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각들이 턱없이 눈 높아 어린여자만 좋아하거나
능력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아무도 구제해 줄 수 없는 사람만 남았거나,
그런건 아닌것 같아요.
저는 사십대 중반의 애없는 돌싱이고
작년과 올해, 어쩌다보니 두 명의 노총각을 만났어요.
작년에 만난 친구는 네살 연하의 공무원이었는데
젊었을 때 다른 일 하다 시험을 늦게 보는 바람에
자리잡는데 시간이 좀 걸린데다
성격이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보니 결혼시기를 놓쳤더군요.
그리고 굳이 누구 소개로 만나기 보다는 좀 자연스럽게 만나고 싶다는
그런 바람도 한 몫한것 같고요.
어쨌든 집안도 무난하고 착실하게 벌어서 모은 돈도 있고
키도 크고 인상도 좋고
현실적인 조건은 물론 인성까지 나쁘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저처럼 연상의 돌싱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 거리낌도 없었어요.
쉽게 보거나 한 것도 아니고 아주 정중하게 대했고
잘해주었고요.
다만, 헤어진 전남편과 너무 비슷한 점이 있어서 거기에 대한 저의 거부반응 때문에
두어달 가볍게 데이트만 하다 헤어졌는데
결혼하면 좋은 남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지금 만나는 사람도 네살 연하의 총각이에요.
이 사람은 저도 많이 좋아하는데,
역시 정중하고
여러가지 참 괜찮은 사람인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은 더 만나봐야알겠지만요.
두 남자의 공통점은
어쩌다보니(시험 준비하거나 일에 미쳐있거나) 이 나이가 되었다.
경제적인 능력, 사회적인 포지션이 그리 나쁘지 않다.
어린 여자보다는 말이 통하는 성숙한 여자가 좋다.
등등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또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어요.
결혼에 대해 약간 자신이 없어 보이더군요.
그건 그만큼 결혼생활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는 거겠죠.
남자들에게도 스스로를 향한 편견 같은게 있었어요.
흔히 그 나이에 남자가 집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신들 조차 자유롭지 못한거죠.
그래서 스스로 좀 움츠러 든 것도 있더군요.
여자한테 집 살 돈 없다는 소리 할 바에야 그냥 혼자 산다..이런 마인드.
그런데 또 결혼 안 한 제 여자후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자가 꼭 집이 있어야 한다거나
수입이 많아야 한다거나, 이건 아니거든요.
그저 말 통하고, 생각 반듯한 사람이라면
같이 재밌게 살면되지..그런데 이런 사람이 없어..이렇게 생각하더군요.
어쩌면 노처녀, 노총각들이 이렇게 서로를 오해해서
좋은짝들을 못 찾는게 아닐까, 싶어요.
과거에,
아무것도 없어도 오직 사랑만 보고 달려가던(어디로? ㅎ) 시절에 만났기에
나도 결혼이란 걸 할수 있었겠다 싶기도 해요.
물론 그 사랑조차 너덜너덜해져,
지금은 소식조차 모르는 사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순수했던 시절을 한번 살아봤다는게
생각해 보면 좀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참여 정부 초창기에 연애란 걸 해 보고
정말 오랜만에 연애를 하려니,
그것도 연하 총각이랑 하려니 쉽지가 않아요.
집에서 나가기전에 거울을 몇 번이나 보는지,
(보면서 이 꼴로 나가느니 걍 헤어지고 말자..이런 생각도 가끔해요.)
어딜 들어가도 자꾸 조명 어두운 곳만 찾게 되고,
대낮엔 못 만나겠어요.
나이 의식을 안 할수가 없다보니 자학개그가 습관이 됐어요.
상대가 날씨가 춥다고 하면
병자호란때 생각하면 이 정도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리나 하고...
어쩌면 저도 제 안의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