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_:*:_:*:_:*:_:*:_:*:_:*:_:*:_:*:_:*:_:*:_:*:_:*:_:*:_:*:_:*:_:*:_:*:_:*:_:*:_:*:_:*:_
마음이 다 드러나는 옷을 입고 걷는다
숨어 있던 오래된 허물이 벗겨진다
내 허물은 얼마나 돼지처럼 뚱뚱했던가
난 그걸 인정한다
내 청춘 꿈과 죄밖에 걸칠 게 없었음을
어리석음과 성급함의 격정과 내 생애를
낡은 구두처럼 까맣게 마르게 한 결점들을
오래도록 괴로워했다
나의 등잔이 타인을 못 비춘 한시절을
백수일 때 서점에서 책을 그냥 들고 나온 일이나
남의 애인 넘본 일이나
어머니께 대들고 싸워 울게 한 일이나
내게 잘못한 세 명 따귀 때린 일과 나를 아프게 한 자
마음으로 수십 번 처형한 일들을
나는 돌이켜본다 TV볼륨을 크게 틀던
아래층에 폭탄을 던지고 싶던 때와
돈 때문에 조바심치며 은행을 털고 싶던 때를
정욕에 불타는 내 안의 여자가
거리의 슬프고 멋진 사내를 데려와 잠자는 상상과
징그러운 세상에 불지르고 싶던 마음을 부끄러워한다
거미줄 치듯 얽어온 허물과 욕망을 생각한다
예전만큼 반성의 사냥개에 쫓기지도 않고
가슴은 죄의식의 투견장도 못 된다
인간의 원래 그런 것이라며 변명의 한숨을 토하고
욕망의 흔적을 버린 옷가지처럼 바라볼 뿐이다
고해함으로써 허물이 씻긴다 믿고 싶다
고해함으로써 괴로움을 가볍게 하고 싶다
사랑으로 뜨거운 그 분의 발자국이
내 진창길과 자주 무감각해지는 가슴을 쾅쾅 치도록
나는 좀더 희망한다
그 발자국이 들꽃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나
나를 깨워 울게 하도록.
- 신현림, ≪창 2≫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7년 2월 23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7/02/22/20170223GRIM.jpg
2017년 2월 23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7/02/22/20170223JANG.jpg
2017년 2월 23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83813.html
2017년 2월 23일 한국일보
http://hankookilbo.com/v/c954c1873f0549648323e2fec0597ba7
발악에도 선이 있다.
―――――――――――――――――――――――――――――――――――――――――――――――――――――――――――――――――――――――――――――――――――――
누구에게나 웅크려야만
견딜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면 견디고 버티자.
터널에 끝이 있듯
힘든 시간도 끝이 있게 마련이다.
- 유은정,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中 - (from. 페이스북 "하루에 한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