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미국에 산지 10여 년이 되어서 그간 이런 저런 한국 사람들과의 관계가 있었고, 다양한 유형의 삶의 방식을 접하게 되네요.
유학생들, 어린 자녀를 키우는 석박사과정 중인 젊은 부부들, 저희와 비슷한 또래의 가정들...
우선은 유학생들.
한 달에 한 번 정도 저희 집에 유학생들을 초대해 한국 음식을 나누어 먹곤 합니다. 한국 식당이 없는 곳이라서요.
저희가 사는 도시가 작은 곳이라서 유학생들이 많지는 않아, 적게는 두세명에서 많게는 예닐곱 정도의 학생들이 와서 밥을 먹죠.
10년이 넘었으니 그간 만나고 헤어졌던 학생들의 수 만큼이나 참 많은 유형의 학생들을 보았네요.
첫번째는, 그 아이들과의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 제 입가에 미소가 퍼지게 만드는 '예쁜 유형'의 학생들이 있지요.
학생이니까 빈손으로 와도 흉이 안된다고 거듭 말해도 꼭 음료수 몇 개라도 사가지고 오려 했던 아이들.
이 아이들이 했던 말은 "아줌마가 힘들게 음식하셔서 초대해주시는 데 빈손으로 가면 절대 안된다고 저희 엄마가 말씀하세요."였지요.
그 중 한 학생의 어머니는 저희 집에 품질 좋은 마른 오징어를 한 축 보내주시기도 했었고요.
또 어떤 한 여학생은 밥을 먹고 재밌게 놀다 저희 집 현관문을 나서며 남 몰래 제 손에 10불짜리 한 장을 쥐어주며 "아줌마, 제가 급하게 오느라 빈 손으로 와서 죄송해요. 음식 준비 하시느라 돈 많이 쓰셨을텐데요..."라고 해 저희 부부를 웃음짓게 만들기도 했고요.
두번째는 약간 저를 힘빠지게(?) 했던 몇몇 학생들.
기억나는 예로, 어느 주말에 우리가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에 볼 일이 있어 간다고 하니 남학생 두 명이 자기네도 볼 일이 있다고 해 같이 가게 되었지요. 그리고 점심을 같이 먹게 되었는데, 그 학생들이 자기들이 먹은 밥값을 낼 생각을 전혀 안하는 모습을 보여 약간 얄미웠던(?) 경험. 물론 그애들이 "저희 껀 저희가 낼게요." 했더라도 "아냐, 학생이 뭔 돈이 있어. 괜찮아,우리가 같이 낼게." 했겠지만...
그리고 한 여학생 이야기. 석사 과정 중 결혼을 해 외국인 남편과 함께 저희 집에 여러 번 왔었지요. 하루는 그 남편이 파전을 너무 맛있게 잘 먹어 몇 장 새로 만들어 큰 접시에 담아 주었지요. '내가 아끼는 접시이니 담에 올 때 꼭 챙겨오라'는 말과 함께요. 근데 결과적으로는 그 접시를 저에게 돌려주지 않고 작년에 다른 도시로 떠났네요. 그 접시가 꽤 특이하고 예뻐서 아무리 바쁘게 이삿짐을 쌌다 하더라도 '아, 이건 아줌마네 꺼네.'라는 생각을 했을텐데요. 4인용 디너 세트 중 디너용 큰 접시 하나가 없는 상태라 이제는 손님 초대시 그 세트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