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하고 십오년 다닌 회사를 정리하고 있어요.
아직 사직서는 내지않고 맘속으로만요.
아이가 삼월에 초등 입학을 앞두고 있고,
아이를 봐주시던 친정 어머니도 힘들어하시고
무엇보다 회사가 정말 지긋지긋해요.
열심히 하고 싶은 힘이 하나도 안남아있어요.
너무 오래 다녀서,,사소한 오류부터 큰 사고까지 전부 다 제 책임인 것만 같고,
재작년과 작년에 걸쳐 저희 팀에 큰 이슈가 있었는데
그 이슈 발생과 정리과정에서의 업무개선, 정정 과정이
다 저에 대한 재판과정, 자이비판 같아서 너무 힘들어요.
문제의 발생부터 해결까지 자존감이 박살나는 과정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구조적으로 누적된 문제였을 뿐 어떤 개인의 문제는 아니었으니까요.
이슈가 발생했을때는 그걸 막아야했고,
이슈가 끝났을때는 그때 그만두면 도망치는 거라는 생각에
그만두지 못했어요.
구제 절차를 거쳐 손해의 70%이상을 다시 메꾸는 작업까지 끝냈어요.
90%까지 메꿀 수 있을 것같구요. (이건 어차피 법무법인에서 하는 일이라 제가 기여할 부분은 이제 없구요)
이제 그만둘 수있을것같아요.
퇴사를 고민하면서
퇴직관련 82 게시판 글들 많이 읽어봤는데
힘들어도 꾹 참고 다니라고,,,어차피 고학년 되면 재취업고민하거나 후회 한다고 많이 답변을 주셨더라구요.
근데 정말 공기업이나 공무원 아닌이상
서른에 결혼해서 서른둘에 출산한 제 기준으로, 아이가 열세살 되는 나이 44살에
일반 사기업에서 향후 2~3년을 장담할 수있을까요?
저는 인원 500명 정도되는 회사에 근무하는데 50대 이상은 다섯명도 안돼요.
그나마 임원이거나 기술직이구요.
이 힘든걸 참고 꾸역꾸역 근무해도 사십대 중반이면 언제 짤릴지 모르는 상황이 되야한다면
차라리 지금 퇴사를 하고 다른 것을 준비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부를 하고 싶어요. 세무사요.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고.
회사에서도 회계팀에 있었어요.
2015년 1차 기출문제를 다운받아 공부안한 상태에서 회계학이랑 세법을 풀어보니 그래도 60점은 맞더라구요ㅋㅋ
전망이 밝지 않은 것 알고,
영업해야하는 것도 알고
지금 월실수령액 평균내면 400만원정도 되는데
초봉도 그에 훨 못미치는 것도 알고,
굳은 머리로 이삼년(혹은 그이상) 죽도록 공부해야하는 것도 알고
취업자체가 어려울 것도 같지만
그래도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에 되면
저 스스로 견디지 못해서 받았던 상처들이 다 치유 될 것같아요.
백세시대니까,,
서른아홉, 마흔에 공부하는 것도 쌩뚱맞지 않겠죠?
열심히 하고싶어요.
한번도 공부 열심히 해본적없는데
정말 미친듯이 해보고 싶어요.
잘한거라고.
회사 그때 잘그만뒀다고,
난 역시 똑똑하고 멋진 여자라고,
내년 가을쯤엔 옛말하며 웃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