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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서른 아홉, 새로운 진로

.... 조회수 : 3,449
작성일 : 2017-02-01 15:54:35

대학 졸업하고 십오년 다닌 회사를 정리하고 있어요.

아직 사직서는 내지않고 맘속으로만요.


아이가 삼월에 초등 입학을 앞두고 있고,

아이를 봐주시던 친정 어머니도 힘들어하시고

무엇보다 회사가 정말 지긋지긋해요.


열심히 하고 싶은 힘이 하나도 안남아있어요.

너무 오래 다녀서,,사소한 오류부터 큰 사고까지 전부 다 제 책임인 것만 같고,

재작년과 작년에 걸쳐 저희 팀에 큰 이슈가 있었는데

그 이슈 발생과  정리과정에서의 업무개선, 정정 과정이

다 저에 대한 재판과정, 자이비판 같아서 너무 힘들어요.

문제의 발생부터 해결까지 자존감이 박살나는 과정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구조적으로 누적된 문제였을 뿐 어떤 개인의 문제는 아니었으니까요.

이슈가 발생했을때는 그걸 막아야했고,

이슈가 끝났을때는 그때 그만두면 도망치는 거라는 생각에

그만두지 못했어요.

구제 절차를 거쳐 손해의 70%이상을 다시 메꾸는 작업까지 끝냈어요.

90%까지 메꿀 수 있을 것같구요. (이건 어차피 법무법인에서 하는 일이라 제가 기여할 부분은 이제 없구요) 

이제 그만둘 수있을것같아요.


퇴사를 고민하면서

퇴직관련 82 게시판 글들 많이 읽어봤는데

힘들어도 꾹 참고 다니라고,,,어차피 고학년 되면 재취업고민하거나 후회 한다고 많이 답변을 주셨더라구요.


근데 정말 공기업이나 공무원 아닌이상

서른에 결혼해서 서른둘에 출산한 제 기준으로, 아이가 열세살 되는 나이 44살에

일반 사기업에서 향후 2~3년을 장담할 수있을까요?

저는 인원 500명 정도되는 회사에 근무하는데 50대 이상은 다섯명도 안돼요.

그나마 임원이거나 기술직이구요.

이 힘든걸 참고 꾸역꾸역 근무해도 사십대 중반이면 언제 짤릴지 모르는 상황이 되야한다면

차라리 지금 퇴사를 하고 다른 것을 준비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부를 하고 싶어요. 세무사요.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고.

회사에서도 회계팀에 있었어요.

2015년 1차 기출문제를 다운받아 공부안한 상태에서 회계학이랑 세법을 풀어보니 그래도 60점은 맞더라구요ㅋㅋ


전망이 밝지 않은 것 알고,

영업해야하는 것도 알고

지금 월실수령액 평균내면 400만원정도 되는데

초봉도 그에 훨 못미치는 것도 알고,

굳은 머리로 이삼년(혹은 그이상) 죽도록 공부해야하는 것도 알고

취업자체가 어려울 것도 같지만


그래도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에 되면

저 스스로 견디지 못해서 받았던 상처들이 다 치유 될 것같아요.

백세시대니까,,

서른아홉, 마흔에 공부하는 것도 쌩뚱맞지 않겠죠?


열심히 하고싶어요.

한번도 공부 열심히 해본적없는데

정말 미친듯이 해보고 싶어요.


잘한거라고.

회사 그때 잘그만뒀다고,

난 역시 똑똑하고 멋진 여자라고,

내년 가을쯤엔 옛말하며 웃고 싶어요.








IP : 222.101.xxx.121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응원합니다~
    '17.2.1 3:59 PM (1.236.xxx.90)

    백세시대!
    제 멘토이신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
    100세시대 자기 나이에 0.7을 곱해봐야 60세시대, 80세 시대의 나이와 같아진다고 하셨답니다.
    마음의 준비하고, 공부하시는거 좋아요.

    다만....
    제가 경영학과 출신이라 주변에 회계사, 세무사 많은데...
    세무사들 중.. 아주 정치적인 친구들은 지역정계 행사 등 다니면서 발 넓히면서 영업하구요.
    정치적이지 않은 성격의 친구들은 예를들면 변리사 함께 한다고 다시 공부하고 있더라구요.
    지금 알고계시는... 세무사들의 고충, 생각하셔야 하는 부분들도 전부 더 깊이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 2. 333
    '17.2.1 4:05 PM (112.171.xxx.225)

    ///지금 퇴사를 하고 다른 것을 준비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직장이 어디 그리 쉽게 잡히는 현실이 아니니까요...
    세무사 시험 준비하면서 직장생활 해야합니다.

    최종합격하면 그날로 사직해야지 다니던 직장 그만두면 공부도 안 되고
    풀어져요.

    직장생활...
    무서운 게 아니라 더럽죠.
    그 어떤 직장인에게 물어보세요...거의가 더러워서 그만두고 싶다 말하는게 평균이잖아요.

    그러니 합격 때까지만 다니어야 해요.
    더러운 직장 그만둘거야라는 결심이 공부욕심에 큰 에너지(fuel/booster)로 작용할 것이라고 확신하니까요.

  • 3. 서른여덟
    '17.2.1 4:07 PM (211.176.xxx.202)

    저도 14년 잘 다니던 회사 정리하고 지금은 아이키우면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합니다.
    불안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다시 공부모드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느낍니다.

    하지만..그런 건 있어요.
    공부하는 과정 자체가 참 나를 나 자신 있는 그대로 존재하게 해주는구나..
    그리고 이런 선택권이 있는 삶이 참 다행이라는 것도요.
    생계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해야 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저는 S대 최상위과 나와서..어쩌면 공부도 더 하고 유학도 갈 수 있었는데
    닥달질하는 집안 분위기때문에 거의 떠밀리다시피 대기업 들어갔어요.
    아빠가 정년퇴임 앞두고 있었는데 엄마가 건강보험 만료된다고.. ㅋㅋ 씁쓸하죠..
    아빠 12월에 퇴직하고 저 10월부터 건강보험 회사보험 되어서 온 가족이 제 밑으로 들어왔었죠.

    하여튼..제 인생에서 첫번째 직업은 그렇게 떠밀리듯 선택했기에
    이젠 진짜 뭐가 되었든 제가 뜻하는 대로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불확실하지만 기분은 설레고 좋아요.
    하다못해 길거리에서 좌판을 하더라도, 아무 금전적 이득이 없는 직업을 갖더라도..
    이제라도 제가 하고싶어 하는 일들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까요.

    제가14년 회사생활하면서 이런 저런 사람들 만나보고 겪으면서 깨달은 것 중에
    원글님과 공유하고 싶은 건요
    그게 뭐가 되었든지 간에 사람은 항상 한 면만을, 자기가 겪은 것만을 말할 수 밖에 없다는거예요.
    그러니 세무사 시험 준비에 남의 말을 그렇게 절대적으로 들으실 필요가 없어요.

    제가 다니던 회사, 40넘으면 다 내보낸다며, 업무강도 살인적이라며.. 말 많아요.
    그런데, 웃긴 건, 안다녀본 사람들이 그런 말이 더 심해요.
    결과적으로 저도 40 못채우고 나왔지만 그건 자의에 의한 것이었고,
    정년 채우시고도 정년연장계약해서 다니시던 부장님들 수두룩했어요.
    업무야 바쁠 땐 몰아치지만 1년 내내 사람 빨대꽂지도 않았고
    오히려 공무원인 남편 직장문화가 더 별로죠..휴일이고 밤이고 아무때나 전화해서 업무지시하니까요.

    여튼..
    다른 사람 말 귀담아 듣지 마시고
    그냥 하시고 싶은 새로운 것에 자신있게 도전하세요.
    힘들거라는 말에 지레 겁먹고 포기할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설사 그 말대로 된다고 해도, 준비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얻으실거라고 생각하고 응원합니다. ^^

    원글님께 하는 말인데
    어째 저 자신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네요.

  • 4. .....
    '17.2.1 4:10 PM (122.34.xxx.106)

    윗댓글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5. ....
    '17.2.1 4:20 PM (222.101.xxx.121)

    답변 감사드려요~ 근데 ㅜㅜ 일년에 1/3은 10시까지 야근하고,,결산땐 주말근무도 흔해요. 공부하며 회사다니며 아이키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답니다.

  • 6. ....
    '17.2.1 4:20 PM (222.101.xxx.121)

    준비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수있을 거라는 말씀..정말 너무 감사드려요. 힘이 납니다!!

  • 7. ...
    '17.2.1 4:31 PM (219.251.xxx.79)

    제가 아는 분도 회사에서 회계업무 일 하시다가, 30대 중반에 회사 그만두고 열심히 공부해서 회계사 합격하셨어요. 선배랑 두분이서 사무실 내서 하고 계시는데, 아이 키우기 좋더라구요.
    자기 사무실이니까 쉬고 싶을 때 아무때나 쉬고, 물론 결산할 때는 어마어마하게 바쁘지만요.

    제가 영업하는게 힘들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기존 거래처들 관리만 잘하면 어렵지 않다고 하시더라구요.
    원글님은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셨으니까 아는 업체들 많아서 잘하실 거에요.

  • 8. 순이엄마
    '17.2.1 4:47 PM (180.66.xxx.247)

    인생 한번이예요. 하고 싶은데로 하세요. 틀리지 않고 정답만 써 낼수 없는것이 인생이예요.

    단, 어떤 경우에도 행복해 하면 되요.

  • 9. . .
    '17.2.1 4:57 PM (124.5.xxx.12)

    응원해요. 화이팅

  • 10. 나야나
    '17.2.1 5:54 PM (125.177.xxx.174)

    급여 400...정말 부럽네요 그런데 한편으론 그 지긋지긋한회사생활..너무 이해가간다는ㅠㅠ

  • 11. 저도
    '17.2.1 6:49 PM (1.177.xxx.171)

    님보다 살짝 위...... 저도 진로 변경 셤공부 시작하려구요.
    번아웃되어 딴짓하다 돌아왔더니 살짝 숨통이 트이긴 하지만 근원적으로 공부 열심히 안했던것에대한 미련과 자괴감에 평생 후회하겠다 싶어서요. 근데 막상 관성의 법칙대로....쉽진 않네요. 진득히 앉아서 종일 하는게...참 어색해요. 나름 학창시절 우등생이었고 공부를 놓지는 않는 일을 해왔는데도 ...나를 관리하고 시간을 관리하며 하는 공부는 아직 어색해서 5분 집중도 어렵네요;;;

    해봅시다! 평생 후회하긴 싫으니... :)

  • 12. 잘생각 하세요
    '17.2.1 9:21 PM (220.76.xxx.79)

    나이많은 나줌마인데요 이글보니 내친구 사위가 생각나네요 세무사된지는 40살전에 됏어요
    세무사되고 다른세무사 사무실에 배우러 들어갔는데 한달에60만원 월급 타온다고 했어요
    내친구딸은 외국계회사에서 연봉이 1억이 넘어요 사위가 월60만원 받는다고하니 기가막히고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고 세무사에 합격해도 영업을해야 하는가봐요 지금은 어떤지 안물어보앗어요
    응원을 못해서 미안해요 내직업에 만족하는 사람 드물어요

  • 13.
    '17.2.1 11:47 PM (118.176.xxx.74) - 삭제된댓글

    회사 그만두고 공부하는건 좋은데 타이밍이 좋지 않네요
    전업수험생은 회사 다니는것보다 더 관리해야되요
    아이가 8살이면 공부 매진하기 힘들어요.
    아이 봐주시는 분들도 직장다닐때 만큼 생각

  • 14.
    '17.2.1 11:57 PM (118.176.xxx.74)

    회사 그만두고 공부하는건 좋은데 타이밍이 좋지 않네요
    전업수험생은 회사 다니는것보다 일정이 더 타이트해요
    아이를 친정엄마가 봐주시는거 같은데 더 전적으로 맡으셔야 할거에요. 회사 그만두고 입학하는 아이도 챙길 겸 공부 시작하자 이런마음이면 여러 사람 힘들어지는거 금방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아이가 5-7세 혹은 11세 이후 시작하는 것을 추천해요.

  • 15. ...
    '17.2.2 10:00 AM (222.101.xxx.121)

    염려해주신 분들..응원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지금 경제적인 이득은 중요하지 않아요. 무언가 하고싶은 목표를 정해서 달성하는 과정을 통해 저를 더 단련하고 사랑하고 싶어요.
    아이가 열한살쯤 되면..제가 42살인데,,그때도 지금같이 공부를 하고싶을까 싶어요.
    42살엔 제앞에 놓인 선택지가 더 줄어들것같고 동력도 떨어질 것 같아요.

    답글을 쓰다보니
    위에 서른여덟님 말씀처럼 생계에 떠밀리지 않고 원하는 걸 선택할 수있는 상황이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네요.

    마음속에 감사하는 마음 잃지않고..깊이 생각하고..부지런히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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