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어린 나이에 발을 다친 동생을 안고
논길 산길을 걸어서 집으로 4키로 길을 내내 걸을때
내 가슴에 동생에 대한 걱정보다도 나 혼날 걱정만 가득했다는 거
마침내 집이 보였을때도 안도감보다 두려움에 내가 주저앉았다는거
엄마는 모르지?
깜깜한 밤에 마당뒤켠의 화장실에 불도 없이 혼자 걸어가며
내가 소름끼치게 무서웠다는 것도
그래서 동생들도 그렇게 무서울까봐 내가 내내 따라다녔다는 것도
몸이 아파 밤새 끙끙 앓다가 눈을 뜨면 텅빈 천장만 보여 사무치게 서러웠다는 것도
동생들이 칭얼댈땐 누구보다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나서 들여다 본 이유도 그래서 였다는걸
엄마는 모르지?
아무도 없는 깜깜한 정류장에 혼자 내려서
달빛도 불빛도 없는 산길을 혼자 걸어 집에 도착했을때
대문마저 걸어잠그고 엄마는깊이 잠들었었다는 것도
내가 30분도 넘게 그 밤에 집밖에서 혼자 서 있었다는 것도
엄마는 모르지?
제사며 명절이며 결혼식이며 장례식이며
세딸이 도맡아 지휘하고 진행하고 결산까지 다 뽑아줄때
그렇게 척척 처리해 주는 딸들이 참 장하다는 것도
그렇게 장한 딸들도 가슴미어지게 울던 때가 있었다는 것도
그애들이 누구품에 안겨서 울었다는 것도
엄마는 모르지?
엄마마저 전화해서 이 딸의 목소리에 안겨 울던 그때
나도 죽을만큼 힘들었는데
여동생도 남동생도 엄마마저 내게 기대 우는데
나는 기댈곳도 없어 울지도 못하는데
엄마는 그것도 모르지?
엄마..
죽은뒤 제사나 챙기는 엄마가 참 행복하다는 것도
그래서 우리는 더 서럽다는 것도
엄마는 정말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