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때 친하게 지내던 몇몇과 십년전 쯤 절교했어요.
학교때 순수하게 몰려다니던 마음은 모두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줄줄이 낳게 되자
자꾸 불편한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사단은 제가 집을 샀을때부터였던거 같아요.
저 포함한 6명 중 2명이 자꾸 던지는 말들이 이런식이었어요
" 너는 다리에도 살이 찌나봐? 아까 보고 깜짝 놀랐잖아"
그 친구는 타고난 통통다리로 20대 때 저의 새다리를 부러워했죠. 애 낳고 제가 통통해지긴 했지만 제가 다리에까지 살이 붙은줄은 그때 처음 알았어요.
두명이 돌아가면서 저를 쪽(?) 주는게 불편해서 밖에서 모이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안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어느날 다른 한명이 전화해서는 " 너네 애 아파서 못 나왔다며? 니네 집이 길가에 있어서 공기가 안좋은가보다고 우리끼리 얘기했어" ... 혹은 " 너는 좋은 동네에 집도 있는 애가 도우미 아줌마도 안부른다며? 왜 그러고 살까....난 그렇게는 안살겠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저는 절연을 했어요
그렇다고 그 친구들이 저보다 경제적 형편 등이 못하냐...그런것도 전혀 아니었어요.
오히려 시부모님 다 계시고(저희는 홀시어머니에 둘째, 암것도 없음) 저희보다 유복해요.
좋은 친구들 만나기에도 바쁜 세상에서 얘들과 왜 만나는거지? 라는 생각에...
쟤들도 나를 안좋아하고 나도 넘 불편하고 뭐하러 만남을 이어가나 생각했죠.
그 모임 중 한명은 싱글이고 저랑 일하는 분야가 비슷해서 아직 계속 만나구요.
절연한 지 10년이 넘는 동안 그 가운데 있는 싱글 친구는
아주 가끔 그 친구들과 연락을 하는 눈치인데 저는 그런가보다 하고
소식 전해주면 "어...그래?" 하고 말았구요.
근데 오늘 그 싱글 친구가 그 몇몇 친구들 아이들이 죄다 스카이를 들어간 얘기를 해주더라구요.
저희 아이와 동갑...공교롭게도..
저희 아이는 중학교때 내내 놀고 고2때부터 공부하겠다고 시작했지만
워낙 기초도 없고 독하지도 않아서 이번에 재수를 결심했어요. 저는 말렸지만 아이가 꼭 한번 더 하고 싶다고 해서요.
공부로는 그 누구의 터치도 받아본 적 없는 저나 남편을 별로 닮지 않은 아이
그래도 다 자기 길이 있겠지. 늦게 트이는 아이도 있는데..애써 위로하면서도
내가 일하랴 공부하랴 너무 바빠서 애가 저렇게 된건 아닐까 속상하던 차에
눈치없이(?) 그 친구들 아이들의 입시결과를 전해준 싱글 친구가 좀 원망스러웠어요
그렇게 둔한 친구도 아니고
몇년 전에는 그냥 걔네 소식 굳이 전해주지 않아도 된다. 나하고는 이제 별로 관계가 없다고....돌려말했는데
결혼을 안해서 자식 일로 속상한 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일까요?
저랑 정말 친한 다른 친구들의 아이들이 좋은 대학 가고 그랬던건 진심으로 축하해줬는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마음에 걸릴까요?
우리 아이 잘 못하는거 그 친구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면....
이런 마음 갖고 돌아오면서
참....나도 옹졸하고 교만하구나
내가 걔들보다 못한게 있다는거...걔들이 고소해하지 않을까? 별 희안한 피해의식까지 들어있는거 같고...
너무 속상한 하루였어요.
그 싱글 친구 제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인데 ....오늘은 짜증났어요
우리 아이 재수하게 됐다고 한참 얘기했는데 꼭 그 얘길 전해줘야만 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