

  올 봄이 다 가기 전에 그런 시원한 꼴을 보려나?

IP : 119.149.xxx.10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ㅗㅍ
    '17.3.18 7:05 AM (218.152.xxx.32)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가 원글님 글 읽는 내내떠오르더군요

  • 2. 꺾은붓
    '17.3.18 7:11 AM (119.149.xxx.105)

    너무 과분한 비교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3. 어유
    '17.3.18 10:15 AM (220.81.xxx.41)

    글이 넘 좋아유
    혼 빠지게 읽었어요
    줄줄줄줄
    도랑물 흐르는 소리같이..

  • 4.
    '17.3.18 10:59 AM (112.214.xxx.81)

    멋진글~ 참 잘쓰시네요.. 읽고나니 기분좋아졌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68203 벌써 4월1일 1 ... 2017/04/01 461
668202 황기철 해군총장은 예우도 안해줬으면서 8 ㄹㅎ 뭐잘했.. 2017/04/01 1,346
668201 미세먼지는 일회용마스크만껴도 도움되나요? 4 궁금 2017/03/31 2,210
668200 청각과민증이라고 혹시 아시나요? 2 ㅇㅇ 2017/03/31 1,646
668199 문재인 까대는 거 어디서 시작하는 건지 참 궁금해요. 20 심하네 2017/03/31 1,046
668198 폭식증 상담 및 치료 조언구합니다. 3 폭식증 2017/03/31 1,477
668197 악수거부하고 삿대질 하는 문재인 35 ... 2017/03/31 3,972
668196 세월호 무릎꿇고 살려달라 빌었던기억이나요. 13 2017/03/31 3,722
668195 윤식당 불편; 37 ... 2017/03/31 21,351
668194 시선 Ep.7 '朴의구속'은 '朴의 가족'도 반긴다? 1 고딩맘 2017/03/31 1,454
668193 아이폰5s 사진파일의 이름이 '날짜'가 아니에요 ㅠ_ㅠ 도와주세요 2017/03/31 1,073
668192 사면 관련 대선주자 입장 4 왜곡 하지 .. 2017/03/31 437
668191 자유당에는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없는 거 같네.. 4 정권교체 2017/03/31 493
668190 감기약 엑티피드 아세요? 3 오잉 2017/03/31 4,658
668189 '들어가면 세 번 운다'는 구치소 생활, 朴은 어떨까 19 ..... 2017/03/31 7,079
668188 TSE 니트 한국에서 철수했나요? 5 ... 2017/03/31 1,505
668187 요즘 스트레스 많은데 윤식당 보니 4 평화 2017/03/31 3,500
668186 [단독] 공범 분리..최순실 '이감'·조윤선 '방 변경' 검토 7 ........ 2017/03/31 2,281
668185 윤식당 끝날때쯤 나왔던 노래 아시는 분?? 1 .. 2017/03/31 1,936
668184 박근혜 “구치소 독방 앞에서 펑펑 울었다” 68 ... 2017/03/31 22,041
668183 내일 국민의당 투표,경기도 입니다!오래기다리셨습니다~~ 4 ㅇㅇ 2017/03/31 533
668182 공릉동 사시는분들 계세요? 칼국수 2017/03/31 832
668181 빅리틀라이즈 하네요 4 Fcccc 2017/03/31 1,136
668180 윤식당 5인분 주문 39 후라이팬 2017/03/31 23,636
668179 윤식당 너무 재밌게 봤어요 4 봉순이 2017/03/31 4,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