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40대 긴머리 여자 꼴불견이라고 말하는 글을 읽어봤는데요
전 50대에 긴머리니 원글녀 기준에선 혐오스러울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버젓이 말하는 판에 나도 내 생각을 못 말할 이유 없겠다 싶어 한자락 써봐요.
그래요, 저는 50대 인데도 긴머리고 아직 누구도 제 머리에 뭐라는 사람은 없어요.
적어도 제 앞에서는요.
저는 머리숱이 엄청나게 많았어요. 그래서
정말 대학 들어와서 그 당시만 해도 대학이나 들어가야 머리에 파마라는 걸
하던 때였거든요. 근데 저는 19살 처녀가 서울로 대학 들어 와서 대학 1학년 때
친구들 다 하니 친구들 따라 이대 앞에 좋은데 가서 머리하고
친구들은 예쁘게 머리가 나오는데 저는 머리가 한 광주리가 되어서
진짜 너무 뭐 같았어요. 그 때는 머리 숱이 많으면 숱을 치고 어쩌고 그런 기술도 잘 안 부려줬는지
어찌된건지 하여튼 그래서 저는 내 머리숱이 많은 걸 너무나 슬퍼 하면서 대학을
다녔어요. 저희 엄마만 야 나중에 니도 나이 들어 봐라 그게 얼마나 좋은건데 지금은 모르지
했지만 그런건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저 친구들은 미팅 나가도 잘 되는게 그 머리가 잘 나와서 그런가
같고 저는 머리도 한 가득에 또 가슴은 커서 그 당시만 해도 여자 가슴 큰 건 섹시가 아니라 뭔가 미련하고
스마트 해보이지 않는 분위기라 전 큰 가슴을 감추고자 167이나 되는 큰 키에 등을 약간 구부리고 다녔어요.
그러니 뭐가 잘 되겠냐고요.
한번씩 스트레이트도 해봤지만 어쩐지 별로 예쁘지도 않고 그래서 그건 몇 번 안 했죠.
그러나 유학 가서 아니 거기서도 머리 좀 하려고 했더니 뭐 너는 머리숱이 너무 뻣뻣해서
자기 가위 다 상하겠다고 미용사가 말하질 않나, 머리숱이 너무 많아서 내가 일을 두 배로 하느라
힘들었으니 돈 더 받아야 되겠다느니 그런 말 듣고나니까아 진짜 내 머리?
내 머리는 속도 잘 안 돌아가는데 겉도 말썽이네 이러면서
거기서도 그냥 머리는 내팽개치고 그냥 촌 ㄴ 모드로 하고 젊은 시절을 보냈어요.
아 물론 거긴 내 머리로 나를 평가해주는 사람도 없고 봐주는 사람도 없었으니까요.
그러다 늙어서 한국 오니까 오 마이갓, 여기는 점점 해가 갈수록 니가 가슴 큰 건
멋진거다, 여성이여 큰 가슴이 좋은거다 뭐 이런 사회 분위기에 제가 살짝 가슴을 폈더니
오마나 언니 키도 크고 체중도 50키로 조금 넘고 뭐가 문제야, 이런 얘기 듣고 제가 약간 업 되었는지
아 그러면 하고
한 몇 년간 역시 이제껏 살던 식으로 팽개치고 살던 머리도 하러 갔더니
와왕, 이젠 이 머리 숱이 많아도 C컬이니 뭐니 하면서 머리숱이 많아도
저의 20대처럼 머리가 붕떠서 이상하지 않고 파마라지만 해도 잘 나오고
저는 약간 머리가 긴게 어울린다는 걸 여러 사람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게 생각되니 이제서야 늦게 찾은 나의 스타일을
남이 뭐란다고, 아니 옆에서 남편이 괜찮다는데 왜, 굳이 바꾸어야 하나하고 50 넘어서도 유지하고 있어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자주 만나는 사람들도 아무도 제 나이도 묻지 않고 신경도 서로 쓰지 않아요.
그러니 늦게 찾은 스타일을 조금은 더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사람도 있으니 너무 다른 사람의 스타일에
훈수 두지 맙시다 라고 이 연사 목놓아 외칩니다!!!
사회가 살기 편하다는 건 단지 기술의 발달이나 문화나 의료서비스가 풍부한 것만은
아닐 거에요. 편견이 얼마나 사람을 옭죄는지 그리고 그게 자기에게도 돌아오는 부메랑인지 안다면
그런 어리석은 짓도 없고 우리생활을 스스로 불편하게 만들 뿐인거죠.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어울려 살아가는게 사회이고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다면
적어도 자기 기준을 뭣인양 들이대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개인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아요.
좀 더 성숙해지는 것, 그건 돈이 해결해주는 게 아니지만 우리 삶을 즐겁게 해준다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