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저를 질책하셨고 따뜻한 말씀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남편과 싸우고 나서 시어머니 생신엔 결국 가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무슨 핑계를 댔는 지 몰라도 본인도 안가더군요.
제기 이혼을 안(못)하는 이유는 딸 때문입니다.
몇 년 전에도 정말 미칠 것 같아서 딸에게 “네 아빠랑 그만 살면 안 되겠냐”고 물었더니 눈물을 글썽이면서 “엄마!. 너무 슬퍼” 이러더군요. 부모사이가 데면데면한 걸 어릴 때부터 봐온 딸이지만 그 모습을 보니 딸 가슴에 못을 박는 것 같아 한 걸음 뒤로 물러섰지요. 딸이 결혼했는데 친정부모의 이혼이 남편에게 시부모에게 약점이 될 것 같아서 이혼만은 접어두기로 했습니다.
남편에게 일요일 저녁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남편은 이혼하자고 할 줄 알았다네요.
다음날 오후에야 전화가 오더군요. 하루 휴가를 내고 본가로 가서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날 오후 늦게 집으로 온 남편은 시어머니가 제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 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만약 이혼하게 된다면 남편은 사회적으로 잃을 것이 무지무지 많은 사람입니다. 이번에 확실하게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본인이 힘든 상황이 될 거라는 위기의식을 느낀 모양입니다.
34년간 살아오면서 그날 처음으로 남편과 저는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주로 제가 이야기를 했지만요.
딸에게 내용을 보여줬더니 너무 너무 순하게 쓴 것 같답니다.
딸과 아들은 저를 많이 응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시어머니와 통화하게 되었는데 저는 그래도 미안하다는 말은 할 줄 알았습니다. 근데 지난 일은 생각하지 말고 앞만 보고 살라네요.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또 그 집안 남자들이 다 그러니까 저보고 이해를 하랍니다.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전화 끊었습니다. 1년에 딱 1번만 보는 거지요.
아래 글은 제가 남편에게 보낸 메일입니다.
결혼하여 **를 임신하고 직원여행에서 당신에게 엽서 보낸 후, 두 번째로 쓰는 글입니다.
당신과 나, 둘 다 참으로 징그러운 긴 세월을 같이 했습니다.
서로가 밑바닥까지 보인 이 상황에 며칠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결혼이라는 단어 자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나 결혼하는 게 아닌 거지요.
나라는 존재는 한 켠에 밀쳐두고 희생과 헌신을 강요받는 게 결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혼이라는 문으로 아무 고민 없이 덜컥 들어섰던 내가 참 어리석은 사람이었지요.
당신과의 결혼 생활 내내 행복이라는 단어는 저 멀리 손닿지 않는 곳에만 있었습니다.
알콩달콩 살아본 기억은 거의 없고 오로지 당신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단과 도구로만 내 인생이 유린당한 것 같아 너무나도 슬픕니다.
대화 없는 부부-당신과 나를 표현하기에 아주 적절합니다.
나는 당신에게 크게 바란 게 없었습니다.
부부로 만나 정서적으로 많이 교감하고 일상생활에서 소소한 행복을 나누고, 당신인생에서 내가 일 순위가 되는 거였는데....그런 것들은 감히 내가 누릴 수 없는 엄청난 사치였어요.
뼈 속까지 시린 찬바람을 맞으며, 벼랑 끝에 서 있는 느낌으로 살아온 날들이었습니다.
당신에게 필요한 아내의 조건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돈 버는 아내
둘째 당신 부모형제에게 잘하는 아내
근데 그 둘째 조건이 나는 당신에게 맞지 않는 사람입니다.
당신 핏줄과의 갈등상황에서도 당신은 한 번도 내편이 되어준 적이 없었고 내 아픈 마음을 읽어보려고 노력조차 시도하지 않았던 사람이었습니다. 항상 외면했었죠.
강아지도 주인이 귀하게 여기면 그 누구라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데, 당신 핏줄들이 나를 대한 행동을 보면 나는 당신에게 정말 먼지만도 못한 존재였어요. 더불어 내 친정까지도.
그냥 가슴이 먹먹해지고 담아두었던 눈물이 흐릅니다.
이렇게 살라고 내 부모님이 나를 낳아 키운 것은 아닐 진대......
이번에 내가 생신행을 거부한 것이 여러 가지 이유도 있지만 애들 고모부부 행위가 비중이 컸습니다. 얼마나 아팠던 건지 모르지만 아파서 **결혼식에 참석 못한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애들이 휴가 때 시간 쪼개서 내려갔는데 결혼 때 얼굴을 못 봤으면 그때라도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남편생일이라니......해마다 돌아오는 그 생일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요? 그리 중요한 생일이면 저녁에라도 치르면 되지 꼭 그 시간에 해야 하나 싶습니다.
그냥 나를 하찮게 여겨서 조카와 조카사위를 우습게 본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런 딸의 행동을 전혀 개의치 않았던 당신 어머니도 이해 불가입니다.
작년생신에 내려갔을 때도 애들 고모부부는 참석 못해서 미안했다는 말 한마디 없었습니다.
나와 우리 애들을 우습게 아는 사람들을 내가 왜 시간 내서 보러 가야 하나요?.
또한 죽어서도 잊을 수 없는 사건, 애들 삼촌이 술 먹고 진상부리고 팔을 들어 올려 나를 때리려고 한 그 때의 행동들, 그리고 부모나 형이라는 사람은 어떤 제지도 하지 않고 입 다물고 보고만 있던 상황들, 시간이 꽤 많이 흘렀음에도, 오늘 있었던 일처럼 살을 찢는 고통으로 전해옵니다.
당신이 나의 상황이었다면, 당신 여동생이 그런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본인부모 본인이 잘 챙기면 되지 왜 나에게 요구하나요? 본인이 받은 혜택과 사랑을 왜 내가 갚아야 하나요? 내가 당신이랑 산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나요? 내가 벌어 내가 먹는 데......내 형제 그 누구도 당신에게는 그런 요구 하지 않는 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사, 차례 지내고 상 차려 대접하는 그런 나 자신이 혐오스럽습니다.
본인 가정과 아내를 먼저 생각하는 남편들은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스스로 선을 그어 주던데, 내가 어떤 스트레스를 겪어도 그저 당신은 당신 핏줄에게 체면과 위신만 세워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참 비겁한 사람입니다.
갈등 해결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없고 항상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서 흐지부지되게 만들더군요. 그 결과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을 만든 거겠지요.
어제도 당신 행동 보면 할 말이 없습니다. 문자, 카톡, 전화 몇 번이 당신에게는 최선의 노력이네요. 얼굴 보면서 하지 않는 대화가 상대방의 마음을 얼마나 읽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저 불편한 상황을 회피하는 데만 급급한 사람.
또한 당신 문자에 있던 사랑이라는 말, 고귀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함부로 쓰여져도 되나 싶습니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말로만 글로만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거지요.
남자의 성공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당신기준에서 보면 사회에서 남들이 선망하는 높은 지위를 얻는 거겠지요.
또 다른 사람에게는 돈 많이 버는 남자도 해당되겠지요.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성공한 남자는 아내의 마음을 얻은 남자입니다.
올해부터 기제사 1가지만 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내가 유일하게 싫어하지 않았던 분이기에 그때만큼은 정성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음도 없이 짜증내면서 하는 형식을 위한 형식적인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나도 내 부모 내형제 때 되면 보고 살겠습니다.
나머지 상황은 당신이 알아서 해결하기 바랍니다.
당신 답변 듣고 당신어머니께 직접 말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