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 후 내리는 역이 분당 수내역이었어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는데 코너를 돌려는데 빨간 물감이 두 덩어리정도 시멘트 바닥에 보이고
그 앞에 새끼 비둘기가 웅크리고 앉아있고 피가 거기서 나오고 있었어요.
한쪽 다리로 서있는거 보니 나머지 한쪽 다리가 절단 났나봐요.ㅠㅠ
덩치에 비해 과다출혈상태라 무심히 지나칠 수가 없어 약속이 있었지만 근처 약국으로 뛰어갔네요.
약사한테 여차저차 말하니 지혈되는 가루약을 주면서 뿌리라고 하더라구요. 그럼서 나보고 착하다고;;
저 멀리 그 비둘기가 보이고 이제 이 약만 뿌리면 되겠다 싶었는데 아니 이녀석이 내가 채 다가가기도 전에 움직이더니
상향 에스컬레이터로 힘없이 날개짓하면서 중간쯤에 내려요.
근데 ㅠㅠ 문제는 상향엘리베이터이다보니 지상으로 올라오잖아요.
보니깐..다친 이유가 마지막 그 틈새에서 발이 걸려 다친건데..또다시 그걸 반복하는거죠.
나랑 몇몇 여학생이 그게 눈에 그려지니깐 발만 동동구르고 비명도 지르고..
결국 또 그 틈새에 발이 걸렸어요ㅠㅠㅠㅠㅠ
저 피 공포증 환자라 마음이 너무 아픈데 차마 다가가서 구출해 줄 수가 없어서..
마침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는 젊은 남자한테 "저 비둘기좀 빼주시면 안돼요?"이랬더니
그 남자가 "껴서 있어요"이럼서 그냥 가버리는거에요.아놔..
어찌저찌 그녀석 스스로 빠져나왔는데 남은 한발마저 더 다쳤을테고 그나마 할머니가 에스컬레이터 타고 옴서 비둘기를 훠이훠이 해주니 에스컬레이터 멀리 움직이더라구요.
난 약속땜에 가야하고 어쩌나 발만 동동구르는데 내 옆에 몇몇의 여학생들이 같이 지켜보다가 세상에 2명의 여학생이 각각 119에 전화한거에요.
피가 많이 흘리는 비둘기땜에 사람들이 못지나간다가 주 요지였지만..그래도 비둘기가 안타까워서 할 수없이 119에 전화한거겠지요.
119가 오는 모습을 봐야했는데 약속땜에 그 여학생들한테 계속 있을거냐 물었더니 있겠다고 해서 잘 부탁한다며 전 갔는데..내내 그녀석이 맘에 걸려요. 새끼였고..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나더라구요.
그리고 그 상황에 내가 구해줄 수 없단 현실이 슬펐고 유해동물로 지정된 비둘기에 뭐그리 마음쓰냐 그러겠지만 동물을
키우다보니 새끼동물을 보면 특히 감정이입이 되네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남학생, 여학생의 태도가 비교도 되고..요즘 젊은 애들 이기적이다 하지만 막상 그런 순간에
발벗고 나서 준건 대학생들이었어요.
그 학생들 덕분에 우리나라 미래가 밝단 생각도 들었던..어제 하루 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