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어요. 부산이구요.
남포동 근처에 살았는데, 중 2때부터 옆에 대학교에서 시위하느라 최루탄 냄새 익숙하게 맡고 있었어요.
그런데, 87년 유월은 좀 달랐던게 거의 매일 최루탄 냄새를 맡아야 했어요.
고등학교가 감천쪽이라 16번 버스를 타고 남포동 입구에 다다를 즈음이면, 버스 안까지도 냄새가 매캐하게 났었어요.
어느 토요일은 버스 기사님이 승객들 다 내리라고, 더 이상 버스가 나갈 수가 없다고 했어요.
그게 아마 유월 항쟁 중에서 가장 많은 시위대가 모인 날이거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러고 며칠 안되어서 전두환이가 대통령 직선제를 하겠다고 했지요
친구랑 둘이서 눈물, 콧물 쏟으면서 집까지 걸어갔던 게 기억나요. 최루탄 냄새는 그 멀리서도 지독했거든요.
지금도 그 매캐한 냄새를 기억합니다.
전두환 발표나고, 선생님들이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아이스크림을 그 날 1교시부터 7교시까지 얻어먹었어요.
선생님들도 박봉이셨는데...
겨울에 대선 끝난 다음날 선생님들이 눈이 붉게 충혈되어 교단에 서셨던 것도 기억납니다.
뭐라 못하시고, " 마... 수업하자" 하셨던 말씀도요...
그 고생을 하며 독재 정권을 물러나게 했는데, 대선에서 노태우에게 고스란히 그 공을 갖다 바쳤죠.
이 이야기 왜 하냐구요?
제발 내년 대선에 우리 죽쒀서 개 주지 말자구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다가 정권 제대로 바꾸고 역사 제대로 세우자구요
그 40대의 선생님들의 붉은 눈시위가 요즘 생각나는 건
제가 이제 그 나이이고, 내년 대선 제대로 안되면, 저도 제 고등 아이들 볼 낯이 없어질 거 같아요.
부탁드립니다.
부디, 생면 부지 타인들의 한 표를 가져 오겠다고 애쓰지 마시고
내 부모 형제의 표를 가져 오세요.
오늘 당장 가서 정치 이야기 하라는 거 아닙니다.
그러지 말고, 부모님 맛난 것 자주 사드리고, 잔잔하고 소소한 거 봐 드리고 하시면서
환심을 사세요.
그리고 앓는 소리 하세요. 새누리가 또 되면, 저 하는 일 망해서 이렇게 부모님께 마음 쓰는 거 못할 지도 모른다 이렇게요.
저는 십년에 걸쳐서 엄마, 아버지 표를 바꿨습니다.
지금은 저보다 더 미스 박 싫어하시고, 새누리 안 찍으세요.
싸우지 마시고, 뭘 많이 먹이십시오.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