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올해 마흔둘입니다.

사과 조회수 : 2,145
작성일 : 2017-02-15 11:08:48
20대 초반부터 정말 죽어라고 일했어요.
맞벌이, 연년생, 공무원으로 신혼때 너무 가난해서 육아휴직도 못하고 직장을 다녔어요.
친정엄마도 아이들 건사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지요.
아이들도 돌 전에 둘 다 구립어린이집행이었고
엄마 손잡고 학교 같이 가는게 위시리스트였던 불행한(?) 초등 저학년기를 보냈어요.
여전히 저는 아침이면 아침상을 차려놓고 출근하면서 전화로 아이들을 깨우고
아이들에게 그날 할 일을 읊어주는 철벽 성질더러운 엄마구요.
직장에서도 일하면서 아이들 학원시간 늦지 않을지 일일이 체크하느라 혼이 다 빠져나갈 지경인 직장인이예요.
퇴근길에 마트 들러 즉흥적으로 저녁메뉴를 구상하고 기계적으로 요리하고 저녁먹이고 아이들이 그날 할 숙제를 다 했는지 체크하고 안했으면 잠못자게 으름장을 놓아가며 다 해놓고 자게 하느라 12시 전에는 잠든적이 거의 없어요.
17년 직장생활에 나이도 40대의 중년이고 아이들도 이제 중학생입니다.
30대 후반까지만해도 퇴근길 그 바쁜 와중에 헬스까지 다니는 에너지를 불태우던 저였는데..
어느새 아이들이 저녁때 학원가면 쿠션 끌어안고 티비보는게 유일한 낙이 되어버린 저를 발견합니다.
이젠 한번 집에 들어오면 쓰레기버리러 나가는 것도 귀찮네요.
늙었는지...긴 겨울에 몸이 먼저 적응해버린건지
힘들때는 엄마한테 전화를 해요.
엄마가 왜? 그러면 저는 늘 그냥~이라고 답해요. 진짜 할말이 없어요. 
그래도 자꾸 엄마의 목소리가 그리워요.
엄마는 제가 걸어가는 길을 걸어본 인생 선배고 제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시기에 마음으로 더 의지합니다.
엄마의 존재만으로도 제가 살아갈 이유가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 걱정 그만하고 놀고 싶은 생각이 자꾸 올라와서 글을 올렸어요. 가끔 내가 왜 이렇게 광년이처럼 옆도 바라보지 않고 뛰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생길때가 있거든요.
앞으로도 이십년은 더 버텨야하는데 마음은 자꾸 그만두고 집으로 집으로 가고싶은 꾀가 나네요.
저와 비슷한 동년배님들 다들 상황은 다르지만 처한 위치에서 어려움과 힘듦이 어깨를 짓누르더라도 힘내시고 열심히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IP : 175.223.xxx.23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
    '17.2.15 11:21 AM (110.70.xxx.155)

    열심히 사셨네요. 이젠 슬슬 쉬엄쉬엄 하셔도 될 것 같아요

  • 2. .....
    '17.2.15 11:49 AM (223.39.xxx.109)

    같은 처지라 공감이 많이 되네요

  • 3. ..
    '17.2.15 12:03 PM (222.234.xxx.177) - 삭제된댓글

    남편은 뭐하고 님만 가정일부터 애들 케어하시나요

  • 4. jdu
    '17.2.15 12:14 PM (175.223.xxx.122)

    남편은 뭘해요?
    맞벌이면서 왜 혼자 종종거리세요.

  • 5. 보라
    '17.2.15 12:34 PM (116.41.xxx.115)

    열심히 사셨어요 훌륭해요!!!
    토닥토닥....
    우리나이면 지칠때도 됐어요 저도 이제 퇴근하면 눕고 시간만 나면 눕습니다
    맛있는집 여행 운동도 내킬때 하려고요
    그냥 생존을 위한 것만 해결하고 삽니다
    밥,빨래,위생 ...

    힘내서 살아냅시다

  • 6. 사과
    '17.2.15 12:53 PM (175.223.xxx.237)

    남편은 재활용쓰레기를 분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51662 대연정이란 7 ㅇㅇㅇ 2017/02/15 723
651661 애들 집 다 떠나면 다시 신혼인가요? 18 구혼 2017/02/15 5,858
651660 朴, 차명폰으로 독일 도피 최순실과 100번 넘게 통화 3 127번이나.. 2017/02/15 1,098
651659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8 마음 2017/02/15 1,396
651658 유툽 수십개의 댓글,댓글 99퍼 이재명 지지합니다! 2 moony2.. 2017/02/15 423
651657 특검 "朴대통령, 최순실과 590차례 차명폰 통화&qu.. 4 한몸맞네요 2017/02/15 805
651656 성당 꽃꽂이 배워보신분?? 4 에스텔82 2017/02/15 1,173
651655 발렌타인데이...남편이 3 ... 2017/02/15 1,421
651654 급질) 내일 중요한 모임이 있는데 얼굴 관리 어쩌죠? 3 ㅇㅇ 2017/02/15 744
651653 수시학생부종합 반대 카페도 있네요 .. 2017/02/15 449
651652 멍멍이 교배하면 수컷에게 안좋은점 있을까요? 9 ㅇㅇㅇ 2017/02/15 1,226
651651 애잔한 길위의 예쁜이들 3 쮸비 2017/02/15 894
651650 집에서 틈나는대로 일하는 엄마^^ 알콩달콩48.. 2017/02/15 1,169
651649 남자들은 아내가 본인 없이 4 잘살거같으면.. 2017/02/15 2,016
651648 지금 특검 법원서 박측과 공방중이네요. 3 청와대압색 2017/02/15 1,130
651647 탄핵은 각하되어야 하고 특검과 검찰이 특검을 받아야 한다 18 길벗1 2017/02/15 1,375
651646 베트남에 가져가면 좋은거 뭐가있은까요? 7 카시코 2017/02/15 1,277
651645 혹시 삼성전기건조기 사용하시는분? 3 .... 2017/02/15 16,184
651644 민주당원 여러분 우리는 투표만 잘하면됩니다 13 . . . .. 2017/02/15 577
651643 19 이 남자 저한테 관심 아예 한톨도 없는거 맞죠? 43 이남자 2017/02/15 8,342
651642 집밥 백선생3 나온집들 5 놀라워라 2017/02/15 2,882
651641 선거전까지 이글을 보시는 바로 님을 속이려는 7 샬랄라 2017/02/15 322
651640 안철수는 짐승의 의미를 아는지? 81 먹는것이 문.. 2017/02/15 1,503
651639 이혼후 양육비 13 -- 2017/02/15 3,381
651638 [단독] '최순실 게이트' 이어 '최순득 게이트' 터진다 9 ........ 2017/02/15 2,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