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파일이라. 이 얘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다들 이상호의 엑스파일, 삼성 엑스파일이다 그러시는 데 그럼 본질을 망각하게 됩니다. 국가안전기획부 미림팀의 엑스 파일. 그것이 사태 인식의 본질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림과 관련된 특별한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정치학을 전공했는 데 하필 제가 입학한 과에 김덕 교수라고 계셨어요. 저의 입학과 동시에 학교를 떠나셨지요. 안기부장에 임명되시면서요.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그 후 이런 저런 공부를 하다가 그 분이 미림팀을 해체했다 정도를 알게 되었지요. 그게 엄청난 일이라고들 하는 데 전 그게 뭐가 엄청난 일인지 몰랐어요. 호기심 많은 20대 초반이니 그저 궁금해만 했지 뭘 알았겠어요.
우리과의 보수성에 혀를 차면서 교수가 안기부장이나 되고 라고 비아냥 거렸다가 선배들한테 혼나면서 다시 미림에 대해 들었지요. 김덕교수는 미림팀도 해체하고 안기부를 정상화하려 노력한 분이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업적이야? 그게 뭔데? 까먹을만 하면 한번씩 미림이란 이야기를 들었었지요.
저희 선배 중에 김덕 교수의 주례를 받은 선배들이 몇 명 되지요. 결혼식에 갔는 데 국정원에 들어간 선배가 보이는 거예요. 오랜만에 본 거지요. 제 푼수끼가 발동해서 그 선배에게 물어봤어요. 형 미림팀이 뭐야? 그때 그 선배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네요. 사색이 된 표정으로 주위를 훑어보더니 “너 죽고 싶냐?” 그러고 자리를 피하더군요.
오줌 지릴뻔 했습니다. 젠장, 페북에 글을 쓰며 페친들과 연결이 된 이런 어마무시한 이야기를 쓰려니 자기 검열을 피하기가 어렵네요. 어쩌겠습니까? 시대의 부름이니 그냥 쭉 써가겠습니다.
미림은 안기부 도청팀의 이름입니다. 룸사롱, 호텔등에서 도청을 하는 팀이지요. 지금 미국대통령 트럼프가 러시아에서 찍힌 성매매 영상으로 말이 많지요? 푸틴이 하는 정치가 그런 어둠의 정치지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정치가 있었던 거지요. 지금도 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그 미림팀은 안기부장 김덕에 의해 1 차 해체를 당합니다. 집권 초반 김영삼이 잠시 진보모드일 때 벌어진 일이지요. 이인모 송환에, 금융실명제에, 민족이 그 어떤 동맹보다도 우선한다 등등. 그런 김영삼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미림팀은 부활하지요. 그렇게 부활한 미림팀은 도청을 개시하는 거지요. 김영삼의 미림팀입니다. 누굴 도청하겠습니까? 야권이지요. 정적들입니다. 그리고 재벌 등등. 김영삼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정적들에 대한 동향 감시와 도청. 그게 미림팀이 했던 일이고 미림팀의 엑스 파일이 형성되어 간 배경이지요.
김영삼 대통령은 미림팀의 엑스파일을 어떻게 썼을까요? 알 수 없지요. 그 미림팀의 엑스파일에 관심을 가장 많이 가졌던 김영상 대통령 측은은 누구일까요? 바로 김현철씨지요. 김현철씨는 블랙메일을 잘 보내는 스타일이었지요. 다들 그 서슬퍼런 권력에 꿈벅 죽었었구요. 자 그렇게 권력을 휘두르던 현철씨가 어떻게 되었나요?
김현철의 몰락은 바로 미림팀에게는 위기로 다가오지요. 미림팀은 살 궁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됩니다. 엑스파일이 탄생하는 두 번 째 배경이네요.
정리하겠습니다. 미림팀의 엑스파일의 양대 배경
1. 김영삼 정권의 칼
2. 미림팀 자체의 자구책.
애시당초 엑스파일엔 정의구현이라던가 재벌개혁이라던가 그런 의도가 없었던 거지요. 그런 의도가 없었던 걸 그렇게 쓸 수도 있지 않겠는가?
여기서 질문을 던질게요. 엑스파일 중에 삼성에 관한 내용이 많겠는가? 김대중과 그 측근에 관한 내용이 많겠는가? 삼성 관련된 내용만 깔 수 있겠는가? 삼성이 호구인가?
아이러니 하게도 김현철의 몰락은 김대중과 김영삼의 신 밀월관계를 탄생시키지요.
김현철의 몰락을 진두지휘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린 이회창을 김영삼은 용납할 수가 없게 되지요. 이 연결고리를 파고 든 김대중. 둘은 적임과 동시에 동지. 그리고 많은 것을 정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관계. 특히, 자신들의 아들들에 대한 부채의식과 애틋함. 민주투사 아버지로서 자식에 대한 정서적배경을 이해하는 이 세상의 단 한 사람. 김영삼과 김대중은 서로 그런 관계지요. 김대중과 김영삼은 김현철 사면을 매개로 협력적 관계를 맺습니다.
검사 박주선이 김대중 비자금 사건 수사를 중지한 배경이자
이인제가 대선을 완주할 수 있었던 배경.
그게 김현철 사면을 둘러싼 김대중과 김영삼의 합의인 거지요. 훗날 법무장관 박상천이 방해를 하지만요. 암튼 그건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고
결국, 김대중 정권의 출범. 그리고 해체되는 미림팀.
미림팀은 김대중 정권의 문화체육부 장관 박지원에게 엑스파일을 들고 가지요. 자기들의 존재이유를 설명하고 자신들을 해체하지 말라는 얘기를 했을까요? 자기들을 건들면 다 죽자는 거다라는 말을 했을까요? 알 수가 없지요. 미림팀의 엑스 파일이 삼성 관련 내용만 있다고 생각하면 이 만남의 성격을 잘 못 이해하게 됩니다. 미림팀의 엑스 파일은 삼성을 조질려고 만든 엑스파일이 아니라 김영삼의 정적들을 콘트롤하기 위해 만들 것이라는 걸 상기해야 합니다.
결국, 어떤 협약이 있었는 지 알 수 없지만, 미림팀의 엑스파일은 김대중 정권 시기를 건너뛰게 됩니다. 공격도 수비도 서로 피했다고 봅니다. 어차피 싸우면 둘다 죽는 거구요.
자 문제는 정권이 바뀝니다.
미림팀은 들고 있는 엑스파일로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요?
바로 돈을 뜯어 내고 싶었던 겁니다. 그 돈을 뜯어 내기 위해서는 엑스파일 중 무엇을 건드려야 했을까요? 바로 삼성 관련된 부분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삼성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는 거지요.
그들은 삼성에게 돈을 요구했다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으로 내 몰리지요. 그리고 도피행각을 벌이구요. 그들은 자신들의 안전과 돈을 원했던 사람들이지 정의를 원했던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들은 언론사를 접촉시도하지요. 그 와중에 그걸 덥석 문 분이 이상호 기자구요.
자, 여기서 다시 생각해야 할 게 있습니다. 엑스파일을 확보하고자 했던 자들은 누구누구일까요? 그리고 그 엑스파일의 전모를 파악하고 자신들의 권력을 극대화한 세력은 누구일까요? 그건 바로 검찰입니다. 검찰이 엑스파일을 확보하는 순간 정권과 재벌을 상대로 엄청난 지렛대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 엑스파일은 정의의 사도라고 자처하지만 우리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세력의 손아귀에 떨어지게 됩니다. 참극의 시작이지요.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엉뚱하게도 최후의 승자가 된 검찰.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미림팀을 해체했던 김대중 정권의 국정원장들, 신건, 임동원, 천용택이 당하게 됩니다. 이수일 국정원 제 2 차장은 자살하게 되구요.
어라? 분명 삼성 엑스파일은 김영삼 정권하에서 대선 때 도청한 건데 왜 김대중 정권 사람들이 이 사건으로 숙청이 될까요?
이게 노무현 정권의 호남 홀대? 아니지요. 이게 바로 엑스파일의 원초적 힘의 배경. 즉, 김영삼의 정적을 제거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 그거의 결과지요.
제대로 된 저항도 못하고 삼성은 쓱 빠져나가고 검찰과 국정원은 자신들을 개혁하려 했던 세력을 숙청을 하고 노무현은 정권 초반 검찰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였던가를 알게되는 거지요. 검찰은 대통령의 시녀가 아닌 스스로 권력의지를 가지고 있던 집단이자 한국의 재벌 및 기득권의 수호자로서 적극적인 정치행위를 하는 집단인 걸 간과한 참혹한 결과지요.
천정배 법무장관이 돈 받은 검사를 수사하라? 씨가 먹혔을까요? 홍석조 검찰국장의 존재와 삼성. 돈 받은 검사가 7명 이었을까요? 엑스 파일을 까면 삼성 부분만 까질까요? 전부 다 까질까요? 전부다 까지면 어떤 쪽이 폭파될까요?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아니면 전부 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원장들이 도청팀을 운영해서 또 다른 엑스파일을 만들었다면 당했을까요? 서로 맞교환을 하면서 무사했을까요?
이쪽이 저쪽에게 철저하게 당한 이유는 저쪽은 엑스파일을 만들고 이쪽은 안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엑스파일을 만들 필요가 없을만큼 깨끗하지가 않았던 게 문제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 낭만적인 얘기는 꿈속에서 하시길 바랍니다. 10 대 1. 노무현 대통령이 불법 대선자금 10 대 1 주장을 하셨었지요. 결국 8 대 1. 8배 잘못 한 놈들이 하나 잘못한 사람들을 숙청하는 정치. 그게 옳은 정치일까요? 그 8 배 잘못한 놈들이 승리하게 판을 까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신 이상호 기자님. 지금 다시 판을 흐리는 워딩을 하셨습니다.
이상호 기자님이 전체적인 판을 보지 않고 미림의 엑스파일을 삼성의 엑스파일로 인식하고 접근하신 덕분에 어떤 결과가 초래 되었는 지 다시 한번 복기를 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천정배, 문재인, 노무현이 재벌 개혁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서 엑스파일을 덮은 건지 다시 한 번 숙고를 하시구요.
제가 정말 쓰디쓴 한마디를 해 드리자면 왜 주진우, 김어준 보다 지금 이상호기자님이 한단계 아래로 평가 받는 지 말씀드릴게요.
주진우와 이상호 두 분 다 훌륭한 기자분들이시고 직진을 하시는 멋진 분들입니다. 저는 존경합니다. 두분을. 하지만 주진우에겐 큰 그림을 그려주는 김어준이 있지요. 명장 주진우를 진두지회하는 지휘부죠. 지금 이상호 기자님은 모든 걸 파헤칠 수 있는 팀으로 움직이고 계시지 못합니다. 전체적인 판에서 한 부분을 잡고 계시지요. 전체적인 판을 보고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필요하실 거예요. 지금 그 옆에 계신 서해성님. 완전 판을 잘 못 읽고 계시고 이상호 기자님의 직선적인 취재와 발언, 전체적인 권력 구도 속에 전략적이지 않은 때로는 기자란 이런거다라고 생각하시며 발언하시는 무모한 발언들이 초래하는 정치적 참극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보셨으면 합니다.
미림의 엑스파일을 이상호의 엑스파일, 삼성의 엑스파일로 한정을 하는 순간, 지금 이 수많은 인식오류가 발생하고 있는 거지요. 이상호 기자님과 함께 하는 큰 그림꾼, 이상호의 김어준을 잘 만나시길 바랍니다. 서해성은 멀리하시구요.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