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세월,,,
그러니까 40에 혼자되셔서 자식 넷을 악착과 고집으로 키워오신 분.
장녀인 저에게는 늘 마음한구석에 아픔으로 남아있는 분.
엄마에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던 중고등시절에, 엄마가 냉이를 팔아서 번 돈으로 우리를 가르키실때,,
도움이 되고 싶어서 벽돌공장에서, 자동차부품공장에서 학교마치고 야간 알바를 했고, 축사에서 소똥 치우는 알바하다가, 소뿔에 받혀서,,
정신을 잃은 적도 있었어요.. 그때는 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엄마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ㅎㅎ
조금이라도 빨리 돈을 벌고싶었는데, 엄마는 어떻게든 대학을 가라고 하셨지요..
자식 넷 중에 딱히 그렇게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없었는데,
그 형편에 왜그리 악착같이 우리 넷을 공부시키려고 하셨는지...
저는 지방대 변변찮은 학교를 갔고 동생들도 전문대쪽으로 진로를 잡아서 그럭저럭 학교졸업은 했는데,,
참 인생사 희한하게, 저는 대기업에, 동생들은, 공무원으로 첫 직장을 잡았어요...
취직을 하고 제일 먼저 한일은 엄마에게 좋은 옷 한벌과 티비를 사드린 일이예요..
친척분들 결혼식이 있을때면 엄마가 늘 동네 아줌마 옷을 빌리러 다니셨었고,,
시골집에 티비가 없어서, 혼자계신 엄마가 늘 낡은 라디오를 틀고 계셨었거든요..
그때 티비를 사서 설치기사 아저씨랑 같이 집에 가면서 벅찼던 그 마음이 지금도 생각나요..
그시절에 저는 엄마를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는 딸이었어요..
시골에서 친정집 보일러 기름을 배달하던 아저씨가 술드시고 혼자사는 엄마집에서 난동을 피웠을때,,
정말 눈이 돌아가서,, 그분이 주유소를 접고 이사를 갈때까지 합의를 해주지 않아, 결국엔 아저씨가 나쁜사람이 아닌
제가 독한년이라는 소리를 들은 경우도 있었고, 주말마다 농사짓는 엄마에게 내려가서, 엄마 퇴근 전에 고추를 다 따놓으려고 악쓰고 따다가 더위 먹어서 입원한 적도;;
결혼할때도 엄마에게 동생들에게 제 입장에서 더 주고가지 못할 정도로 많이 주고 결혼했어요.
7년을 직장생활하면서 쓰리잡을 뛰었고, 기본 급여도 많았고, 해외영업이라 과외로 생기는 수입도 많았어서,
적지 않은 금액이었죠..
엄마는 농사도 지으시고, 공장에서 계약직으로 일도 하시고, 장남아빠의 도리도 챙기시면서,, 천사처럼 사셨던 분이셔요..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너무 고생하셔서,, 관절이 성치 않아 조금만 많이 걸으시면, 다리를 저시면서 걸으시는데도,,일을 놓지 않으시는...
그런데, 결혼을 하고나니, 이상하게 자꾸 엄마에게 뭔가가 서운해져요..
엄마는 늘 똑같이 저희를 대하시고, 욕심없으시고, 저에게 부담되지 않으시려고 노력하시는데,,,
자꾸 엄마에게 뭔가 서운한게 생기더니,
결국 남동생이 결혼할때 제가 결혼할때 노후에 보태시라고 드렸던 돈을 보태 전셋집을 얻어주시는걸 보곤,,
제가 폭팔을 했어요..
그뒤로 조금씩 엄마에게 마음이 접혀지는걸 제가 느낄 정도였고, 결국엔 서운하다 소리가 입밖으로 나오더군요...
이번에 올케가 쌍둥이 임신을 하면서 주수가 아슬아슬 하여, 명절에 오지 않았는데, 돌아가는 남동생 편에 먹고싶은게 얼마나 많겠냐며 약간의 봉투를 챙겨주시는 모습이라든지, (저 임신했을땐 양말하나 안사주심) 통화하면서,, 엄마 내가 그 주수에 유산했자나요, 올케 20주 되면 오라고 해요.. 라고 언급했는데, 엄마가 너 유산했었니? 라는 말씀을.. ㅎㅎㅎㅎ
너무 서운해서, 그 뒤로 마음을 더 접었죠.. 그때 제가 마음이 많이 상했어서(인공수정 중에 유산이라..) 많이 표현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일상이 바쁜 엄마에게는 그것도 그냥 하나의 사소한 일상으로 느껴지신 건지, 잊으신건지...
그런데 오늘 새벽에, 공장에 일이 많아서 새벽출근을 하신다며, 전화를 하셨더라구요..
제가 배달시킨 유산균 도착했다고... 잘먹겠다고.. 하시면서..
이번에 저희가 이사를 하는데 냉장고와 밥통 사지 말라고..
엄마가 해주고 싶다고,, 결혼할때 뭐하나 해준게 없어서, 늘 마음에 걸렸는데, 이번에 엄마가 그 두개는 꼭 해줄께,,
사지마,, 하시면서 전화를 끊으시는데,, 갑자기 그동안 엄마에게 서운했던 그 마음이 녹아내리면서,,
눈물이 너무 나더라구요...
그 두개를 사려면,, 엄마가 하루종일 그 아픈다리로 꼬박 서서 2달을 일해야 하는 금액인데,, 하는 마음도 들고,,
그동안 엄마가 나에게 해준게 뭐가있어,, 라는 제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울음이 그치질 않았어요...
정말 사소한 말이었는데 말이죠..
지금까지 엄마가 나에게 차고 넘치게 많은 것들을 주셨는데,
왜그리 그동안 옹졸하게 마음을 먹었었나,, 싶기도 하고 ,,,,,
제 나이가 이제 내년이면 40인데, 이나이에 제가 만일 혼자 되서 자식 넷을 키워야 한다면,, 저는 못할 것 같거든요..
사실 저희 네 남매 버리고 가시지 않은 것만해도 감사해야하는 일이었는데,,,,
늘 어떤 일을 하다가 힘에 부치면,, 엄마를 생각했어요...
우리 엄마는 이보다 더 힘든일도 하는데 내가 여기서 주저앉으면 안되지,,
하는 마음으로 그 고단했던 젊은 시절을 버텨왔던 것 같아요..
결혼을 하고, 내 삶이 피곤하고 힘들어서 그런걸까요.. 결혼 10년 세월 내내 서운한 마음만 키우고 있다가,,
뜬금없이 저 말한마디에 예전 기억이 모조리 생각나는건 뭔가요..
서운한 감정은 상황이 변했으니 자연스레 서운한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은 그대로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했는데,
제가 그걸 못했던 것 같아요..
그냥 아침에 엄마 전화받고 엄마가 생각나서 주저리주저리... 어딘가에 제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어요..
고단했던 내 엄마의 인생 옆에 큰딸인 제가 있어 위로였을까요, 아님 짐이었을까요..
조심스레 위로였기를,, 그리고 그 위로가 저의 옹졸함으로 인해 끊어지지 않게 잘 처신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쓰잘데기 없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