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제주도 다녀오던 길.

지나가는이 조회수 : 1,122
작성일 : 2017-01-03 12:30:43

제주도를 완도에서 배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

파도가 너무 높아서 배가 45도로 양옆으로 휘청댔습니다.

겁이 없는 남편도 속이 울렁거리다며 겁을 먹을 정도였으니까요.

쾌속정이어서 더 흔들렸나봅니다.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기상상태가 나쁘니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라구요.

창밖에 파도가 너무 높아서 비가 오듯이 창문에 바닷물이 철썩이고

40여분을 흔들대다가 그다음부터는 좀 잔잔해졌습니다.

뒷자리에 있던 아이와 엄마가 겁을 잔뜩 먹더라구요.

저는 비행기 공포가 심해서 이번 제주여행은 배를 택했는데

배도 무섭긴 하더라구요.

예전에 호주에 배낭여행하다가 어떤 이스라엘 여자애를

보트 투어에서 만난 기억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여자들도 다 군복무를 한다는군요.

엄청 씩씩한 여자애가 보트 멀미하는 저에게 수평선에 눈을 고정하라고 하더라구요.

배멀미 없어진다구요,

그래서 해보니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배에서 내려 집으로 오는길......

이정표에 팽목항이 들어옵니다.

저는 세월호 사건이 났을때 해외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기분이 어땠고 그날 제가 살던 외국의 그 도시의 날씨도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깨소금 뚜껑을 열어놓고 덮는걸 잊는 일이 허다하고

씽크대를 냉장고인줄 알고 포도를 넣는일도 있지만

그날 내가 기분이 어땠고 하루를 어떻게 보냈었는지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날 그일에 직접적으로 관여되어 있던 그 사람들은 왜이리 기억들이 않납니까?

한때 저도 세월호 유가족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적도 있었습니다.

그속에는 그걸 이용하려는 이상한 사람들도 있지만 정말 아이를 잃은 고통에 시달리는

가족들이 있다는 사실이 가슴깊이 다가왔습니다.

주변을 보면 나와 내 가족만 평안하고 무사하면 다른건 상관없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였구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건 나와 내 가족이 평안하고 무사하려면 우리 이웃들 모두가

그러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대통령이 그 시간에 뭘했던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건 그날 출근하지 않은채

강건너 불구경하듯 수습하지 않은 직무유기라는겁니다.

제일 중요한건 배가 가라앉는걸 온국민이 티비로 생중계로 해외에 있던 저마저도 보고 있었는데

대통령은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었다는겁니다.

보고를 제대로 받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대처할수 있을까요?

저희 시아버지는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그 4%입니다.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은 다 민노총 사람들이랍니다.

그 촛불집회에는 평범한 직장 생활하는 제 친구들이 나갔습니다. 그 친구들 정치에 관심도

없던 애들입니다.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사람들 보면 특징이 자기와 자기 가족만 행복하면 된다 입니다.

너무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전직 군인출신으로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 산다는 저희 시아버지를 보면서

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는지 알겠더군요. 박정희 시절 향수에 빠져서 착각속에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너무 큰 댓가를 치뤄가고 있다는걸

팽목항 이정표를 보면서 느꼈습니다.

괜시리 맘이 짠해졌습니다.

좀 더디더라도 이번만큼은 세상이 좀 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IP : 115.143.xxx.77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7.1.3 1:03 PM (147.47.xxx.72)

    정말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죠. 저 악의 무리에서 지켜주시 못해서요.

  • 2. @@
    '17.1.3 1:07 PM (121.150.xxx.212)

    그렇죠...그 날을 기억 못하다니....믿을 수 없지요...
    글이 참 잘 쓰시는듯...

  • 3. 333
    '17.1.3 1:26 PM (112.171.xxx.225)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건

    나와 내 가족이 평안하고 무사하려면 우리 이웃들 모두가

    그러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운전도 마찬가지일 때 내 가족 포함하여 모두가 안전하죠?

    제주도를 다녀오면서 느낀 상념들을 글로 표현한 내용들을 읽으면서

    러시아의 대문호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 내용이 떠올랐네요.

    님의 현실에 대한 각성을 그의 저서 내용에 대입해도 좋을 듯 해서요.

    미래세대가 살아갈 이 땅의 척박한 현실 앞에서 구성원인 나 하나의 진정한 시민의식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그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리라 확신합니다.

    문제는

    지금의 불의를 몰아내야 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4. ㅠㅠ
    '17.1.3 2:47 PM (121.131.xxx.43)

    세월호 아이들은,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거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65657 홍준표 "세월호, 묘한 시점에 떠올랐다···대선 이용 .. 21 홍준표 2017/03/26 2,228
665656 문재인 사드 찬성 맞는거죠? 20 .. 2017/03/26 858
665655 국민의당 전북경선 대 흥행 10 화이팅 2017/03/26 605
665654 지금 더민주 3시 10분 토론 주소입니다 15 .. 2017/03/26 597
665653 sns로 알게된 아프리카 친구가 절 만나러 한국에 오고 싶다고 .. 9 af 2017/03/26 3,025
665652 윤식당 - 현실적인 고민 ^^; 38 ... 2017/03/26 17,654
665651 은퇴후 20억으로 어떻할까요? 20 역이민 2017/03/26 7,186
665650 진심 정시가 아이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세요? 61 .. 2017/03/26 4,476
665649 [건강이상증세문의] 읽어보시고 도움주세요 ㅠ 4 건강이 최고.. 2017/03/26 784
665648 벽걸이.스탠드 에어컨 추천해주세요. 7 올여름에는꼭.. 2017/03/26 2,757
665647 모델 한혜진 스카프 좀 봐주세요 1 깡텅 2017/03/26 2,028
665646 오늘 오전 문재인 대구에 왔어요 17 동영상 2017/03/26 1,537
665645 jtbc는 채용기준에 외모가 있는건지.. 4 dd 2017/03/26 2,122
665644 어제 마리텔에 나왔던 비염테잎 궁금해요 2 마리텔 2017/03/26 931
665643 땅 많이 가진 1% 부자들에게서 국토세를 거둬야합니다. 3 최적 후보 .. 2017/03/26 775
665642 지난 몇년간 다른 지도자들 모욕주던 사람들 2 ... 2017/03/26 469
665641 아이스 아메리카노 뜨겁게..주세요 5 에휴 2017/03/26 3,182
665640 옷이 너무 없네요..기본 구색으로 뭘사야 할까요.. 14 봄봄 2017/03/26 4,229
665639 댁내 공기청정기 현재 불색깔이 뭐에요? 1 미세먼지 2017/03/26 715
665638 카복시? 젤틱? 뱃살 주사 맞아보신분들 카복시 2017/03/26 1,122
665637 친척이야기.. 8 ㅎㅎ 2017/03/26 2,266
665636 경매하시는분들 어떤책을 참고하시나요? 1 아이린뚱둥 2017/03/26 736
665635 브랜드 옷 매장 사업 어떤지 아시는분 계신가요? 1 그게 궁금 2017/03/26 1,117
665634 튀밥 튀길때 보통 몇 kg 튀기나요? 8 ... 2017/03/26 1,932
665633 불금쇼 박중훈편 재밌네요 4 불금쇼 2017/03/26 1,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