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호텔 영수증, 받고 나니 웃음이 터졌다
[수양딸 찾아 평양으로 16] 마식령 스키장에 가다
평양으로 출발하기 전 호텔의 야외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나는 강냉이(옥수수)국수를 주문했다. 내가 북한에서 냉면 다음으로 좋아하는 국수다. 안내원 김혜영 선생에게 강냉이국수 예찬을 늘어놓는다.
"혜영 선생, 나는 이 강냉이국수만 있으면 밥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이 국수가 정말 좋아요. 아마 옥수수로 국수를 만드는 나라는 여기밖에 없을 거예요."
"그런가요? 다른 나라엔 없습니까?"
"북에서 처음 먹어봤습니다."
"조국(북한)에는 아무래도 산간 지방이 많다나니까 논이 부족해 쌀을 충분히 생산해 내질 못한다 말입니다. 기래서 옥수수나 감자로 국수도 만들고 합니다."
"아, 참,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북에 오면 모든 식당에서 흰쌀밥만 주는데 제발 흰쌀밥만 먹지 말고 잡곡을 섞어 드세요. 그것이 건강에도 좋고."
"우리 인민들은 꼭 흰쌀밥을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예전에 남쪽에서는 쌀이 모자라 잡곡을 섞어 먹어야 했을 때가 있었어요. 모든 식당에서는 잡곡을 섞어 밥을 짓도록 정부에서 명령을 내렸고, 학생들은 점심시간 때 도시락 뚜껑을 열어놓고 잡곡을 섞었는지 선생님으로부터 검열받아야 했어요. 여기서도 국가가 그런 규제를 했으면 쌀 부족 문제도 해결하고 좋을 텐데…."
"네? 벤또 검사를 했다구요?"
"그럼요. 지금은 쌀 생산량이 늘고 반대로 소비는 줄어 쌀이 남아돌지만 내가 어렸을 땐 항상 쌀 부족에 시달려 마침내는 정부가 식생활에 개입하게 된 거지요."
"아무리 기래도 기렇지 어떻게 국가가 인민들 밥까지 간섭을 합니까? 배급쌀 갖고 쌀밥을 먹건 옥수수 밥을 먹건 인민들 마음이지 국가가 기걸 왜 간섭을 한단 말인지…. 도저히 리해가 안됩니다."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남편이 문득 할 말이 떠올랐는지 끼어든다. 리용호 운전기사에게 말을 건넨다.
"이보게, 리 선생. 북에 오니 외국 담배들을 그렇게 많이 피우는데 이곳 담배도 좋은데 왜들 그렇게 외국 담배를 피워대? 남쪽에서는 외국 담배를 양담배라고 부르는데 예전에 양담배 피우다 걸리면 혼쭐 정도가 아니었어. 공무원 같은 경우에는 직장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구."
"공무원이 외국 담배를 피웠다고 직장에서 쫓겨났다구요?"
"응, 예전엔 그랬었지."
"아니, 인민들이 무슨 담배를 피우든 국가가 왜 간섭을 합니까? 도저히 리해가 안됩니다."
'국가가 명령을 내리면 따라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야 물론 당연히 그렇지만 국가는 그런 말도 안되는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며 김혜영 선생이나 리용호 운전기사나 "도저히 리해가 안됩니다"라는 똑같은 대답만 반복한다. 남편과 나는 '국가가 그럴 수도 있다'고 열심히 설명을 했지만 이해를 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강냉이국수를 맛있게 먹고 평양으로 향한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18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