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 권력 이어 국가권력도 네다바이하려나 ]
국민의 뜻, 시민의 뜻. 다 좋습니다.
결국 민주주의라는 게 그럴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의 의사를 우리 공동체의 운영에 최우선 반영하자는 원칙일 테니까요.
그리고 그 자격 기준의 핵심이 능력과 책임이라는 두 가지 요소입니다.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대와 시민적 권리를 따지고,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 여부를 따지는 게 모두 저 능력과 책임이라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저 능력과 책임이 전부는 아닙니다. 능력과 책임을 가진 사람들의 뜻을 어떻게 검증하느냐 하는, 절차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이 절차는 매우 엄격한 형식성을 요구합니다. 왜냐?
일부 개인이나 집단이 국민이나 시민 전체의 뜻을 멋대로 참칭해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가능성이 민주주의 시스템 안에서는 항상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일부 집단의 요구를 덕지덕지 분칠해서 전체 국민이나 시민의 뜻으로 우김질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집단이 언론입니다. 그리고 87년 체제에서 목청 높이는 전문적인 훈련을 쌓아온 이익집단도 여기 포함됩니다. 이들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대표적인 수단이 이른바 '떼법'이죠.
최순실 게이트는 이런 언론과 이익집단의 이해가 환상적으로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물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걸 노골적으로 드러낸 게 이른바 '시민의회'입니다. 떼법에 뭔가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외피를 입히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걸레입니다. 떼법에 무슨 논리를 입혀도 떼법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하는 절차가 분명하게 규정돼 있습니다. 이 헌법의 정신을 보다 구체적으로 구현하여 규정한 것이 각종 법령들이고 이를 보다 세부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례가 오랜 세월 쌓아온 이른바 판례들입니다.
이런 모든 절차가 규정돼 있는데 무슨 시민의회입니까? 무슨 소리를 해도 그 의도는 명백합니다. 절차 무시하고 국민의 뜻, 시민의 뜻을 네다바이하겠다는 겁니다.
니들이 뭔데, 무슨 권위로 국민과 시민의 뜻을 대행하겠다는 겁니까?
1990년대에 기업 IT 분야에서 이른바 클라이언트/서버, 유닉스 시스템 열풍이 불었습니다. 비용 절감과 벤더 의존 탈피 등 강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집스럽게 기존 메인프레임 환경을 고수하고 유닉스 열풍에 가장 늦게 문을 연 곳이 은행 등 금융권이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그들은 돈을 다루고 거래하기 때문입니다. 돈 처리를 잘못하면 그 결과는 돌이키기 어려운, 비가역성이 매우 강한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오랫동안 안정성이 검증된 고가의 메인프레임을 쉽게 버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은행 시스템에서 에러가 발생할 경우 메인프레임은 거의 캐비넷 1개 분량의 에러리포트를 볻여주는데, 유닉스는 그런 기능이 매우 취약하다는 얘기도 하더군요.
권력 창출과 국정 운영은 금융 거래보다 몇 배나 더 심각하고 무거운 문제이며 비가역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지금 무슨 시민의회 운운하며 광장의 뜻을 모아 국정에 영향을 주고, 차기 권력을 만들어내자는 시도가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은행의 돈을 목소리 큰 몇몇이 시스템과 절차 무시하고 마음대로 꺼내쓰자는 얘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시민의회 주장하는 무리들은 과거 백만민란이니 혁신과 통합이니 하는, 제1야당 권력을 네다바이했던 무리들과 연결되는 점이 적잖게 보입니다. 한마디로 전과자들이라는 얘기입니다.
지난번에는 제1야당 권력 이번에는 아예 국가 권력을 통째로 도둑질하겠다는 심보가 엿보여서 불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러지들 맙시다. 광화문의 촛불은 분명 민의의 분출이지만 법 질서에 의거하지 않은 민의는 이렇게 쉽게 네다바이 당할 가능성이 너무나 큽니다.