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봄은 겨드랑이 사이로 오는 듯싶었습니다.

꺾은붓 조회수 : 2,021
작성일 : 2017-03-18 05:51:47

          봄은 겨드랑이 사이로 오는 듯싶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불리었던 "산 너머 남촌?"인가 하는 노래!

  그 노래가 아니더라도 봄은 산 너머 남촌에서부터 따뜻한 남녘바람에 실려 산등성이를 산들산들 타고 넘어 오는 줄로 알았습니다.

  그게 아니면 곱게 댕기머리 땋아 늘인 어린소녀가 가녀린 손으로 논두렁 밭이랑에서 냉이 캘 때 대소쿠리에 함께 담겨 오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한 겨울 내내 시큼한 묵은 김칫국에 물리다 모처럼 된장찌개에 넣어 끓인 상큼한 냉이냄새!

  그게 봄 냄새인줄 알고 그 냄새를 맡고서야 봄이 온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서울  

  아니, 서울은 물론이려니와 전국의 도시라는 도시와 사람이 몰려 사는 모든 마을!

  산 너머 남녘바지에는 산이 비좁다고 아파트무리들이 줄 지어 들어섰고, 또 그 앞 산 너머 남촌이 아닌 남녘비탈바지에는 야트막한 뒷산과 키 재기라도 하듯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치솟은 빽빽한 아파트 떼들! 


  분명 숲이 있어야 할 자리에 치솟은 콘크리트괴물 아파트 장벽을 보는 순간 실바람을 타고 왔던 <봄>이 기겁을 하고, 요샛말로 "U턴“을 하여 떠났던 곳 제비의 고향 강남으로 다시 줄행랑을 놓았을 것입니다.

  현대판괴물 아파트는 봄이 기겁을 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가게 하고, 봄이 못 왔으니 여름이 있을 리가 없고, 여름이 없으니 풍년가를 부르며 타작을 하여 노적가리를 만들 가을이 없고, 가을이 없으니 화롯가에 오순도순 쪼그리고 앉아 밤을 구워먹을 겨울이 없습니다.

 농촌에는 초가집 일색, 도시라고 해 봐야 도심 한 복판을 빼 놓고는 판잣집 일색일 때까지의 삶과 봄이 오는 모습이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1년 4계절 마트인지 뭔지에 가면 봄채소, 여름 푸성귀, 가을 열매, 겨울곡식이 "나를 사 가시라!"고 온갖 유혹을 하며 손짓을 하고 있는데 4계절이 따로 있을 리도 없고 사계절 변환을 느낄 여유나 낭만도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거기에 곁들여 지난겨울 내내 촛불 켜 들고 정신박약 두 여자의 지랄염병과 그가 풀어놓은 악머구리들과 부딪히며 광화문광장을 헤매느라 겨울이 가는지?, 봄이 오는지? 느낄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루다 마누라성화에 더는 못 미루고 오늘 따뜻하고 화창한 날을 맞이하여 지난겨울 내내 묵혀 두었던 한 평 남짓한 화단에 봄채소를 가꾸기 위해 큰 화분 크기의 밭을 꽃삽으로 밭갈이를 하다 이마 가죽을 비집고 나온 땀을 팔뚝으로 씻어내는데 치켜든 팔 가랑이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스며들어 겨드랑이 사이에 난 땀을 식혀 겨드랑이 사이가 시원하다가 조금 지나자 서늘하여 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순간 알았습니다.

  아파트가 하늘 찌를 듯이 담장을 둘러쳐서 봄을 막고 서 있어도, 

  아파트와 불도저에 밀려 숲이라는 숲이 모조리 사라졌어도, 

  초가지붕 추녀가 없어져 집 지을 터가없어 흥부네 박-씨를 물고 오는 제비가 이 땅을 다시는 찾지 않아도, 

  봄은 기어이 오구야 마는 구나!


  아- 그 가련한 봄이 이 못난 중생의 겨드랑이 사이틀 타고 올 줄이야! 

  봄이여!

  해마다 이 못난 놈, 남녘을 향하여 곧추서서 겨드랑이 사이를 벌리고 있을 것이오니 이 삭막한 나라와 서울을 거르지 말고 찾아 주시옵소서!


  켜켜이 썩어 문드러진 이 더러운 나라에 모든 사람의 가슴에서 근심걱정 말끔히 씻어내고 훈훈하게 적셔줄 진정한 봄은 언제쯤 오려나?


  그때쯤이면 한참 덜 떨어진 두 여자와 그 졸개들은 옥에 갇혀 콩 밥을 똥 만들고 있으리라!

  올 봄이 다 가기 전에 그런 시원한 꼴을 보려나?

IP : 119.149.xxx.10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ㅗㅍ
    '17.3.18 7:05 AM (218.152.xxx.32)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가 원글님 글 읽는 내내떠오르더군요

  • 2. 꺾은붓
    '17.3.18 7:11 AM (119.149.xxx.105)

    너무 과분한 비교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3. 어유
    '17.3.18 10:15 AM (220.81.xxx.41)

    글이 넘 좋아유
    혼 빠지게 읽었어요
    줄줄줄줄
    도랑물 흐르는 소리같이..

  • 4.
    '17.3.18 10:59 AM (112.214.xxx.81)

    멋진글~ 참 잘쓰시네요.. 읽고나니 기분좋아졌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78430 내일 재외선거 시작, 안철수 폭망 27 투표 2017/04/24 3,424
678429 굿닥터에서 주원 말투와 안찰수 말투가 같아요 7 아침 2017/04/24 1,267
678428 김한길 "安 적극적으로 돕는 게 맞다…자리 중요하지 않.. 17 ... 2017/04/24 3,176
678427 시어머니가 제 보험을 들으셨는데.. 8 어휴 2017/04/24 2,523
678426 펌)어제 토론 직전 김경수 의원.gif 12 ... 2017/04/24 3,456
678425 1 플러스 1 인생 11 2017/04/24 1,178
678424 안철수를 지지자들이 왜 안철수를 지지하는지 그 이유를 도통 모르.. 27 .. 2017/04/24 1,764
678423 엠비 아바타 안철수 스스로 자폭 4 이명박아바타.. 2017/04/24 1,200
678422 보험해지문의드려요 ㅜㅜ 1 .. 2017/04/24 629
678421 펌)토론 후 문재인 안철수. 5 ... 2017/04/24 1,974
678420 토론회 다시보기하다 빵터짐 ㅋㅋㅋ 34 ㅂㅋㅋㅋ 2017/04/24 7,306
678419 왜 안철수가 아니고 문재인 지지하냐구요? 8 2017/04/24 746
678418 서울에서 40대 여성이 하루정도 쉬며 놀며 할 수 있는공간 8 리프레쉬 2017/04/24 2,132
678417 문재인이 되길 바래요 8 2017/04/24 535
678416 배꼽빠지는줄 ㅋㅋ 33 ㅋㅋ 2017/04/24 4,142
678415 가사도우미 ㅡ4시간 안에 가능한 일인가요? 12 코오코오 2017/04/24 2,591
678414 제가 예민한가요? 3 2017/04/24 674
678413 오래된 기계식 재봉틀 어떻게 버려요? 4 재봉틀 2017/04/24 1,412
678412 안후보님 다음 토론 소스 드립니다~ 2 국민1 2017/04/24 542
678411 안철수는 자신한테 조금만 안좋은내용 24 ........ 2017/04/24 3,024
678410 꾸준히 만나는 친구 몇명이나 있으세요? 5 ... 2017/04/24 2,484
678409 살트임 1 .. 2017/04/24 438
678408 근데 내꺼하자 노래 정말 좋네요. 1 ! 2017/04/24 670
678407 어떤 한 사람때문에 대선토론회를 짜증나서 못볼 지경이네요 4 .. 2017/04/24 1,156
678406 홍찍문이라더니 4 홍찍문 2017/04/24 7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