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답니다.
언젠가 여기 게시판에 '섬집 아기' 노래를 불러 주면 우는 아기 이야기가 있었죠.
저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읊으면 늘 울음으로 끝을 냅니다.
오십 훌쩍 넘은 나이에 참 누구에게 말도 못하는 비밀입니다.
남편과 자식들도 전혀 모를거에요.
평소에 무척 밝고 유머가 풍부한 성격이거든요.
저는 국문학을 전공했고 종종 혼자 시를 암송해 보곤 합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해서 나직나직 읊어 가다가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붙여 봅니다" 쯤에서 가슴이 저려오다가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이 부분에선 꺽꺽 통곡이 나옵니다.
시인의 절망과 희망이 그대로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한 두 번도 아니고 이 시를 읊을 때마다 어김없이 흐느끼게 됩니다.
내가 뭐 그리 애국자도 아니고 용자도 아니건만 이 시는 왜 이리 가슴이 아픈지...
그냥 아무에게도 얘기 못한 비밀 하나 풀어 놓고 갑니다.
정말 좋은 시대, 아니 최소한 정의를 얘기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