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찬미 기자
미주동포들은 이남 언론에 보도된 북의 기사들을 주로 보기 때문에 북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나라의 경제수준을 평가하는 국내총생산액이나 북녘 동포들의 월급액수를 언급하면서 북이 가난하다고 말한다.
국민총생산액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불하는 기초생활비, 즉 주거비, 보육비, 의료비, 교육비를 비롯한 서비스비가 다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거비, 보육비, 의료비, 교육비가 다 무료이고, 많은 서비스가 상부상조로 이루어지고, 노력에 정성으로 보답하는 경제구조를 가진 북에 자본주의식 방식을 적용하여 경제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
자본주의제도 속에서만 살아온 나는 북을 몇 차례 다녀와서도 그들에게서 보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다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북의 경제적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나의 방식대로 평가해보기 위해서 한 평범한 맞벌이부부가 평양에서 사는 생활 수준을 미국 엘에이에서 유지하려면 최소한의 비용이 얼마나 들지 달러로 계산해보았다.
어린 아이 둘을 가진 부부라면 아이들이 따로 쓸 수 있는 침실 두 개가 딸린 집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사내와 계집아이일 경우에는 조금 더 자라면 방을 따로 써야 하니까 침실 3개가 필요하게 된다. 엘에이 코리아타운에서 침실 두 개의 평범한 아파트를 임대하려면 매달 1500~25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전기와 가스는 쓰는 만큼(매달 약 100달러) 요금을 내야 한다. 이 비용은 주마다 시마다 다르다. 평양 시민은 집값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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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양원의 보살핌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어린이들
맞벌이 부부에게는 자녀보육 문제가 제일 큰 문제로 된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맞벌이를 할 수가 없다. 아침 출근시간부터 저녁 퇴근시간까지 주 5일간 탁아소에 아이를 맡기려면 엘에이에서는 한 아이 당 매달 1,000~1,500달러가 든다. 둘이면 2~3,000달러가 필요하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 하나가 직장을 쉬어야 한다. 높은 보육비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믿을만한 탁아소나 아이 보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 주변에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수입보다 더 높은 보육비와 아이를 맡길 믿을만한 곳을 찾지 못해서 직장을 그만 두는 여성이 많다.
평양에 가서 보니 집 가까이, 혹은 직장 내에 육아원이 있고 아이들을 맡기는 데 비용이 들지 않았다. 내가 만난 아이 엄마들은 잘 교양되고 훈련된 보육교양원들이 육아원마다 있으니 좋은 육아원을 찾아다닐 데 대한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고 하였다. 부모나 아이가 병이 나거나 부모가 장기간 출장을 가야할 때에도 돌봐줄 가족이 없으면 아이들을 육아원에 맡긴다고 하였다. 이것도 물론 무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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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친 어머니들이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데려가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면 유치원과 초등학교로 가는데 엘에이 부모들은 자녀가 학교를 마치는 3시가 가까워 오면 일을 빨리 마무리하고 아이 데리러 가야 하기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때로는 지인에게 아이를 데려가도록 부탁할 수 하지만 아이가 안전하게 정해진 장소에 도착했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마음이 어수선하고 바쁘다. 미국의 엄마들은 이를 3시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아이들을 방과 후에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사립학교에 보내면 매달 약800~1000달러가 든다. 평양에서는 아이들이 집 가까이 학교가 있고 혼자 등교나 하교를 하여도 안전하기 때문에 학교를 파할 시간에 부모가 조마조마할 일이 없다.
좀 자란 아이들은 학업성적을 올리거나 다양한 교양을 쌓기 위하여 과외공부를 하게 된다. 가장 많이 하는 과외공부는 수학, 영어, 음악, 미술, 체육이며, 그 외에도 사교육은 종류가 다양하고 비용에 차이가 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경제적 능력이 없거나 시간이 없는 부모는 자기 자녀에게서 남다른 재능을 발견하여도 특별교육은 꿈도 꿀 수 없다.
평양에서는 보충수업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해주는 과외공부나 체육활동은 소조활동이라고 하여 학교생활의 일부로 여기고 학교에서 무료로 선생의 지도를 받는다. 또 자녀가 재능있는 아이로 판명되면 전문가들로부터 특별교육을 무료로 받는다. 선생들은 재능있는 학생들을 발굴하는 일에 열성적이다. 재능이 있다고 소문나면 농촌, 어촌, 산촌, 어디든지 찾아가서 부모를 설득시키고 재능개발을 위한 특별교육을 받게 한다. 그래서 북에는 자녀교육을 위하여 엄마가 돈을 싸들고 다니며 선생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선생이 아이와 부모를 설득하러 다닌다.
건강보험은 필수품이다. 엘에이에서 4인가족의 건강보험비가 매달 1,000달라가 넘고 비싼 보험은 2,000달러나 되는 것도 있다. 보험비를 매달 내고도 응급실 사용, 수술, 입원을 하게 되면 추가비용을 내야 한다. 매달 내는 보험비가 낮으면 사후 추가비용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평양시민들은 무상의료제도로 병이 났을 때 의사진료를 비롯하여 병치료를 위한 입원, 수술 등이 모두 무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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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소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만드는 어린이들
아이들이 자라면 미국에서 12년의무교육제도로 고등학교까지는 교육비를 내지 않지만 대학교육비는 비싸다. 등록금, 기숙사비, 교과서 값을 합한 비용으로 UCLA(캘리포니아 엘에이주립대학)가 일 년에 약 3만 달러 , USC(남가주사립대학)는 약 7만 달러로 발표하였다. 대학교육비는 해마다 오른다.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없는 학생은 일도 하고 학생융자를 받아 공부할 수 있지만 그때부터 빚쟁이가 됨은 물론이고 일에 지치면 공부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북에서는 대학교육비를 포함하여 모든 교육비가 무료이다.
아이가 있는 사람은 몸이 아파 일을 못하게 될 때나 해고당할 때를 생각하여 저축도 해야 하고, 혹시 부모가 사망하면 아이들에게 기본생활을 위한 수입을 보장해줄 생명보험을 들어야 햐고, 은퇴를 준비하여 젊을 때부터 은퇴구좌에 예금도 해야 한다. 실제로 엘에이에 사는 사람들이 이 정도의 미래를 위하여 제대로 투자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 이런 기본적인 투자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불행이 닥쳤을 때 파산할 수 있으므로 누구나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살 수밖에 없다. 북에서 실행하는 수준의 고아정책과 노년정책을 엘에이에서 받으려면 생명보험과 은퇴연금으로 매달 500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아이 둘을 가진 맞벌이부부가 엘에이에서 생활할 때 기본적으로 필요한 집세, 보육비, 건강보험비를 위하여 낮은 수준을 적용해도 매달 약 5,000달러가 필요하다. 여기에 식비, 교통비, 공공요금, 의복비, 긴급비용을 추가하면 적어도 한 달에 6천 달러 이상의 세금공제한 수입이 필요하고, 일 년 간 부부의 합한 연봉이 8만 달러 이상이 되어야 한다. US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2010년 분야별 기준 발표에 의하면 미국의 4인가정 평균 소득이 7만5,300달러~7만8,500달러라고 하였으니, 연수입이 8만 달러가 넘으면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경제적 측면에서 평양시민들의 생활수준은 엘에이에서 중산층 주민들의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북이 미국이라는 제국주의로부터 인류사에서 가장 가혹하고 장기적인 경제봉쇄를 당하고도 이러한 복지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선대수령들이 주창한 자주적 사회주의제도를 철통 같이 수호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어떤 나라도 범접할 수 없는 핵강국이 된 북은 국방에 쓰던 돈을 경제발전에 돌려서 최근 몇 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북은 이제 평양을 본보기로 하여 지방을 발전시키고 있다. 북은 머지않아 도시와 농촌, 정신노동자와 육체노동자의 차이가 없는 그리고 정의롭고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나라, 세계가 부러워하는 본보기나라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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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근로자들이 사는 창전거리 살림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