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한 분이 투표거부의 문제점을 소소하게 쓴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았는데 선거와 투표의 차이를 아직도 모르세요라고 힐난하기에는 원글님의 글은 유의미한 의문 또는 비판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지금보니 원글이 삭제된 것 같네요. 비판글이 많아서 그런가???
누가 게시판에 82쿡만한 남초사이트없냐구 물으셨는데 엑팍(mlbpark)의 불펜을 추천한 분이 있었는데(저도 그렇게 생각함) 여기서도 원글과 유사한 질문이 있었고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에 지겹다고 하면서도 친절하게 선거와 투표의 차이, 투표거부의 정당성을 열심히 설명하더라구요. 그때 간간히 몇분들이 심도있는 토론을 했는데 투표거부의 합법성, 정당성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차원에서 앞으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나쁜투표로 투표거부를 하자고 결정한 무상급식을 원하는 진보측에서는 이 결정을 하기전에 고민을 많이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투표참여가 곧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슬로건의 정당성에 생채기가 날 것 알면서도 나쁜투표전략을 결정한 것 같습니다. 정상대로 투표했다면 질 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전략적인 측면도 있었던 것 같은데 다행히 조작되고 불법적인 서명인수, 서울교육청이 원한 무상급식안이 주민투표안에 들어가지 않는 점, 5세훈의 서울시장 재신임과 결부된 점 등이 나쁜투표의 정당성과 현명한 전략이었다는 점을 더욱 공고히 했지요.
그렇지만 앞으로 시민단체에서 발의한 그들 나름의 '좋은 주민투표'에 대해서 반대진영에서 늘 '나쁜투표'로 투표거부 운동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것이죠. 주민투표에서 33.3%를 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반대진영에서 알기 때문에 투표거부의 방법을 이용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주민투표보다는 선거에서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인 사람들에게 투표참여 독려할 때 거부할 근거를 마련해 주었다는 것에 좀더 걱정이 됩니다. 분명 투표와 선거의 차이를 가지고 설명하겠지만 출마자 중 내가 원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투표안한다 등 주민투표 거부할 때와 비슷한 이유들을 댈 것에 항상 설득시킬 근거를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표독려하는 사람들에게 좀더 피곤한 일이 생긴 것이죠....후후...
주민투표가 여러번 있었지만 지금과 같이 '나쁜투표'라는 슬로건이 시민들에게 크게 대두된 적은 없었습니다. 투표라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권리 및 의무로 생각해 투표를 안하면 왠지 죄책감을 느꼈던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당장 10월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단순한 투표참여 독려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냉소적인 사람들에게 바로 벽에 부딪칠 수 있기 때문에 82쿡의 개념녀들은 투표참여의 이유를 옛날과 달리 더 많은 근거자료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주민투표와 선거의 분명한 차이, 나쁜투표의 사례, 차선 아니면 차악이라도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 등등...
'나쁜투표, 투표거부'의 전략적 선택이 우리에게 피곤한 일이 아닌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공부를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