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the300]공항철도 발매권·노숙자 퇴거·봉사활동 등 도마…젊은층 반감 굳어질 수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역까지 이동하기 위해 공항철도 급행 티켓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은 반 전 총장이 1만원짜리 두 장을 한꺼번에집어넣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과 동시에 사실상의 대선 유세에 박차를 올리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귀국 후 공항철도를 이용해 귀가하는 등 바로 '서민 행보'를 시작했으나, 연일 구설수에 올라 도리어 역효과를 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귀국하자마자 공항철도를 이용해 서울역까지 이동했다. 당초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다며 승용차를 이용키로 했다가 "곧바로 시민들과 만나는 게 의미가 있겠다"며 계획을 전격 수정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정작 퇴근시간대 인파 속에서 경호원과 취재진에 둘러싸여 시민들과 만나지 못했다. 반 전 총장이 급행 공항철도에서는 시민들과의 대화가 아닌 언론인터뷰만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인천공항측이 에스컬레이터 등 이동시설을 반 전 총장의 동선에 따라 통제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역 내 보안요원들이 반 전 총장이 도착하기 2시간 전부터 서울역의 치안유지를 이유로 노숙자들을 외부로 쫓아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반 전 총장은 '서민 코스프레' 의혹도 받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가 공항철도 이용권 무인발매기에 만원짜리 지폐 두 장을 겹쳐서 넣는 사진이 화제에 올랐다.
그가 공항철도를 타기 전 공항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는 과정에서 고급 브랜드로 분류되는 프랑스산 '에비앙'을 집어들었다가 당황한 보좌진이 국내산 생수를 권유해 급히 교체했다는 구설도 제기됐다.
지난 14일 반 전 총장이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방문해 요양 중인 한 할머니에게 죽을 떠먹이는 사진도 온라인상에서 논란에 휘말렸다. 환자가 침대에 머리를 대고 누워있는 자세로 죽을 떠먹이면 기도에 막혀 응급상황이 생길 수 있는데 기본 수칙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또한 누워서 죽을 먹는 할머니가 아닌 반 전 총장이 턱받이를 착용하고 있는 것도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오후 충북 음성군 맹동면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 꽃동네를 찾아 요양 중인 할머니에게 죽을 떠 먹여드리고 있다. 왼쪽부터 반 전 총장, 부인 유순택 여사, 오웅진 신부, 윤숙자 시몬 수녀. /사진=뉴스1연이은 구설에 반 전 총장측 캠프는 당황하는 분위기다. 이도운 대변인은 "서울역 노숙인이 쫓겨났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대체 누가 쫓아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2만원 해프닝'에 대해서는 "만원을 꺼냈는데 2만원이 꺼내진 것 같다"며 "오랜만에 서울에 와서 잘 모르는 것은 실수하고 그럴 수 있는 거 아닌가. 웃어넘길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생수 해프닝'에 대해서는 "(반 전 총장이) 처음에 생수가 너무 많아서 어떤 걸 집을지 모르겠더라고 하셨다. 무슨 생수를 사든 문제는 아니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그는 봉사 관련 구설에 대해서는 "못 일어나시는 분"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반 전 총장측 캠프는 보도자료를 통해 "꽃동네측 안내에 따라 어르신의 식사를 돕게 됐다"며 "담당 수녀님에 따르면 그 어르신이 미음을 그렇게 드시는 것은 문제가 없으며 복장도 꽃동네 측에서 요청한 복장"이라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이 뉴욕 생활을 마치고 무려 10년 만에 자연인으로 공개활동에 나선 데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전격 대권 도전의 뜻을 밝혔다는 점에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인천공항이나 서울역측의 자발적 '과잉 의전'을 반 전 총장측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옹호론도 나온다.
다만 그의 첫 주 '민생행보'가 본래 의도보다 논란거리나 비웃음거리로 이슈화되면서 설 연휴 전까지의 '세 몰이'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그의 민생행보가 자칫 보여주기식으로 비칠 경우 안그래도 지지기반이 취약한 젊은층에서 반 전 총장에 대한 반감이 굳어져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영영 잃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반 전 총장의 귀국 당일과 초반 행보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열혈 지지세력들의 다소 과격한 행동과 '올드'한 이미지는 추후 외연 확대에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 전 총장 캠프측 관계자는 "지지자라고 몰려오는데 연령대가 높으니 오지 마시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아무래도 연세가 있는 분들이 사진이라도 더 찍으려고 나서니 화면에 노출이 많이 되는데 사실 젊은 지지자들도 많다"며 "반 전 총장이 유엔에서도 특별히 청년들을 위한 활동을 많이 한 만큼 앞으로 청년들과 호흡하고 함께하는 일정을 더 많이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