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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결혼 11년차, 친정 부모님 생각하면 피눈물 나네요.

피눈물 조회수 : 6,306
작성일 : 2017-02-02 14:35:58
결혼 11년차입니다.
명절 지나고 친정 부모님 생각하니 눈물이 나네요.

결혼할 때부터 친정 부모님은 시어른에게 잘하라고만 했습니다.
지금 기준으론 어릴 때 결혼했고, 주위에 코치해줄만한 여자 형제도 없고 큰 어려움 없이 살아왔던 저는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어요.
결혼 첫 해, 아버님 생신과 친정 아버님 생신을 공교롭게 같은 날 했는데
저는 시댁에 가야만 했죠.
저희 부모님에게도 못한 시아버지, 시어머니 생신상을 차려야만 했고
애 키우면서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아버님 생신 때 전화 한 통 안 했다고
그 앞에서 무릎꿇고 '너희 부모님 욕 먹는 일이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어머님이 입원하셨을 때
친정에 3살된 아이 맡기고 병실 하루종일 지키면서 소변 받고 밑까지 닦아줬습니다.
아버님이 입원하셨을 때
그때도 역시 친정에 아이 맡기고 병실 지켰구요.
저희 남편 큰 수술로 입원했을 때
저는 병실 지키고 역시 친정 부모님이 한 달이나 아이 봐주셨지요.
자기들 아플 때, 자기 자식 아플 때 제가 병실 지키느라고 애 봐주신 친정 부모님에 대해 지나가는 말로라도 고마움 비슷한 말 표현한 적 없어요.
남편 아플 때도 말로는 가족끼리 힘을 합쳐야 한다고 하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빈말이라도 힘들겠구나란 말 한마디도 없었구요.
어쩜 그렇게 사람들이 이기적인지.

시댁은 돈이 워낙 없는 집이라 잊을만하면 돈 들어갈 일도 많았어요.
매달 생활비도 들어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친정은 풍족하지는 않지만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셔서 두 분이 알아서 잘 사십니다.
저는 두 분이 잘 사신다는 이유로 친정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게 사실이구요.

이번 명절에 저희 부모님께 각각 20만원씩 보내드렸어요.
그랬더니 고맙다고 하십니다. 명절 음식 바리바리 싸주신 것도 모자라서
이것저것 반찬 했다고, 목도리 샀으니 하고 다니라고 친정 아버지 편에 보내신답니다.
아버지 회사가 저희집 근처이거든요.

저는 왜 아빠 귀찮게 그런 것 보내냐고 했더니
딸한테 20만원이나 받았으니 갖다 주라고 했답니다.

저 이 말 듣고 눈물이 주르륵 흐르네요.
제가 그동안 참 잘못 살았구나, 불효했구나 싶습니다.

이번 명절 때 시댁, 친정에 똑같은 곶감을 선물했어요.
시댁은 이런 거 안 먹는다고 작은 아들 가져가라고 하더군요.
친정에서는 상자 열자마자 '모양도 참 이쁘네' 하십니다.

제가 참 등신이었네요.
지난 10년, 친정 엄마보다 시어머니한테 안부 전화를 더 많이 했던 제가 참 못난 자식이었어요.
왜 그땐 그게 저희 부모님을 욕 먹이지 않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는지..

아무 것도 해준 것 없는 내게 무리한 요구를 하며
자신들이 받는 것은 당연시하던 그분들.
그들이 내게 어떤 욕을 하든말든
이제 전 제 부모님께 제대로 효도하고 살고 싶네요.



IP : 118.130.xxx.218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7.2.2 2:41 PM (175.194.xxx.205) - 삭제된댓글

    여자들 억압하는 구식 논리 우리가 먼저 깨야 해요.
    친정부모님과 시부모님을 (상식선에서) 양 쪽 다 똑같이 잘 모시는 방법이 맞는거지.

    내 친정부모님 일부러 방치해야 하고, 모른척 해야하고, 챙기면 안되는 거구
    시부모만 (마치 내가 노예처럼!!!) 사사건건 닥치고 챙겨야 하는 법은
    말도 안 되는 겁니다!!!!!!!!!!

  • 2. ㅈㄷ
    '17.2.2 2:42 PM (125.186.xxx.113)

    딱히 피눈물 흘릴일은 없는것 같은데요...
    시부모님께 하는것만큼 친정부모님께도 앞으로 잘하면 되죠.

  • 3. 기쁨양
    '17.2.2 2:42 PM (223.62.xxx.215)

    화이팅입니다!

  • 4. ....
    '17.2.2 2:43 PM (118.38.xxx.231) - 삭제된댓글

    전 엄마가 요양병원에 세달간 계시다가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세달간 두번밖에 못갔어요
    멀다는 핑계로...
    시어머니 같은 지역 병원에 입원했을때 한달간 이틀 빼고 매일 갔어요
    아침,저녁으로 간적도 더러 있었고요
    지금은 요양병원에 계시는지 세달이 다되어 가는데 이틀에 한번꼴로 가면서
    이게 뭐하는 짓인지 하는...자괴감듭니다
    우리엄마는 뭐 드시고 싶은거 없냐니까 괸찮다..여기 잘해주니 신경쓰지 말라고 하셨는데
    시어머니는 매일 뭐가 먹고싶니 뭐 사가지고 오너라..당당히 요구하네요
    그렇다고 재산 물려줄것도 없는데 뭐가 저렇게 당당한지

  • 5. ...
    '17.2.2 2:53 PM (211.177.xxx.39) - 삭제된댓글

    보통 여자들이 시집가서 바짝 낮추려 하는것도 내 부모 욕 안듣게 하려고 하는게 제일 큰 것 같아요.
    너네 부모는 널 이렇게 가르쳤니? 그 소리가 뭐라고 그거 안들으려고 기를 쓰고 잘하려고 하는게...

    친정엄마들도 시댁어른께 잘해라 이런말도 하지 말고
    새댁들도 시어른이 뭐라하든 별로 신경안썼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알잖아요. 어른되고 오래 살았다고 그들이 뭘 알고 성숙한게 아니라는걸...

  • 6. 윗님
    '17.2.2 2:54 PM (218.148.xxx.46)

    자괴감.. 정말 맞는 것 같아요. 부당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것들을 제대로 판단하며 살지 못한 제 자신이 참 싫네요. 왜 밑도끝도 없이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는지. 정작 저를 더 깊이 생각하고 아꺼주는 부모님께 상대적으로 소홀하면서 살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에요.

  • 7. 기선제압용으로
    '17.2.2 3:00 PM (110.45.xxx.194)

    너네집에서 그렇게 가르치던

    새댁들이 이소리에 벌벌기었지요.
    인터넷의 발달로
    이제 그러고 살면 등신입니다.

  • 8. ㅇㅇ
    '17.2.2 3:08 PM (222.104.xxx.5)

    부모님이 잘못 키우신 거죠. 딸을 그런 억압 속에서 살게 하면 안되고, 저런 남자와도 결혼시키면 안됐어요. 제가 님 부모님이라면 너희 부모님 욕 먹는 일이다라는 말을 듣게 되는 순간 저 남자와 이혼시킵니다. 시집살이는 남편이 다 시키는 거에요.

  • 9.
    '17.2.2 3:11 PM (221.146.xxx.73)

    딸이 잘 사는게 효도하는거에요

  • 10. ....
    '17.2.2 3:12 PM (218.236.xxx.244)

    이제라도 정신이 드셨으니 다행이네요.

    그리고 원글님 시댁같은 거지 집구석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면 점점 더 지랄합니다.
    슬슬 비싸게 굴고, 말 안듣고, 개겨(?)보세요. 그러면 오히려 며느리 눈치 슬슬 볼겁니다.

    전형적인 약자한텐 강하고, 강자한텐 약한....그런 인간들이거든요.

  • 11. 딸이 결혼해서
    '17.2.2 3:17 PM (175.223.xxx.122)

    시모 입원했다고 수발들라하면 못하게 할래요
    간병비 좀 보태주고 우리애한테 그런거 시키지말라고 딱잘라 얘기할거예요

    잘못한거 없는데 시부모에게 무릎 꿇지 말라고할거예요
    설령 잘못했더라도 젊은애가 모르는거 어른이 가르쳐야하는거라고 얘기할거예요

    친정부모에게 소홀한건 이쁘게 봐줄거예요
    시집에 소홀한것도 사위가 친정에 소홀하면 잘못한거 아니라고 가르칠거예요

    딸가진 죄인따위..없습니다ㅎ

  • 12. 원글
    '17.2.2 3:32 PM (218.148.xxx.46)

    에휴. 댓글 모두 감사합니다. 한바탕 울었더니 좀 진정이 되네요. 이젠 제가 제 발등 찍지 말아야죠.

  • 13. 그놈의 유교가
    '17.2.2 3:47 PM (210.160.xxx.26)

    여자를 출가외인이라고 지껄인 탓이지요
    이제부터 반대로 하시면 됩니다

  • 14. 이래서
    '17.2.2 4:45 PM (222.232.xxx.252)

    .... 어느정도 벌이 수준이 맞는 집안끼리 사돈을 맺어야 한다는 ...

    근본적으로는 한쪽 수준이 처지니 원글님이 더 죄스러움을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15. ....
    '17.2.2 4:48 PM (211.107.xxx.110)

    각자 자기 부모한테 효도했으면 좋겠어요.
    시부모님 생신상 차리면서도 친정부모님 생신상은 안차리고 대충 나가서 사드렸는데 지나고 보니 맘이 안좋더라구요.
    나 키워준 내 부모님께 잘하는게 더 도리를 지키는거 아닐까싶어요.

  • 16. ..
    '17.2.2 5:23 PM (223.62.xxx.34)

    미용실인데 주책맞게 아까 저희집에 다녀가신 친정아빠가 원글님 부모님과 오버랩되서 눈물이 나네요. 누가 원글님을 그 정도로 사랑할까요? 저도 사십 넘어서야 알게 됐어요 어리석게도. 가는 시간이 아쉽고 부모님 떠날까봐 불안헤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잘 해드리세요. 시댁은 그정도 했으면 아무도 원글님께 말 못해요. 부모님과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드세요..

  • 17. ...
    '17.2.2 5:59 PM (213.225.xxx.126)

    저 딸하나 키우는데요... 나중에 내딸이 이렇게 살면 손목잡고 끌고 올랍니다. 저런 사돈한데는 네 제가 그렇게 가르쳤어요 왜요 뭐가 잘못됐나요. 막 이럴겁니다. 부모님이 진정 원하는건 당신들 욕안먹게 하는게 아니고 내딸이 행복하게 사는거에요.

  • 18. 별아기맘
    '17.2.2 6:28 PM (211.222.xxx.207)

    이제라도 그런 마음 들었으니 다행이에요
    저랑 상황이 비슷하시네요
    저는 이번 명절에 뒤엎었어요
    시끄럽다가 제가 초강수 두었더니
    웃긴 게...잠잠해요
    연락 왕래 안하기로 했는데 _
    왜 그랬을까요 바보같이 10년간을_
    며칠째 화가 치밀어올라 얼굴이 뜨거워요
    님만큼은 못했지마 저도 많이 참았거든요
    그게 다 헛짓이었다 싶어요
    정성껏 키워주신 친정엄마에게 오늘 문자했어요
    너무 감사하다고 죄송하다고
    이렇게 이제라도 저는 깨달아 다르게 살 작정이에요

    님 힘내세요 진심입니다

  • 19. 마키에
    '17.2.2 7:03 PM (119.69.xxx.226)

    부모님이 진정 원하는 건 내 딸이 행복한겁니다 라는 말에 공감해요 내조한답시고 속 까맣게 타들어가 가는 꼴은 못 봅니다 개차반이라고 욕하면 네 내자식은 개차반이니 데려갑니다 하고 끌어올래요
    더이상 아무 의미없는 효도 하지 마세요
    죽기 전까지 후회하지 마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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