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 심리 (퀴스타브 르 봉)
2017.01.10
퀴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를 요약 정리해 봤습니다.
미군 장갑차 사고(미선, 효순 사건), 광우병 사건, 세월호 사고, 그리고 이번 탄핵 사태에서 보여지는 촛불집회, 태극기 집회의 기저에 흐르는 군중들의 심리를 120여년 전 퀴스타브 르 봉이 정확하게 궤뚫고 있다는 것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학식이 많고 머리가 좋고, 심지어 논리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조직화된 군중 속으로 들어간 개인은 군중 심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저 자신도 마찬가지구요.
여러분들은 집단 속의, 군중 속의 자신이 독립된 개인의 자아나 자존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에 놀라고 자괴감에 빠진 적은 없는지요?
퀴스타브 르 봉의 말을 한번 쯤 되새겨 보면서 이번 탄핵 사태를 냉정하고 차분하게 관찰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1) 심리적 군중(조직된 군중)이라 함은 의식을 가진 개성은 사라지고, 그 집합체를 이루는 모든 단위의 감정과 생각이 같은 방향을 갖는 개인들의 집합.
2) 군중 속의 개인은 고립된 개인일 때 느끼고 생각하는 행동방식과 달리 무의식의 노예가 되고 폭력적이고 과격해져 마녀사냥도 서슴치 않는다.
3) 군중을 이룬 개인은 숫자가 많다는 이유로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고 착각하고 폭력적이고 불법적 행동을 해도 무책임해지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개인이 혼자 있을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군중 속 개인은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
4) 일체의 감정과 행위가 군중 사이에서는 매우 쉽게 전파되고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는 개인의 희생도 감수하게 된다.
5) 심리적 군중 속의 모든 개인에게는 똑같은 암시가 걸리기 때문에 효과가 매우 강력해져 개인의 무책임함이 매우 증폭된다.
6) 이런 군중들은 더는 그 자신이 아니라 선동가들의 의지에 따를 수밖에 없는 자동인형이 된다.
7) 군중은 자제력이 없고 충동적이라 행동을 쉽게 하며, 경고와 자극을 쉽게 무시한다.
8) 군중은 미리 계획할 줄 모르고 순간순간 상반된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순간의 외부 자극에 반응해 끈질긴 의지를 발휘하지 못하며 지속해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9) 군중은 암시에 잘 걸리고 또 그것을 맹신한다.
군중은 무의식 속에서 암시를 쉽게 받아들이고 일체의 비판능력을 상실해 이성의 영향을 받지 못하고 그 결과 모든 것을 쉽게 믿어버린다.
암시의 방향에 따라 군중의 행동은 달라진다. 선동가들은 이 점을 이용해 군중들의 행동을 조종한다.
10) 여기에 덧붙여 군중의 상상력이 사건을 완전히 왜곡해 버린다.
군중은 이미지를 통해 생각하고 일단 머리에 떠오른 이미지는 그것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다른 이미지를 연이어 상기시키게 된다. 그러나 군중의 머릿속 이미지는 사건의 본질이나 관찰된 이미지와 공통점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군중의 증언은 진실과 괴리되어 가치가 없다.
11) 군중이 드러내는 감정은 좋든 나쁘든 매우 단순하면서 동시에 매우 과장되어 있는 특징을 가진다. 군중의 표출된 감정은 암시와 감염을 통해 순식간에 전파되고, 그 목표에 대한 동의가 증폭되기 때문에 감정이 매우 과장되고 만다.
12) 군중의 감정은 매우 과장되어 있기 때문에 과장된 감정에만 감동하게 된다. 선동을 잘 하는 사람들은 과격하고 극단적인 확언을 반복해서 말한다.
13) 모든 문명은 쇄신되지 않는 몇 가지 기본 사상의 소산이다. 군중의 사상은 당대에 영향을 받는 일시적 사상(수면에서 일어나는 작은 파도, 촛불집회)과 환경과 유전, 여론이 매우 견고하고 안정을 가진 기본 사상(거대한 강줄기, 종교적 신념, 민주주의, 사회주의)으로 나눌 수 있다.
14) 사상들은 단순해야 우세할 수 있고, 군중들은 가장 직관적인 이미지로 나타나야 쉽게 받아들인다.
15) 이미지로 나타낸 사상들은 논리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기에 그 안에는 모순된 사상일지라도 군중들 속에 공존하게 된다.
16) 군중들에게는 사상이나 철학에 위계가 없다. 군중에게 이해되는 순간(이미지로 이해) 그 사상은 단순한 형태가 되어 버림으로 철학적으로 위대했거나 완벽했던 것은 사라지고 사상간의 높고 낮음이 없어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군중들에게 받아들여진 사상은 불완전하다. 종교, 민주주의 사회주의 역시 군중들에게 받아들여졌으니 철학적으로 빈약하다. 설사 위대하고 완벽하다 해도 군중들이 이해하는 수준은 빈약하다.
17) 사상들은 군중의 무의식에 침투하고 또 하나의 감정으로 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감정화 된 사상이 군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강력하다.
18) 군중은 감정화 된 사상에서 빠져 나오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군중은 철학자들보다 몇 세대 늦다.
19) 군중에게는 사상은 가장 단순하게 주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미지를 매개로 암시가 이루어진다. 군중에게는 진실과 오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자극해 줄 환상이 필요하다.
20) 군중의 수준 낮은 추론은 연상을 토대로 이루어지고 군중이 연상한 사상들 사이에는 표면적인 유사관계나 연속관계만 있어 쉽게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른다.
군중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인 추론이 아니라 그들이 좋아하는 이미지의 연상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21) 군중은 논리적 추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비판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진실과 오류를 구분할 줄 모른다.
22) 군중은 자신에게 강요된 판단은 받아들이지만, 토론을 통해 내려진 판단은 절대 수용하지 않는다.
<책 속의 몇 개 문구>
* 개인은 군중이 되는 순간 이성이 멈춘 무의식 상태에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하는데, 이때 개성은 소멸하고 의지와 분별력도 상실한 채 모든 감정과 생각은 그들을 암시한 자들의 의도대로 향하는 것이다. 그러한 무의식은 한 사회를 이루는 복합적 요소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즉 전통 · 인종 · 시간 · 교육 · 환상 · 체험 · 이성 · 이미지 등의 직간접적 요인에서 영향을 받는 것이다. 그러한 환경에서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일종의 집단적 정신 상태가 만들어져 군중은 한 문명을 해체해버리기도 하고, 자신의 목숨을 맞바꾸는 영웅적 행위도 서슴없이 자처한다.
* 군중은 자극적인 문구와 이미지에 휩쓸리고, 때로는 집단 최면에 걸린 사람들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그러한 군중의 특성을 이용하려는 자들 또한 넘쳐난다.
* 감정이 과장된 군중은 오직 과장된 감정에만 감동한다. 군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은 웅변가는 과격하고 극단적인 확언을 거침없이 늘어놓아야 한다. 과장하고 확언하고 반복하되 이성적 사고에 의해 논증하려는 시도는 일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대중집회 연설가들이 잘 알고 있는 연설 기법이다. 연설가는 군중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데려간다. 예컨대 ‘추악한 자본’이나 ‘비열한 착취자’, ‘존경스러운 노동자’, ‘부의 사회 환원’ 같은 문구는 좀 진부하기는 해도 여전히 변함없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러나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따라서 군중의 다양하기 짝이 없는 바람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단어를 찾아내는 후보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군중은 환상을 원하지 진실을 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