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죽여주는 여자를 보았습니다.
상영관이 별로 없어서 제대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주말에 우연히 보게 되었네요.
주된 키워드는 노인문제, 고독사, 다문화, 장애인, 소외되고 외면당하는 인간들의 군상,...
윤여정씨에게 정말로 박수를 보내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굳이 안 맡아도 될 나이든 전직 양공주출신 바카스 할머니의 역을...
그렇게 공감가도록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자신이 버린 아들에 대한 미안함이 생면부지인 아이를 데리고 있게 했을까?
병들고, 외롭고, 나이가 듦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인 욕구...
삶이 더이상 축복이 아니고, 죽고 싶지만 죽을 수 없는 불행함...
자식도 외면하고, 외롭고 슬프고 비참하기만 노년...
그 노년의 고독과 괴로움을 끝내게 해 준 덕분에 결국엔... 자신 또한 외로운 결말...
장애인과 트랜스젠더, 다문화에 대한 정말 현실적인 접근이 보이는 영화였습니다.
점점더 초고령화되는 사회에서 병들지 않고, 외롭지 않게 풍족하게 삶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바카스 할머니에 대한 다큐를 찍던 젊은 청년은 감독의 모습을 은연중에 그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죽음을 도와준 댓가로 할아버지에게 받은 100만원... 단돈 만원조차도 절실한 그녀가 시주함에 봉투를 넣는 모습...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냐는 사람들의 말에 '그 사람에 사정이 있겠지"하며 되뇌이는 독백이 참 쓸쓸한 영화...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씩 보세요...
결코 유쾌한 영화는 아니지만, 죽음과 병마 앞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프고 외로운 노년의 삶이 어떤지... 어떻게 노년을 준비해야할지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미비포유>라는 영화에서 부유한 남자의 안락사는 별로 공감이 안되었는데, 그 영화를 보면서 존엄사에 대한 생각이 참 많이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