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년차입니다.
남편은 꿋꿋이 전세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2002년에 결혼했는데, 그때부터 했던 말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거품경제 와서 곧 집값이 땅을 친답니다.
그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결혼할 당시만 해도 돈이 없었으니 당연히 전세로 시작했죠.
이제 십년차가 되갑니다.
대출 조금만 받으면 집 살 수도 있을텐데, 10년째 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제 부모님도, 남편 부모님도 집 언제 사냐고 물어봐도 절대 집 안살거랍니다.
우리나라 집값은 미쳤다고, 언젠가는 바닥으로 떨어질거라고.
제가 입이 아프게 얘기했죠.
대출받아 집 사는 사람들이 다들 바보냐고, 당신보다 머리가 나빠서 그러고 샀겠냐고, 다 이유가 있고 필요해서 사는거 아니냐고.
그럼 또 이럽니다.
아파트는 자기 땅이 아니라고, 나중에 리모델링 해야하는데, 그러면 또 대출받아서 그 돈 내야하냐고, 외국처럼 이제 아파트들은 슬럼화 되고, 주택만 살아남을 거라고, 주택처럼 자기 땅을 가져야한다고, 아파트는 그런게 없으니 돈 그냥 버리는거라고.
당신처럼 사람들이 집을 안사니 전세가만 하늘 높이 올라가고, 그나마 전세도 귀해지고 다들 월세로 돌아선다고 했더니, 전세금 은행에 넣어둔 이자나 월세나 비슷하답니다. 월세여도 손해날 거 없으니 월세 하면 된답니다.
사실 남들처럼 집을 안사니, 모아놓은 현금이 꽤 됩니다.
그걸 월세로 풀려는 모양입니다.
도대체가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얘기가 통해야 무슨 말을 하죠.
10년 내내 이 문제로 싸우는데 답이 없습니다. 무슨 노친네도 아니고,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아요.
원래 이렇게 벽창호같은 인간이 아닌데, 집문제 하나에 있어서만 딱 그렇네요.
전 지금 사는 동네가 좋고, 애들 내년에 초등학교 들어가면 적어도 십년 넘게 살텐데, 2년마다 이사다니는 것도 지긋지긋하고, 분당 아파트가 20년 가까이 오래되서 전 집 사서 정말 제대로 수리해서 살고 싶은데, 전세로 돌리는 집들은 하나같이 제대로 수리된 곳도 없고, 거지 같고, 아 정말 전 돌아버리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