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게시판에서 논란이 된 삼성x파일과 관련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의혹들에 대한 반박문을 고일석 씨가 허핑턴 포스트에 기재했군요.
공감가는 기사라 첨부합니다.
역겨운 프레임 전쟁은 이제 그만, 정권 교체에 주목합시다.
친문 패권주의가 아닌 반문 패권주의의 활보가 두드러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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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기자가 최근 고발뉴스의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삼성X파일과 관련된 문재인 전 대표의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이상호 기자의 주장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뇌물보다는 도청 수사가 중요하다"고 언급하여 검찰 수사의 방향을 틀어서 뇌물(떡값) 수사를 못하게 했고, 문재인 민정수석이 특검 도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당시 언론에 공개된 문재인 수석의 발언이라고 밝혔다.
1. 노무현 대통령이 뇌물 수사를 못하게 했나?
이상호 기자는 이학수 삼성 구조본부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녹취 파일에 들어 있는 검사 떡값을 중심으로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실체는 국정원 불법도청 사건이며 삼성X파일은 이 사건의 극히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 도청을 주도한 국정원 미림팀이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해체된 뒤에 슬그머니 부활하여 활동을 계속하고, 김대중 대통령 취임 뒤에 다시 해체시키고 녹음 파일과 녹취 자료도 (나름대로) 모두 파기한 뒤에도 또 슬그머니 부활하여 비공식적으로 활동을 계속함으로써, 민주정부인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에서도 국정원의 불법 도청이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당연히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범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굳이 삼성 검찰 떡값과 비교할 이유도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삼성X파일이 공개되자마자 국정원의 조사를 지시했고 그 결과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에서도 도청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곧바로 이어진 검찰 수사에서 미림팀 관계자들과 그들의 집에서 보관하고 있었던 270여 개의 녹음 파일을 압수했다. 그리고 앞선 두 정부에 불명예가 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게 했다.
이 사건의 결과로 국민의 정부 신건,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의 실형 선고를 받음으로써 김대중 정부와의 차별을 꾀한다는 오해를 받았다. 이것이 지금도 참여정부 호남 홀대론의 한 근거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모든 오해와 곡해를 불사하고 국가 범죄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런 판국에 검찰 떡값이 도청 수사보다 더 중요하니 덜 중요하니를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2. 검찰은 뇌물 수사를 하지 않았나?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뇌물죄는 5천만원을 경계로 이하는 공소시효가 5년이고, 이상이면 10년이다. 떡값 사건은 1995년의 사건으로 뇌물 액수가 5천만원 이하라면 공소시효가 지난 것이고, 이상이면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독수독과 이론에 근거한 도청 파일의 증거 능력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녹음 파일에서 거론된 떡값의 규모는 5백만원에서 2천만원 사이였다. 따라서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당시 검찰의 입장이었다.
그러면 대통령이 공소시효가 되든 안 되든 수사하도록 지시하지 않았으므로 암묵적으로 뇌물 수사를 못하게 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 철저하게 개입하지 않았던 당시 청와대의 원칙을 이해한다면 누가 봐도 억측이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3. 문재인 수석이 특검을 막았나?
문재인 수석은 특검에 반대한 것뿐이다. 특검을 할지 말지는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므로 민정수석의 얘기는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 민정수석의 의견이 국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특검을 못하게 막은 것으로 확대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재인 수석은 이상호 기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떡값의 수사에 대해서는 특검을 반대하지 않았다. 이 부분이 언급된 연합뉴스 기사는 아래와 같다.
"그는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 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특검에 맡기면 3~4달 후에나 활동이 가능한데 그때까지 문제를 덮자는 말"이라며 "진실규명 의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효성이 없다"고 반대 뜻을 나타냈다. 그는 다만 불법도청 테이프에서 드러난 일부 검사들의 떡값 수수 문제와 관련해서는 "검찰 조사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논란은 있을 수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특검이 논의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혹시 공개 발언 외에 비밀리에 어떤 작용을 한 근거가 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이상호 기자 본인이 밝혔듯이 공개된 발언을 근거로 주장하는 것이라면 당시 민정수석의 발언을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그가 삼성X파일 특검을 막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4. 특검은 왜 실시되지 않았나?
엄밀히 말하면 '삼성X파일 특검'이 아니라 '국정원 불법도청 특검'이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삼성X파일 사건은 국정원 불법도청 사건의 일부였다. 조기숙 교수는 한 팟캐스트에서 국회에서 논의되다가 한나라당의 사학법 장외투쟁으로 흐지부지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초기 입장은 청와대와 궤를 같이하여 "검찰 수사 후 미진하면 특검"이었고, 한나라당은 "즉시 특검"이었다. 그런데 항간에서 검찰에 압수된 270개 테이프에 대한 내용들이 설왕설래되기 시작했다. 이 테이프는 김영삼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에 이르는 동안 만들어진 것이므로 여야 정치인 모두가 타깃이 될 수 있었다. 이에 테이프의 공개 문제가 화두가 됐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특검 수사 후 범죄 혐의가 확실한 내용에 한해 특검의 판단에 따라 공개" 입장이었고, 열린우리당은 테이프의 공개는 불법이고, 공개 여부를 특검에 맡긴다면 정치적으로 선별하여 공개할 우려가 있으므로 특별법 제정을 통해 모두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특검을 하든지 검찰 수사를 하든지 하자"는 입장이었다. 민주노동당은 특별법, 특검 동시 도입을 주장했다. 그러나 특검을 반대하는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한나라당은 대선 자금 수사로 이미 클리어된 차떼기 사건이 다시 불거지는 것을 우려했다. 따라서 맨날 공방은 이어졌지만 서로 적극적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흐지부지됐다.
결론
노무현 대통령이 수사의 방향을 틀었다는 것, 문재인 수석이 특검을 막았다는 것, 모두 사실과 다르다. 단 하나 검찰에서 떡값 수사를 하지 않은 건지, 열심히 하지 않은 건지 모르지만 떡값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부합한다. 그러나 그것 역시 대통령이나 민정수석의 역할과 관계 없이 공소시효가 문제가 됐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