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입시철, 지방교대 출신 현직 남교사입니다.

3반담임 조회수 : 5,069
작성일 : 2016-12-24 14:39:29
지방교대 출신 현직 남자입니다. 교대 입시 이야기가 보여서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말씀을 드리고자 글을 남깁니다.

1. 교대 입시에서 전과목 내신이 중요한 이유는, 리코더 단소같은 기초적 악기부터 수채화나 서예 등을 학창시절에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가르치기는 더더욱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단소 소리를 못 내 졸업을 못하는 교대생도 소수 있습니다. 주변에는 미술학원, 피아노학원 등에 다니고 턱걸이와 뜀틀 강습을 받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2. 제 경우는 서성한과 지방교대를 동시에 붙고 지방교대에 왔습니다. 그리고 임용을 서울로 쳤습니다만.... 임용을 다시 한번 보느니 정말 수능준비를 다시 할 것 같습니다. 초등임용의 특징은 허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부 자체가 넓은 범위를 얕게 구석구석 계속 훑어야 하는 것입니다. 달의 위상변화, 전기회로에서 저항의 특징, 코바늘뜨기, 세계지리, 국악 지역별 시김새 같은, 합쳐놓기에는 너무 계열성 없는 지식들을 머리에 집어넣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3. 특히 이 정권 들어와서 더더욱 교대 점수가 올라가는 건.... 여러 분들이 말씀하셨다시피 전전 정권에서 우리는 웰빙을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편의점 도시락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안정성이 큰 시대에는 늘 교대 점수가 올라가곤 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또 달라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4. 저는 승진에는 크게 욕심이 없습니다. 학교라는 조직 자체가 승진에 포커스를 두면 굉장히 괴로운 일들이 많아집니다. 전 제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이 일은 아이들과 교사가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관계를 만들지 못하면 굉장히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집에 가서 자기 잘못은 쏙 빼고 이야기하고, 담임을 욕하고, 교실이 붕괴되고 이런건 대개 아이들과의 관계형성에서 생겨나는 문제입니다. 선생님이 나한테 실망하시는 게 싫다는 마음을 아이들이 먹기 시작하면 생활지도도 잘됩니다.

5. 그 과정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건 아이들이나 관리자가 아닌 학부모들과의 문제입니다. 똑같은 사람들이지만 자기 자식 문제에는 다들 예민해지기 마련입니다. 가깝게는 우유를 검사해라, 급식을 다 먹었는지 검사해라/하지말아라, 숙제를 내라/내지말아라, 우리 아이가 때렸을 리 없다/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았다 같은 주장들이 계속해서 부딪치는데, 그 가운데서 중심을 잘 잡고 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조용한 게 좋고, 사람간의 관계를 맺는 일에 서투르신 분들이 가장 고통을 많이 겪으시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고 활동해본 후배들이 많이 들어오면 좋겠습니다.
IP : 223.62.xxx.238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12.24 2:45 PM (116.41.xxx.111)

    훌륭하신 선생님에게 배우는 학생들이 부럽습니다. 선생님~ 좋은 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 2. DDD
    '16.12.24 2:49 PM (219.240.xxx.37)

    교대 준비하는 지인 있는데
    이 글 보여줘야겠어요
    원글님 같은 담임 만나면
    아이들이 행복하겠네오^^

  • 3. 중등 중년교사
    '16.12.24 2:52 PM (124.54.xxx.63)

    정확한 조언이네요.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아서 교직에서 인간관계 기술이 정말 중요해졌어요.
    학교 다닐 때 두루두루 인간관계 원만하고 매사 성실하고 남의 위에 서려는 마음이 아니라 남을 돕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교사가 되면 딱 좋습니다.
    그런데 이런 성향의 아이들이 전교권으로 공부 잘하기는 어려운지라 지금의 교대 경쟁률은 바람직하지 않은 면이 있죠..

  • 4. 정말
    '16.12.24 2:58 PM (175.209.xxx.57)

    좋은 글 감사드려요. 일부러 시간 내서 경험을 공유해주시다니...좋은 선생님이실 거 같아요.
    그냥 안정적이니까..정년 보장되니까...이런 이유로 감히 교사를 넘보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5.
    '16.12.24 3:00 PM (221.164.xxx.215) - 삭제된댓글

    지 형제자매와도 관계제대로 못해서 기피대상이고
    심지어 자기엄마까지도 슬슬피하게하는 개또라이 싸가지 우리시누 초등교산데 요즘 유난스러운 학부모들 어떻게 견디는지 불가사의-_-;
    진짜 공부머리외에는 참 총체적으로 난감한 부류인데 오직 사회적으로 대접받고 보호받는다는 이유로 교직택한거보면-_-;

  • 6. 선생님
    '16.12.24 3:03 PM (175.123.xxx.38)

    선생님은 모든 과목 다 잘하셔야 한다는게 젤 힘드실 것 같아요. 승진에 욕심 없으시다는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시는 이야기 모두 감동이에요.
    혹시... 햇살이 너무 좋다고 반 아이들 데리고 학교 옆 야산에 산책 나가셨다가 교장 선생님께 엄청 혼나신 우리 아이 4학년 때 담임이신가 싶어요^^ 그립습니다. 교장 선생님께는 혼이 나셨지만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는 엄청난 사랑을 받으셨던 분이요.

  • 7. ^^
    '16.12.24 3:16 PM (110.10.xxx.169)

    정말 좋은 선생님입니다~
    교대가 목표인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싶네요^^

  • 8. 엄마
    '16.12.24 3:19 PM (116.37.xxx.157)

    원글님의 생생한 귀한 말씀 고밥습니다
    교대 희망하는 서울지역 고1 남학생 엄마 입니다

    저희 아들은 장래 희망이 유치원 선생님에서 현재 초등학교 선생님 입니다.
    임용고시 어려우니 애초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겠다고 지방교대도 불사 하겠답니다.
    정시로 생각하고 있어요
    아들 성향상 적성엔 잘 맞지 싶어요

    궁금한건요
    지방교대를 졸업하면 그 지역에 임용은 무난한가요?
    또 한국교원대도 졸업하면 타 교대나 사대와 같은 자격인가요?

  • 9. 333
    '16.12.24 3:25 PM (218.156.xxx.90)

    교대 다니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32578 노승일은 자료를 jtbc에 넘기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요? 3 근혜퇴진 2016/12/24 3,584
632577 3호선타고 광화문 가는데 역 2 ㅇㅇ 2016/12/24 812
632576 물러나쇼 , 가수 마야 방송 보세요^^ 3 .. 2016/12/24 1,712
632575 그동안 국민 촛불의 의미가 엉뚱하게 잘못 흘러가는 거 같아서.... 14 테스타로싸 2016/12/24 1,615
632574 미끄러워요 1 감초 2016/12/24 585
632573 4차원이란 말을 일부러 기분 나쁘라고 하는 경우도 있나요? 19 ........ 2016/12/24 4,770
632572 4.15일 밤의 행적 7 .. 2016/12/24 2,003
632571 성악 전공자들 졸업 후 유학? 11 주오 2016/12/24 4,271
632570 박사모들이 맞불집회하는거 좋은 측면도 있습니다 4 박그네의 개.. 2016/12/24 2,478
632569 6시 소등과 즉각퇴진 실검부탁드려요. 1 6시소등.즉.. 2016/12/24 448
632568 [속보] 박영수 특별검사, 청와대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 참고인 .. 48 그냥 2016/12/24 19,933
632567 조여옥, 이슬비 파티 벌이고 있을거 같아요 49 ,,, 2016/12/24 4,703
632566 유엔 내부감찰실 감사실장, 반기문 개탄스럽다 6 ... 2016/12/24 1,643
632565 채널a ...종편이 바꼈나 했는데 역시나군요 2 .. 2016/12/24 1,357
632564 한천가루로 젤리 양갱말고 뭐할수 있나요 1 끼니 2016/12/24 601
632563 비밀산타 활동중입니다~^^ 45 솔이엄마 2016/12/24 4,603
632562 올케와 동생의 대화... 139 ... 2016/12/24 21,760
632561 잃어버린 너 김윤회 작가 실화소설 말인데요. 32 실화 2016/12/24 14,895
632560 친할머니 돌아가셨을때 조의금 내지 않는 건가요? 11 2016/12/24 13,010
632559 파마 얼마나 자주하세요? 11 하나하나 2016/12/24 5,777
632558 광화문에 왔어요. 날씨 좋아요 3 // 2016/12/24 1,388
632557 빼꼼님.. 그외 산타이모님 3 행동대장 2016/12/24 1,243
632556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제보받네요.. 우병우장모아.. 2016/12/24 1,566
632555 지금 광화문4번출구쪽 디타워앞에서 표창원산타 ^^ 2 지금 2016/12/24 1,961
632554 미용실에서 머리 하고 기분이 영 아니네요.. 12 2016/12/24 4,6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