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노총각과 연애하기

솔과라사이 조회수 : 5,090
작성일 : 2017-02-21 14:42:20

 

노총각들이 턱없이 눈 높아 어린여자만 좋아하거나

능력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아무도 구제해 줄 수 없는 사람만 남았거나,

그런건 아닌것 같아요.

 

저는 사십대 중반의 애없는 돌싱이고

작년과 올해, 어쩌다보니 두 명의 노총각을 만났어요.

 

작년에 만난 친구는 네살 연하의 공무원이었는데

젊었을 때 다른 일 하다 시험을 늦게 보는 바람에

자리잡는데 시간이 좀 걸린데다

성격이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보니 결혼시기를 놓쳤더군요.

그리고 굳이 누구 소개로 만나기 보다는 좀 자연스럽게 만나고 싶다는

그런 바람도 한 몫한것 같고요.

어쨌든 집안도 무난하고 착실하게 벌어서 모은 돈도 있고

키도 크고 인상도 좋고

현실적인 조건은 물론 인성까지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저처럼 연상의 돌싱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 거리낌도 없었어요.

쉽게 보거나 한 것도 아니고 아주 정중하게 대했고

잘해주었고요.

다만, 헤어진 전남편과 너무 비슷한 점이 있어서 거기에 대한 저의 거부반응 때문에  

두어달 가볍게 데이트만 하다 헤어졌는데

결혼하면 좋은 남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지금 만나는 사람도 네살 연하의 총각이에요.

이 사람은 저도 많이 좋아하는데,

역시 정중하고

여러가지 참 괜찮은 사람인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은 더 만나봐야알겠지만요.

 

두 남자의 공통점은

어쩌다보니(시험 준비하거나 일에 미쳐있거나) 이 나이가 되었다.

경제적인 능력, 사회적인 포지션이 그리 나쁘지 않다.

어린 여자보다는 말이 통하는 성숙한 여자가 좋다.

등등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또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어요.

결혼에 대해 약간 자신이 없어 보이더군요.

그건 그만큼 결혼생활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는 거겠죠.

 

남자들에게도 스스로를 향한 편견 같은게 있었어요.

흔히 그 나이에 남자가 집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신들 조차 자유롭지 못한거죠.

그래서 스스로 좀 움츠러 든 것도 있더군요.

여자한테 집 살 돈 없다는 소리 할 바에야 그냥 혼자 산다..이런 마인드.

 

그런데 또 결혼 안 한 제 여자후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자가 꼭 집이 있어야 한다거나

수입이 많아야 한다거나, 이건 아니거든요.

그저 말 통하고, 생각 반듯한 사람이라면

같이 재밌게 살면되지..그런데 이런 사람이 없어..이렇게 생각하더군요.

 

어쩌면 노처녀, 노총각들이 이렇게 서로를 오해해서

좋은짝들을 못 찾는게 아닐까, 싶어요.

 

과거에,

아무것도 없어도 오직 사랑만 보고 달려가던(어디로? ㅎ) 시절에 만났기에

나도 결혼이란 걸 할수 있었겠다 싶기도 해요.

물론 그 사랑조차 너덜너덜해져,

지금은 소식조차 모르는 사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순수했던 시절을 한번 살아봤다는게

생각해 보면 좀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참여 정부 초창기에 연애란 걸 해 보고

정말 오랜만에 연애를 하려니,

그것도 연하 총각이랑 하려니 쉽지가 않아요.

집에서 나가기전에 거울을 몇 번이나 보는지,

(보면서 이 꼴로 나가느니 걍 헤어지고 말자..이런 생각도 가끔해요.)

어딜 들어가도 자꾸 조명 어두운 곳만 찾게 되고,

대낮엔 못 만나겠어요.

나이 의식을 안 할수가 없다보니 자학개그가 습관이 됐어요.

상대가 날씨가 춥다고 하면

병자호란때 생각하면 이 정도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리나 하고...

 

어쩌면 저도 제 안의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듯.

 

 

 

 

 

 

 

 

 

 

 

IP : 219.254.xxx.74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7.2.21 2:48 PM (211.219.xxx.31) - 삭제된댓글

    이런 글 좋네요.

  • 2. 병자호란
    '17.2.21 3:11 PM (175.125.xxx.160)

    ㅋㅋㅋㅋㅋㅋㅋ

  • 3. . .
    '17.2.21 3:14 PM (124.5.xxx.58)

    맞아요. 동감해요

  • 4. 병자호란 ㅋㅋㅋㅋ
    '17.2.21 3:22 PM (124.54.xxx.63)

    원글님 재밌어요^^
    연애도 재미나게 잘 하실 거 같은데
    그 재능을 여태껏 썩히셨다니 아깝네요~^^
    이제라도 즐건 연애하시고 좋은 짝 만나 남은 생 행복하게 사시길 ~

  • 5. ㅋㅋㅋㅋ
    '17.2.21 3:30 PM (118.91.xxx.25)

    재밌네여 ~ 좋은분이랑 알콜달콩 보내시길

  • 6. 소개
    '17.2.21 3:36 PM (112.166.xxx.20)

    괜찮은 노총각은 씨가 말랐고 괜찮은 노처녀만 많다
    노총각은 다 쓰레기수준에 문제투성이고 노처녀는 멀쩡한 사람들이다.
    괜찮은 여자는 많은데 괜찮은 남자는 씨가 말랐다
    이런 글만 보다가 이 글 보니 신선하네요

  • 7. ...
    '17.2.21 3:53 PM (183.98.xxx.13)

    다양한 사람들이 있겠죠
    원글님이 만나신 분들은 너무 완벽하게 준비되어야만 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때문에
    못하신 분인것 같네요
    너무 결혼에 대해 기대치도 높고 책임감도 강하고 해서 못한 경우라고나 할까..
    그런 분들은 좀만 내려놓으면 쉽게 성사될 듯 싶어요.

  • 8. ..
    '17.2.21 4:12 PM (223.62.xxx.229) - 삭제된댓글

    원글님이 외모가 괜찮고 돈이 많으신가봐요
    노총각 공무원이고 찌질이어도 30대 중반 여공무원이랑 엮으려고 안에서 난리던데..

  • 9. 나이들면 남자되는데
    '17.2.21 5:05 PM (220.77.xxx.70)

    원글님이 이뻐서 그런거예요 ㅎ

  • 10. 47528
    '17.2.21 6:57 PM (211.36.xxx.155)

    생각 깊은 분일 것 같아요.
    말투에사 현명함과 배려가 느껴져요.
    좋은 사람은 누구나 알아보는 법이죠.

  • 11. dd
    '17.2.21 7:24 PM (220.78.xxx.36)

    원글님이 외모도 이쁘고 직업도 좋고 돈도 있고 그래서 그런 거에요
    그러니 돌싱이고 나이도 많아도 상관 없이 남자들이 만나는 겁니다.
    저는 솔직히 마흔 초반 못생긴 싱글인데 선보고 많이 차였어요
    못생겼다고요;;;;
    남자들 단순해요 이쁘면 된다는게 진짜 그래요

  • 12. 원글
    '17.2.21 8:10 PM (219.254.xxx.74)

    좋은 말씀들 감사합니다.

    행복한 오해속에 푹 잠기고 싶지만....
    예쁘지도 않고 돈도 없어요.
    직업만 있어요.
    이혼하면서 가세가 기울어 월세 살고
    외모도 82기준으로 보면 비만에 가까울걸요.

    제가 드리고픈 말씀은...저한테 무슨 치명적인 매력이 있어서 총각을 만난다는 이야긴 아니고,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를 찾는 사람들도 많은것 같다는..
    그러니까 서로 너무 오해하지 말자는 그런 이야기랍니다.

  • 13.
    '17.3.20 11:46 PM (1.237.xxx.5)

    좋은글.....................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54322 역삼동맛집)열나 맛있는 생태찌개 3 궁금 2017/02/22 1,546
654321 워킹맘 친정엄마둔 친구들은 전업주부 하더라구요 23 현실이..... 2017/02/22 6,075
654320 영화 싸게 볼 수 있는 팁 있을까요?^^ 17 항상봄 2017/02/22 2,758
654319 대통령 변호인단, 박대통령 종신형 예상 ㅋㅋㅋ 6 알긴아네 2017/02/22 3,131
654318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10 000 2017/02/22 891
654317 사십대 처녀 ㅋ이따 선보는데요 19 음ᆢ 2017/02/22 5,867
654316 백혜련 의원, 김평우 변호사 겨냥해 ‘X맨’...맹비난 쏟아 부.. 2 ..... 2017/02/22 1,178
654315 여긴 문재인 못잡아먹어서 안달난 사람들 많은것 같아요 40 He 2017/02/22 861
654314 찜질방 알파걸 2017/02/22 381
654313 김평우가 90분 넘게 헌재에서 막말을 내뱉고 있습니다. 17 .. 2017/02/22 3,905
654312 철도나 고속도로이용시 할인되는카드추천좀해주세요. 카드추천 2017/02/22 247
654311 아놔....퇴임한 박한철 헌재소장까지 증인으로 신청 10 제정신 2017/02/22 1,664
654310 특정번호로 집전화가 계속 와서 불편하네요 Amorfa.. 2017/02/22 707
654309 가사도우미?입주청소?..어떻게 해야 할까요? 7 ㅇㅇ 2017/02/22 1,306
654308 가사 하나도 안해도 집에 가서 애 잘때까지 쉴수가 없어요 3 대체 2017/02/22 1,334
654307 고등학교 자습서나 참고서, 온라인 구매 안되나봐요? 3 참고서,자습.. 2017/02/22 957
654306 결혼하고 나서 전애인한테 연락하는 거 13 dd 2017/02/22 4,377
654305 고등학교 교장 교감은 2 궁금 2017/02/22 1,299
654304 안마기 포테 2017/02/22 330
654303 싱글라이더, 전 별로였어요 2 ---- 2017/02/22 2,231
654302 저를 생각해주는 마음은 시간에 비례하는게 아니군요.. 1 ... 2017/02/22 679
654301 수원분들께 갈비집 좀 여쭤볼께요 9 ... 2017/02/22 1,399
654300 타인의 손톱을 깍아줄때 6 겨울 2017/02/22 765
654299 택시중에 쾌적한 택시는 정념 모범택시 뿐인가요? 5 예민한가 2017/02/22 1,022
654298 이재명, 文 '분노' 언급에 "일리있는 말씀".. 7 기회는또온다.. 2017/02/22 1,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