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장관이 차기 한국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권교체가 눈앞에 닥치자 사드 일부를 먼저 들여와 ‘알박기’를 하더니 이번엔 노골적으로 차기 정권의 대일 외교에 간섭을 하고 나섰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합의의 이행은 한일 양국에 있어서 국제사회에 대한 책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의 현 정권, 심지어 대통령선거 후 새로운 정권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끈질기게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틸러슨 장관과 마주한 기시다 일본 외무상의 발언은 ‘한일 위안부 합의’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그는 “지역의 어려운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한일, 한미일 협력의 토대인 ‘위안부 합의’의 이행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위안부 합의’가 한미일 동맹을 위해 걸림돌을 제거하는 합의고, 그 배경에 미국이 있다는 점을 역설한 셈이다. 미국과 일본이 한국에 ‘딴소리 마라’고 입을 모으는 것은 한미일 동맹에서 한국이 하위에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가 돈을 내면 한국 정부는 더 이상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거론하지 않는다는 것이 ‘한일 위안부 합의’의 핵심 내용이다. 역사적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합의를 통해 못 박을 수 있는 것이 아닐 뿐더러 한국 국민 사이에서 박근혜 정부의 외교 실책 1순위가 이 합의가 꼽힌다. 정권이 바뀌고 이 합의를 재검토하는 것은 전적으로 한국 국민과 차기 한국 정부가 선택할 문제다. 미국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북핵문제’를 끌어들여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한국에서 그 어떤 문제가 터져 나와도 ‘북핵문제’로 덮는 박근혜 정권과 하등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