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시어머니께선
80이 넘으셨다고는 하지만 건강진단에서도 다 정상이었고 몸관리 정말 잘 하셨다고
담당 의사가 말씀하셨는데 어머닌 맨날 아프시대요.
제가 보기엔 나이 들어서 오는 증상들로 보이는데 어머닌 그걸 인정하지 않으시고
아들 삼형제 한테만 항상 아프시다고 응석을 부립니다.
아들은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차라리 자신이 아팠으면 좋겠다며 가슴 아파 하구요.
어머니는 소식에 식사 시간도 군대같이 규칙적이세요.
식사 시간이 조금이라도 이르면 아직 먹을 시간 아니라시며 기다렸다 드시고
식사 하실땐 국물이 몸에 안좋다며 안드시고 똑같은 반찬이 두 번 식탁에 올라오면 옆으로 밀어 놓으세요.
시어머니 관심사는 오로지 몸과 자기 자신밖에 없는 분이라 TV 건강프로는 꼭 챙겨 보시고
TV에 나오는 유명하다는 의사는 다 찾아 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구요.
그런데 약을 지어 오면 2~3일 드시고는 맞지 않는다고 안드시네요.
몇 십만원 하는 한약도 그렇게 해서 버린게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얼마전에는 한달에 백만원이 넘는 한약을 당신이 원해서 드셨는데 효과가 없다시네요.
그렇다고 부모님이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받은 유산도 한 푼 없습니다.
어떤 때 보면 돈에 대한 개념이 없는 분인 것 같아요.
그 돈이 아들들이 고생해서 벌은 거라고 생각하면 절대 그럴 수는 없거든요.
제 주변엔 92세인 노모가 계신분이 있는데 그 분은 절대로 간다는 연락을 안드리고 간다네요.
간다고 하면 자식 먹인다고 된장찌게도 끓이시고 반찬을 많이 만드신다고....
시어머니가 며칠 전에 몇 달 계시러 오셨어요.
제가 의류매장을 경영하기 때문에 저녁에 일찍 못 들어가니까 아들이 저녁을 챙겨드리는데
어머닌 손하나 까딱 안하시고 60세인 아들이 해 주는 밥을 앉아서 받아 드십니다.
어머니가 일어나려 하시면 뭐 필요한거 없냐면서 물도 떠다 드리고 이것저것 챙겨 드리네요.
아들은 건강이 안 좋아서 3년전부터 약을 먹으며 쉬고 있는데 그런 아들이 차려주는 밥상을
어떻게 편하게 받으실 수 있는지....
아침마다 변은 잘 보셨냐 색깔은 어떠냐 하면서 어머니를 돌본답니다.
애기를 본다고 하듯 어머니를 본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듯 해요.
어디가 편찮으시다면 당연히 해 드려야 하는게 맞는데 어머니보다 아들이 더 병자인데 말이예요.
하물며 자신이 욕조에 들어가서 머리까지 감겨 드리네요.
미용실처럼 의자에 누워서 감기는 거리면 두사람 다 편하겠지만 욕조에 머리를 대고
그 안에 들어가서 머리 감기는 일이 어디 쉬울까요~?
저도 아들이 있지만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아들이 오면 안쓰러워서 절대로 아무것도 못시키네요.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건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가 안방 침대에서 주무시라고 하니까 아무 거리낌없이
들어가서 주무시는 거예요. 방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근데 전 왜 이렇게 마음이 안좋을까요~?
그런 마음이 드는 내가 이상한건지......
주위를 다 봐도 시어머니가 안방에서 주무신다는 소린 못들어봐서요.
뭐라고 하고 싶어도 작은 방에서 주무시면 효자 아들이 마음 불편할까봐 못하네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